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가 아니라 내 체면 때문에”… 대만 단체관광서 터진 강매 논란
제주 관광, 사람은 바뀌었지만 시스템은 그대로… “이래서야”
외국인 관광객은 폭증했지만, 관광 현장은 여전히 낡은 관행 위에 멈춰 있습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 내 체면이 걸렸다”는 한 가이드의 말이 온라인을 달구며, 관광 성장 뒤에 가려졌던 구조적 왜곡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 “왜 안 사냐”… 여행이 강매로 바뀐 순간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만의 온라인 커뮤니티 디카드(Dcard)에 한 이용자가 올린 제주 단체여행 후기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작성자는 “4박 5일 일정 중 넷째 날 면세점 방문에서 가이드의 언행으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가이드가 특정 매대 앞에서 설명을 들으라 했고, 한 노인이 잠시 벗어나자 ‘다른 팀을 방해한다’며 다시 불러세웠다”고 전했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가이드는 “왜 안 사냐, 다른 팀은 다 샀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내 체면이 걸린 일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습니다.
작성자는 “화장품 알레르기가 있어 사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선물로 사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우린 여행을 온 손님이지 훈계 들으러 온 게 아니다”고 토로했습니다.
■ 대만 커뮤니티 전역으로 번진 ‘제주 후폭풍’
해당 글은 24시간도 안 돼 대만 주요 커뮤니티에 확산됐습니다.
“10년 전에도 똑같았다”, “인삼 가게에서 문 닫고 못 나가게 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어 대만 뉴스 채널 TVBS는 “제주 단체관광에서 가이드 강매 논란이 불거졌다”며, 현지 관광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짚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제주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쇼핑 일정이 지나치다”고 적었고, 다른 이는 “가이드가 매출 실적에 매달리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공항 면세점 아닌 ‘단체관광 전용 매장’일 가능성
작성자는 글에서 해당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단체가 동시에 있었다”, “매장 밖에서도 가이드가 연설을 이어갔다”는 묘사로 미뤄 공항 면세점보다는 단체 관광객을 위한 시내 면세 쇼핑 매장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제주에는 대형 시내 면세점 외에도 여행사 전용 쇼핑센터와 사후면세점이 다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쇼핑 포함 코스’가 단체 패키지 일정의 기본값으로 들어가 있고, 여행객의 구매가 가이드 수입과 직결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습니다.
■ “싸게 팔고, 억지로 사게 만든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만·중국발 단체상품의 상당수가 ‘저가 패키지–쇼핑 수수료’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패키지 요금을 낮추는 대신, 가이드 수입과 여행사 수익을 면세점 판매 수수료로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관광객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가이드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수수료가 여행사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품가가 낮을수록 가이드 압박이 커지고, 그 불편은 결국 소비자(여행객)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숫자는 늘었지만, 구조는 제자리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만 명)보다 15.5%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대만 관광객은 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35.4% 늘었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광의 질은 여전히 ‘쇼핑 일정’에 묶여 있습니다.
관광진흥법상 강매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현장 단속은 불규칙하고 신고 체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 “단속이 아니라 계약 구조를 바꿔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일부 가이드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패키지 계약 단계에서부터 쇼핑 일정이 포함돼 있고, 이를 근거로 여행사가 가이드에게 일정 수수료를 배분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가 국제관광 중심지로 가려면 단체관광의 계약 구조부터 공개하고, 수익 배분 체계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면서,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 외국인 늘었는데, ‘신뢰’는 줄고 있다
제주는 지금 외국인 관광객 폭증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수록, ‘신뢰의 결핍’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관광 학계 전문가들은 “저가 패키지와 쇼핑 수수료 중심의 산업 구조가 지속된다면 제주 관광의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이어 “관광이 판매의 통로로 변하는 순간, 여행은 기억이 아니라 불만으로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그들의 후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면서, “결국 제주가 팔아야 할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신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관광, 사람은 바뀌었지만 시스템은 그대로… “이래서야”

대만 TVBS 뉴스가 보도한 제주 단체관광 강매 논란 기사 화면. ‘돈 없으면 오지 말라’는 가이드 발언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TVBS 홈페이지 캡처)
외국인 관광객은 폭증했지만, 관광 현장은 여전히 낡은 관행 위에 멈춰 있습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 내 체면이 걸렸다”는 한 가이드의 말이 온라인을 달구며, 관광 성장 뒤에 가려졌던 구조적 왜곡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 “왜 안 사냐”… 여행이 강매로 바뀐 순간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만의 온라인 커뮤니티 디카드(Dcard)에 한 이용자가 올린 제주 단체여행 후기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작성자는 “4박 5일 일정 중 넷째 날 면세점 방문에서 가이드의 언행으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가이드가 특정 매대 앞에서 설명을 들으라 했고, 한 노인이 잠시 벗어나자 ‘다른 팀을 방해한다’며 다시 불러세웠다”고 전했습니다.
