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장윤하 작가 2인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언어를 존재로 불러내는 드라마투르기적 실험”
말은 사라지면서도 남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흐릅니다.
제주시 원도심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7일 개막한 전시 ‘말말’은 언어가 존재로 호출되는 순간을 케이블과 영상, 설치로 구현합니다.
관객은 읽고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공연이 되는 낯선 무대에 초대됩니다.
■ 케이블을 따라 걷는 언어의 길
이수연 작가의 신작 ‘말의 길’은 케이블을 배우로 삼은 전시형 케이블극입니다.
연극에서 ‘드라마투르기(dramaturgy)’는 대본 작성에 머물지 않고, 작품이 어떻게 관객에게 닿을지를 설계하는 작업인데, 이번에는 그 구조를 무대 밖 전시장으로 옮겼습니다.
관객은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며 대본을 읽고, 스스로 장면을 상상합니다.
공연의 부재가 아니라, 읽기와 상상 자체가 공연이 되는 실험적 구조입니다.
언어의 흐름을 물리적 선으로 치환한 이 작업은, 보이지 않는 말이 실제 경로를 얻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 낡은 간판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장윤하 작가는 오래된 간판 글씨와 비인간적 형상 속에서 언어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특정 장소와 시간이 품은 기억을 내러티브로 엮어내며, 현실과 비현실, 문학과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작업은 잊힌 흔적과 작은 목소리를 복원하면서, 언어가 결코 고정된 기호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사라지는 목소리, 흘러가는 언어의 잔향을 붙잡아내는 장면 속에서 관객은 자기 안의 말과 마주하게 됩니다.
■ “나는 말입니다”..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전시는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관객에게 묻습니다.
“만약 말(言)이 자아를 가진다면, 태어나고 사라지는 순간 무엇을 느낄까? 나는 누구에게, 어떤 목소리로 말을 건넬까?”
이 물음은 언어의 시간성과 존재성을 동시에 겨냥합니다.
발화와 함께 사라지는 언어는 동시에 관계와 흔적을 남기고, 바로 그 소멸과 잔존에서 빚어지는 긴장이 전시의 핵심적인 에너지가 됩니다.
■ 관객 참여로 확장되는 무대
전시는 또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합니다.
23일 오후 3시 김정 배우(202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연기상 수상)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합니다.
시각예술가와 타 장르 예술가가 서로의 질문을 교차하면서 작품의 층위를 확장하는 자리입니다.
또 전시 기간, 박해빈 시각예술가와 함께하는 드로잉 워크숍을 4차례 진행하면서 관객이 직접 언어와 이미지를 그려내는 체험적 확장을 시도합니다.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참여와 상상으로 이어지는 전시입니다.
■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이번 전시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 프로그램 지원으로 진행되는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8회의 전시, 5회의 작가와의 대화, 20회의 드로잉 워크숍을 이어가며, 원도심 속 예술 실험의 거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 ‘말’을 불러낸 두 예술가의 궤적
이수연 작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과 공연을 제작해온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알록달록 돌하르방’, 뮤지컬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머시브 무용극 ‘나무의 노래’, 미디어 아트 개인전 ‘복’ 등을 발표했습니다.
책·공연·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장윤하 작가는 영상을 기반으로 설치와 참여형 작업을 선보이며 작은 것들의 발화를 탐구해왔습니다.
충북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23·2024년 청년예술가 창작지원에 연속 선정되는 등 지역성과 시각예술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상홍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대표는 “이번 전시는 언어라는 비가시적 흐름이 예술가의 상상과 관객의 체험 속에서 새로운 무대로 변주되는 과정”이라며,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이어지는 이 기획 자체가 관계와 감각의 재구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 전시를 마주하는 시간과 자리
‘말말’전은 오는 30일까지 제주시 관덕로 3길 15,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립니다.
11일부터 15일까지 휴무이며, 관람은 전시 기간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가능합니다.
사전 예약 때 늦은 시간까지 연장 관람이 가능합니다. 작가와의 대화(23일 오후 3시)와 드로잉 워크숍 역시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문의는 인스타그램(@biniartspace) 등을 통해 가능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언어를 존재로 불러내는 드라마투르기적 실험”

