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4·3 기록물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제주4·3 아카이브 기록관'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록관의 설립 방향은 중앙정부가 아닌 제주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어제(25일)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앙정부 주도의 국가기록시설 유치는 국가 예산을 통한 안정적 인프라 구축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4·3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간과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기록관 건립 방안은 ▲제주자치도 주관 방식과 ▲중앙정부 소속 국가기록시설 유치 방식 등 크게 두 가지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유네스코 등재 기록물의 핵심적 가치는 국가폭력에 대항해 유족과 도민이 수십 년간 직접 생산하고 수집한 '아래로부터의 기록'이라는 점에 있다"며 "이 기록물이 다시 국가기관의 획일적 관리 체계에 편입되는 것은 기록물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25일) 열린 제주4·3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 토론회 (촬영, 박주혁 기자)
또한 중앙정부 주도의 관리 방식이 기록물의 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그는 "원본 기록물의 공개 권한을 중앙정부가 보유하게 될 경우, 기록관은 '살아있는 아카이브'가 아닌 단순 '수장고'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며 "역사적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기록이 또다시 행정적 통제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아울러 기록관은 연구·교육·전시 기능을 강화하고, 도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참여형 아카이브'로 구축돼야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 그는 "기록의 생산과 해석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민간 소장 자료의 수집과 디지털화를 확대해 기록관을 살아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는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기록 정보 접근성 강화 ▲텍스트·이미지·음성 데이터의 연계 ▲방문자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기록관을 미래형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김재순 전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장도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제주4·3특별법에 근거한 지방 주도형과 기록물관리법에 근거를 둔 중앙 주도형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장·단점을 제시했습니다. 김 전 관장은 지방 정부 주도 기록관 운영의 경우 "4·3 수형인명부 등 중앙정부에서 생산한 기록물은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반영하지 않으면 사본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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