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천에서 시작된 한 땀… 사회 균열을 메우다
전시장서 이어진 손길, 11월엔 돌봄으로 향한다
25~28일 예술공간 ‘이아’… 27일까지 참여 접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가장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풀려버린 관계들은 잊힌 자국처럼 남아 있지만, 바늘과 실은 그 틈을 다시 이어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언어입니다.
이번 가을, 예술공간 ‘이아’ 제2전시실에 모이는 손끝은 천 조각을 잇는 동시에 서로의 삶을 엮습니다.
작은 천이 하나의 이불로 겹겹이 이어지고, 그 이불이 전시장을 넘어 돌봄의 현장으로 건너갈 때, 예술은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이어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 불완전함이 모여 완전해지는 순간
조각보는 늘 불균질합니다.
색도 다르고 크기도 제각각인 천들이 모여야 비로소 하나의 전체가 완성됩니다.
‘아기 이불 짓기’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사회적 치유의 과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 제2전시실에서 열립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든 전시장을 찾아 단 30분만 바늘을 잡아도 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건 천 조각이 아닌, 관계의 한 장면입니다.
■ 바늘질로 쓰는 공동체의 이야기
치유공예 그룹 ‘손의 기억’이 주관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원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6월, 179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열 채의 아기 이불을 완성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조각보들이 겉보로 이어져 하나의 이불로 확장됩니다.
신소연 ‘손의 기억’ 대표는 “바느질은 작은 동작 같지만, 함께 모이면 사회를 덮는 힘이 된다”며, “이곳에서의 시간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예술이 돌봄으로 되돌아오는 길
완성된 아기 이불은 전시 종료 후 11월 초, 제주의 미혼모센터 애서원으로 전달됩니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작은 손길이 지역의 현장으로 이어지며, 예술은 감상의 차원을 확장해 돌봄이라는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모델을 보여줍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바느질처럼, 이번 프로그램이 지역 사회가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제주가 던지는 질문
섬의 고립성과 도시화의 속도가 교차하는 제주.
그 안에서 관계는 쉽게 끊어지고, 돌봄은 여전히 개별 가정의 몫으로 남습니다.
이 땅에서 ‘아기 이불’은 하나의 직물이 아니라, 사회적 균열을 메우는 은유로 다가옵니다.
조각보는 개인의 삶이고, 바느질은 그 삶들을 다시 이어내는 사회적 손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의 현장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번져갑니다.
이불은 아이를 덮지만, 그 온기는 모두의 결핍을 감쌉니다.
전시장에서 바늘을 집어드는 순간,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작은 바늘땀이 이어낸 것은 직물이 아니라, 흩어진 관계와 서로의 삶이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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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서 이어진 손길, 11월엔 돌봄으로 향한다
25~28일 예술공간 ‘이아’… 27일까지 참여 접수

다양한 조각보가 모여 완성된 아기 이불. 전시 후 미혼모센터에 기증된다. (‘손의 기억’ 제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가장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풀려버린 관계들은 잊힌 자국처럼 남아 있지만, 바늘과 실은 그 틈을 다시 이어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언어입니다.
이번 가을, 예술공간 ‘이아’ 제2전시실에 모이는 손끝은 천 조각을 잇는 동시에 서로의 삶을 엮습니다.
작은 천이 하나의 이불로 겹겹이 이어지고, 그 이불이 전시장을 넘어 돌봄의 현장으로 건너갈 때, 예술은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이어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난 6월 열린 1차 ‘아기 이불 조각보 잇기’에 참여한 시민들이 천 조각을 이어 붙이고 있다. (‘손의 기억’ 제공)
■ 불완전함이 모여 완전해지는 순간
조각보는 늘 불균질합니다.
색도 다르고 크기도 제각각인 천들이 모여야 비로소 하나의 전체가 완성됩니다.
‘아기 이불 짓기’는 바로 그 불완전함을 사회적 치유의 과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25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 제2전시실에서 열립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든 전시장을 찾아 단 30분만 바늘을 잡아도 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건 천 조각이 아닌, 관계의 한 장면입니다.

전시장 벽면에서 색색의 조각보를 함께 이어 붙이는 참가자들. (‘손의 기억’ 제공)
■ 바늘질로 쓰는 공동체의 이야기
치유공예 그룹 ‘손의 기억’이 주관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원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6월, 179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열 채의 아기 이불을 완성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조각보들이 겉보로 이어져 하나의 이불로 확장됩니다.
신소연 ‘손의 기억’ 대표는 “바느질은 작은 동작 같지만, 함께 모이면 사회를 덮는 힘이 된다”며, “이곳에서의 시간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참가자에게 바느질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 (‘손의 기억’ 제공)
■ 예술이 돌봄으로 되돌아오는 길
완성된 아기 이불은 전시 종료 후 11월 초, 제주의 미혼모센터 애서원으로 전달됩니다.
전시장에서 시작된 작은 손길이 지역의 현장으로 이어지며, 예술은 감상의 차원을 확장해 돌봄이라는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모델을 보여줍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바느질처럼, 이번 프로그램이 지역 사회가 다시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에서 열린 1차 작업 현장 전경. (‘손의 기억’ 제공)
■ 제주가 던지는 질문
섬의 고립성과 도시화의 속도가 교차하는 제주.
그 안에서 관계는 쉽게 끊어지고, 돌봄은 여전히 개별 가정의 몫으로 남습니다.
이 땅에서 ‘아기 이불’은 하나의 직물이 아니라, 사회적 균열을 메우는 은유로 다가옵니다.
조각보는 개인의 삶이고, 바느질은 그 삶들을 다시 이어내는 사회적 손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주의 현장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한 질문으로 번져갑니다.
이불은 아이를 덮지만, 그 온기는 모두의 결핍을 감쌉니다.
전시장에서 바늘을 집어드는 순간,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작은 바늘땀이 이어낸 것은 직물이 아니라, 흩어진 관계와 서로의 삶이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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