지난 5월 서귀포의 한 펜션.
"선거운동원 30명이 묵는다"는 예약 전화와 함께 도시락 대납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업주는 실제 예약이라 믿고 400만 원을 결제했지만 손님을 보진 못했습니다.
제주시내 한 횟집도 '정당 홍보실장'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고가 양주 대금 66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정육점과 숙박업소까지 표적이 되면서 자영업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노쇼 사기'는 두 단계로 이뤄집니다.
1단계는 단체 예약으로 신뢰를 얻는 미끼, 2단계는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대신 사게 해 돈을 빼앗는 것이 실제 노림수입니다.
펜션 사건의 표적은 도시락 값, 횟집 사건의 목표는 양주 대금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제주에서만 50건, 피해액은 3억 원.
그러나 검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전국적으로도 2,800여 건, 피해액 414억 원이 발생했지만 검거율은 0.7%에 불과합니다.
제주경찰청은 대포폰을 사용하는 등 음성화된 범죄 특성상 추적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박정현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특히 (노쇼 사기는) 검거율이 낮을수록 소상공인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2차 3차 피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거잖아요. 안 잡히는데 계속 그런 일을 할 거 아닙니까? 제주 경찰이 조금 더 강한 의지를 갖고 대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역시 노쇼 사기를 적용하지 않아, 피해 계좌 지급정지나 환급 절차도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법조계는 "범죄 한 건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 치안 실패가 아니라 지역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탄"이라고 경고합니다.
경기 침체 속 노쇼 사기가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면서, '검거율 0%'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JIBS 김지훈입니다.
(영상취재 박주혁)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박주혁 (dopedof@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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