설명이 끝나자 가이드는 “왜 안 사냐, 다른 팀은 다 샀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내 체면이 걸린 일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습니다.
작성자는 “화장품 알레르기가 있어 사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선물로 사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우린 여행을 온 손님이지 훈계 들으러 온 게 아니다”고 토로했습니다.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 ‘디카드(Dcard)’에 올라온 제주 단체여행 후기 글. 제목에 ‘제주도 단체여행 중 한국 가이드가 화장품점에서 강매했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대만 커뮤니티 전역으로 번진 ‘제주 후폭풍’
해당 글은 24시간도 안 돼 대만 주요 커뮤니티에 확산됐습니다.
“10년 전에도 똑같았다”, “인삼 가게에서 문 닫고 못 나가게 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어 대만 뉴스 채널 TVBS는 “제주 단체관광에서 가이드 강매 논란이 불거졌다”며, 현지 관광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짚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제주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쇼핑 일정이 지나치다”고 적었고, 다른 이는 “가이드가 매출 실적에 매달리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면세 쇼핑 매장을 배경으로 단체관광객에게 강매를 요구하는 가이드를 이미지화한 삽화. 구체적인 면세점 형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광 강매 논란과 신뢰 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편집 이미지)
■ 공항 면세점 아닌 ‘단체관광 전용 매장’일 가능성
작성자는 글에서 해당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단체가 동시에 있었다”, “매장 밖에서도 가이드가 연설을 이어갔다”는 묘사로 미뤄 공항 면세점보다는 단체 관광객을 위한 시내 면세 쇼핑 매장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제주에는 대형 시내 면세점 외에도 여행사 전용 쇼핑센터와 사후면세점이 다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쇼핑 포함 코스’가 단체 패키지 일정의 기본값으로 들어가 있고, 여행객의 구매가 가이드 수입과 직결되는 구조가 고착돼 있습니다.

단체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매장으로 이동하는 장면. 저가 패키지 중심의 단체 관광 구조를 표현했다. (편집 이미지)
■ “싸게 팔고, 억지로 사게 만든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만·중국발 단체상품의 상당수가 ‘저가 패키지–쇼핑 수수료’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패키지 요금을 낮추는 대신, 가이드 수입과 여행사 수익을 면세점 판매 수수료로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관광객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가이드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수수료가 여행사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품가가 낮을수록 가이드 압박이 커지고, 그 불편은 결국 소비자(여행객)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료화면)
■ 숫자는 늘었지만, 구조는 제자리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만 명)보다 15.5%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대만 관광객은 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35.4% 늘었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광의 질은 여전히 ‘쇼핑 일정’에 묶여 있습니다.
관광진흥법상 강매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현장 단속은 불규칙하고 신고 체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 “단속이 아니라 계약 구조를 바꿔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일부 가이드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패키지 계약 단계에서부터 쇼핑 일정이 포함돼 있고, 이를 근거로 여행사가 가이드에게 일정 수수료를 배분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가 국제관광 중심지로 가려면 단체관광의 계약 구조부터 공개하고, 수익 배분 체계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면서,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 외국인 늘었는데, ‘신뢰’는 줄고 있다
제주는 지금 외국인 관광객 폭증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수록, ‘신뢰의 결핍’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관광 학계 전문가들은 “저가 패키지와 쇼핑 수수료 중심의 산업 구조가 지속된다면 제주 관광의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이어 “관광이 판매의 통로로 변하는 순간, 여행은 기억이 아니라 불만으로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그들의 후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면서, “결국 제주가 팔아야 할 것은 화장품이 아니라 신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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