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농협-베트남 남딘성 협력, 계절근로자 제도에 멘토링·문화교류 접목
수십억 손실 방지·농가 소득 안정 효과 입증.. 제도 보완 없인 확산 한계
서부 고산 들녘에 외국 청년들의 손길이 본격 투입됐습니다.
고산농협이 베트남 남딘성과 맺은 협력으로 들어온 계절근로자들이 노동력을 넘어 농촌 경제와 지역 공동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축이 되고 있습니다.
수십억 원 손실 방지 효과가 확인되며 농가와 지역 상권에 활력을 주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 없이는 실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 인력난의 해법, 베트남에서 온 29명
21일 농협 제주본부에 따르면, 고산농협은 2024년 10월 30명의 베트남 계절근로자를 시작으로, 올해 5월과 7월에도 인력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8월 29명이 새로 입국해 내년 2월까지 양배추·비트·감귤·마늘 재배 현장에 투입됩니다.
제주 전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516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배치됐으며, 감귤 수확기에는 1만 5,0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영찬 고산농협 조합장은 “농촌 인력난은 이제 구조적 문제라 개별 농가 차원에서는 감당이 어렵다”며 “계절근로자 제도가 없었다면 수확 차질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현장지원반, 노동에서 공동체로
고산농협은 계절근로자 제도를 고용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고향주부모임과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을 현장지원반으로 조직해 근로자들의 멘토로 세웠습니다. 밭에서는 재배 노하우를 전하고, 생활에서는 애로사항을 함께 풀어주며, 여가 시간에는 문화 체험도 이어갔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한림공원 탐방도 진행하면서 베트남 청년들의 지역 문화와 접근성도 높였습니다.
현장지원반에 참여한 한 주부 회원은 “농작업 기술뿐 아니라 생활 적응까지 함께 돕다 보니 이들이 이제는 이웃처럼 느껴진다”며, “서로 웃으며 일하는 모습이 농촌에 활기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 경제 효과, 수확 차질 막아 수십억 원 지킨다
실제 고산농협은 지난해 10월,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며 한 달간 약 1,500만 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안정적 인력 확보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던 건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계절근로자 제도가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농작물 손실을 예방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가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고, 소비 여력 확대와 지역 상권 활성화, 물류 효율 개선으로 파급 효과를 더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산농협 한 관계자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가격이 곤두박질치는데, 계절근로자 덕분에 농가들이 제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지역 전체 경제에 영향을 더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베트남 청년, “농사 배우고, 제주와 함께 숨 쉬고 싶다”
베트남에서 제주를 찾은 한 계절근로 참가자는 “고산에서 일하며 한국 농사 기술을 직접 배우는 건 무척 소중한 경험”이라며,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이 따뜻하게 도와줘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힘들지만 수확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고향에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제도 보완 없인 ‘농협 적자 사업’에 그칠 수도
그러나 기후나 작업 환경에 따라 유휴 인력이 발생하면 농협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합니다.
고산농협 한 관계자는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지역 농협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류 안정성, 의료·주거 지원, 보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농촌의 미래, 상생 구조에 달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점차 농촌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 수입에 머문다면 한계는 분명합니다.
고산농협의 시도처럼 멘토링과 문화교류, 공동체 참여가 결합될 때 그 시도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농촌 내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입니다.
안정된 체류 조건과 합리적 보상 체계, 체계적 관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고산의 실험은 전국 농촌의 미래 전략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고산농협의 협력 모델은 더 이상 ‘외국인 일손’에 머물지 않습니다. 농촌과 세계가 함께 살아가는 구조로, 새로운 농업 생존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의 땀방울은 지금 고산 들녘에서 농가의 생존과 지역경제 재생을 동시에 일으키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이 씨앗은 끝내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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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손실 방지·농가 소득 안정 효과 입증.. 제도 보완 없인 확산 한계

고산농협 계절근로자 현장지원반 회원들이 지난 5일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에게 참깨 수확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제주농협 제공)
서부 고산 들녘에 외국 청년들의 손길이 본격 투입됐습니다.
고산농협이 베트남 남딘성과 맺은 협력으로 들어온 계절근로자들이 노동력을 넘어 농촌 경제와 지역 공동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축이 되고 있습니다.
수십억 원 손실 방지 효과가 확인되며 농가와 지역 상권에 활력을 주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 없이는 실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 인력난의 해법, 베트남에서 온 29명
21일 농협 제주본부에 따르면, 고산농협은 2024년 10월 30명의 베트남 계절근로자를 시작으로, 올해 5월과 7월에도 인력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8월 29명이 새로 입국해 내년 2월까지 양배추·비트·감귤·마늘 재배 현장에 투입됩니다.
제주 전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516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배치됐으며, 감귤 수확기에는 1만 5,0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영찬 고산농협 조합장은 “농촌 인력난은 이제 구조적 문제라 개별 농가 차원에서는 감당이 어렵다”며 “계절근로자 제도가 없었다면 수확 차질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현장지원반, 노동에서 공동체로
고산농협은 계절근로자 제도를 고용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고향주부모임과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을 현장지원반으로 조직해 근로자들의 멘토로 세웠습니다. 밭에서는 재배 노하우를 전하고, 생활에서는 애로사항을 함께 풀어주며, 여가 시간에는 문화 체험도 이어갔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과 한림공원 탐방도 진행하면서 베트남 청년들의 지역 문화와 접근성도 높였습니다.
현장지원반에 참여한 한 주부 회원은 “농작업 기술뿐 아니라 생활 적응까지 함께 돕다 보니 이들이 이제는 이웃처럼 느껴진다”며, “서로 웃으며 일하는 모습이 농촌에 활기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 경제 효과, 수확 차질 막아 수십억 원 지킨다
실제 고산농협은 지난해 10월,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며 한 달간 약 1,500만 원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안정적 인력 확보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던 건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계절근로자 제도가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농작물 손실을 예방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가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고, 소비 여력 확대와 지역 상권 활성화, 물류 효율 개선으로 파급 효과를 더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산농협 한 관계자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가격이 곤두박질치는데, 계절근로자 덕분에 농가들이 제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지역 전체 경제에 영향을 더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베트남 청년, “농사 배우고, 제주와 함께 숨 쉬고 싶다”
베트남에서 제주를 찾은 한 계절근로 참가자는 “고산에서 일하며 한국 농사 기술을 직접 배우는 건 무척 소중한 경험”이라며,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이 따뜻하게 도와줘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힘들지만 수확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고향에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 제도 보완 없인 ‘농협 적자 사업’에 그칠 수도
그러나 기후나 작업 환경에 따라 유휴 인력이 발생하면 농협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합니다.
고산농협 한 관계자는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지역 농협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류 안정성, 의료·주거 지원, 보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산농협 계절근로자들과 현장지원반 회원들이 지난 16일 말린 참깨를 털고 있는 모습. (제주농협 제공)
■ 농촌의 미래, 상생 구조에 달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점차 농촌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 수입에 머문다면 한계는 분명합니다.
고산농협의 시도처럼 멘토링과 문화교류, 공동체 참여가 결합될 때 그 시도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농촌 내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입니다.
안정된 체류 조건과 합리적 보상 체계, 체계적 관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고산의 실험은 전국 농촌의 미래 전략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고산농협의 협력 모델은 더 이상 ‘외국인 일손’에 머물지 않습니다. 농촌과 세계가 함께 살아가는 구조로, 새로운 농업 생존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의 땀방울은 지금 고산 들녘에서 농가의 생존과 지역경제 재생을 동시에 일으키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이 씨앗은 끝내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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