장윤하 작가 설치 이미지.
말은 사라지면서도 남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흐릅니다.
제주시 원도심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7일 개막한 전시 ‘말말’은 언어가 존재로 호출되는 순간을 케이블과 영상, 설치로 구현합니다.
관객은 읽고 상상하는 행위 자체가 공연이 되는 낯선 무대에 초대됩니다.
■ 케이블을 따라 걷는 언어의 길
이수연 작가의 신작 ‘말의 길’은 케이블을 배우로 삼은 전시형 케이블극입니다.
연극에서 ‘드라마투르기(dramaturgy)’는 대본 작성에 머물지 않고, 작품이 어떻게 관객에게 닿을지를 설계하는 작업인데, 이번에는 그 구조를 무대 밖 전시장으로 옮겼습니다.
관객은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며 대본을 읽고, 스스로 장면을 상상합니다.
공연의 부재가 아니라, 읽기와 상상 자체가 공연이 되는 실험적 구조입니다.
언어의 흐름을 물리적 선으로 치환한 이 작업은, 보이지 않는 말이 실제 경로를 얻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이수연 작가 설치 이미지.
■ 낡은 간판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장윤하 작가는 오래된 간판 글씨와 비인간적 형상 속에서 언어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특정 장소와 시간이 품은 기억을 내러티브로 엮어내며, 현실과 비현실, 문학과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작업은 잊힌 흔적과 작은 목소리를 복원하면서, 언어가 결코 고정된 기호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사라지는 목소리, 흘러가는 언어의 잔향을 붙잡아내는 장면 속에서 관객은 자기 안의 말과 마주하게 됩니다.
■ “나는 말입니다”..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전시는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관객에게 묻습니다.
“만약 말(言)이 자아를 가진다면, 태어나고 사라지는 순간 무엇을 느낄까? 나는 누구에게, 어떤 목소리로 말을 건넬까?”
이 물음은 언어의 시간성과 존재성을 동시에 겨냥합니다.
발화와 함께 사라지는 언어는 동시에 관계와 흔적을 남기고, 바로 그 소멸과 잔존에서 빚어지는 긴장이 전시의 핵심적인 에너지가 됩니다.

장윤하 작가 설치 이미지.
■ 관객 참여로 확장되는 무대
전시는 또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합니다.
23일 오후 3시 김정 배우(202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연기상 수상)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합니다.
시각예술가와 타 장르 예술가가 서로의 질문을 교차하면서 작품의 층위를 확장하는 자리입니다.
또 전시 기간, 박해빈 시각예술가와 함께하는 드로잉 워크숍을 4차례 진행하면서 관객이 직접 언어와 이미지를 그려내는 체험적 확장을 시도합니다.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참여와 상상으로 이어지는 전시입니다.

이수연 작가 설치 이미지.
■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이번 전시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 프로그램 지원으로 진행되는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8회의 전시, 5회의 작가와의 대화, 20회의 드로잉 워크숍을 이어가며, 원도심 속 예술 실험의 거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수연 작가 설치 이미지.
■ ‘말’을 불러낸 두 예술가의 궤적
이수연 작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과 공연을 제작해온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알록달록 돌하르방’, 뮤지컬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머시브 무용극 ‘나무의 노래’, 미디어 아트 개인전 ‘복’ 등을 발표했습니다.
책·공연·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장윤하 작가는 영상을 기반으로 설치와 참여형 작업을 선보이며 작은 것들의 발화를 탐구해왔습니다.
충북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2023·2024년 청년예술가 창작지원에 연속 선정되는 등 지역성과 시각예술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상홍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대표는 “이번 전시는 언어라는 비가시적 흐름이 예술가의 상상과 관객의 체험 속에서 새로운 무대로 변주되는 과정”이라며,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이어지는 이 기획 자체가 관계와 감각의 재구성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 전시를 마주하는 시간과 자리
‘말말’전은 오는 30일까지 제주시 관덕로 3길 15,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립니다.
11일부터 15일까지 휴무이며, 관람은 전시 기간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가능합니다.
사전 예약 때 늦은 시간까지 연장 관람이 가능합니다. 작가와의 대화(23일 오후 3시)와 드로잉 워크숍 역시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문의는 인스타그램(@biniartspace) 등을 통해 가능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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