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늘면서, 국내선 좌석 6% 감소... 서울 특가 남고, 제주 매진
해외로 몰린 항공기... 관광객 불편과 지역산업 타격으로 번지다
운임 500원짜리 비행기가 뜨는 동안, 귀경표는 2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거리, 같은 하늘인데 한쪽은 비어 있고, 한쪽은 막혀 있습니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항공권 전쟁은 이제 ‘수요 폭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선이 빠져나가고 국제선이 늘어난 구조의 결과입니다.
■ 서울행 20만원, 제주행 1만3천원… 유류할증료 포함 ‘총운임의 역설’
9일 오후 기준, 서울→제주 항공권은 여전히 1만 3,300원짜리 특가가 남아 있었습니다.
항공운임 500원에 유류할증료 8,800원, 제세공과금 4,000원을 더한 총운임 기준입니다.
즉, 비행기값 500원 위에 붙은 각종 요금이 26배에 달합니다.
반면 같은 시기 제주→서울 노선은 금요일부터 주말, 휴일까지 대부분 매진됐고,
남은 좌석은 18만 원대에서 많게는 월요일 20만 원대를 웃돌고 있습니다.
귀경편 예매창에는 “검색된 항공편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반복됩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선 공급이 줄면서 귀경표 중심으로 요금이 폭등했다”며, “서울행 특가가 남는데도 제주행이 매진되는 건 구조의 왜곡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 해외로 몰린 항공기, 국내선은 밀려났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석은 전년보다 5.4% 줄었습니다.
반면 국제선은 17.3% 늘었고, 이용객은 20.9% 증가했습니다.
국내선 이용객은 6.2% 줄었지만 탑승률은 89.3%. 좌석은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일본·중국 노선 중심으로 기재를 돌리는 추세”라며, “국내선은 단가가 낮고 유류비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제선 확대는 단기 수익엔 도움이 되지만, 국내 여행시장 기반을 갉아먹는 ‘산업 자해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관광객 불편, 산업도 타격
항공권 대란은 비단 도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좌석이 없으면 관광객의 발도 묶입니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권을 잡기 어려워지면 예약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숙박·렌터카·식당까지 파급 효과가 바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도 “최근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제주 관광은 외국 항공사 손에 시장을 내주는 꼴도 감수해야될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 증편은 매년 반복, 실효성은 제자리
정부와 제주도는 올해도 “명절 임시편 74편 증편”을 발표했지만, 활주로 포화와 슬롯(이착륙 시간대) 제약 탓에 체감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여행사 관계자는 “임시편은 대부분 새벽이나 늦은 시간대 몰려 일반 승객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증편’이라는 말만 남고, 현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는 관광지이면서 생활공간”
전문가들은 “이제는 공공항공 개념을 회복하려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관광 정책 전문가는 “도서 지역 항공편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생활 기반”이라며, “국가가 지방공항 노선 유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제주는 관광지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일터이자 집”이라면서, “균형 있는 항공정책 없이는 지역산업도, 생활권도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하늘길 불균형, 결국 산업 리스크로
국내선이 빠진 자리를 국제선이 채우고, 국내 관광 수요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도민의 이동권뿐 아니라 관광산업 전체의 체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임 500원짜리 비행기가 이륙하는 동안 대기표를 쥔 승객들의 기다림은 길어지고, 내일 다시 모레로 이어질 20만 원짜리 귀경표 앞에서 한숨만 더 깊어집니다.
제주 공항은 활기를 잃지 않았지만, 그 활기가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되레 불편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하늘길의 불균형을 방치한다면 내년 명절에도 같은 제목의 뉴스를 또 보게 될 것”이라며, “제주노선의 공공성 회복과 장기적 항공 공급 전략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국제선 확대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국내 관광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지역 균형과 관광산업 지속성 모두를 고려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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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몰린 항공기... 관광객 불편과 지역산업 타격으로 번지다
국내선 꽉 막히고, 국제선은 뜨지만…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하늘길 불균형’. (편집 이미지)
운임 500원짜리 비행기가 뜨는 동안, 귀경표는 2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거리, 같은 하늘인데 한쪽은 비어 있고, 한쪽은 막혀 있습니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항공권 전쟁은 이제 ‘수요 폭주’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선이 빠져나가고 국제선이 늘어난 구조의 결과입니다.
■ 서울행 20만원, 제주행 1만3천원… 유류할증료 포함 ‘총운임의 역설’
9일 오후 기준, 서울→제주 항공권은 여전히 1만 3,300원짜리 특가가 남아 있었습니다.
항공운임 500원에 유류할증료 8,800원, 제세공과금 4,000원을 더한 총운임 기준입니다.
즉, 비행기값 500원 위에 붙은 각종 요금이 26배에 달합니다.
한 LCC의 서울발 제주행 항공권 예약 화면. 최저가 1만3,300원으로, 항공운임은 500원에 불과하다. 유류할증료와 공과금이 전체 운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항공권 예약 화면 캡처)
반면 같은 시기 제주→서울 노선은 금요일부터 주말, 휴일까지 대부분 매진됐고,
남은 좌석은 18만 원대에서 많게는 월요일 20만 원대를 웃돌고 있습니다.
귀경편 예매창에는 “검색된 항공편이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반복됩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선 공급이 줄면서 귀경표 중심으로 요금이 폭등했다”며, “서울행 특가가 남는데도 제주행이 매진되는 건 구조의 왜곡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 해외로 몰린 항공기, 국내선은 밀려났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제주공항 국내선 공급석은 전년보다 5.4% 줄었습니다.
반면 국제선은 17.3% 늘었고, 이용객은 20.9% 증가했습니다.
국내선 이용객은 6.2% 줄었지만 탑승률은 89.3%. 좌석은 줄었는데 수요는 그대로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일본·중국 노선 중심으로 기재를 돌리는 추세”라며, “국내선은 단가가 낮고 유류비 비중이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제선 확대는 단기 수익엔 도움이 되지만, 국내 여행시장 기반을 갉아먹는 ‘산업 자해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관광객 불편, 산업도 타격
항공권 대란은 비단 도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좌석이 없으면 관광객의 발도 묶입니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권을 잡기 어려워지면 예약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숙박·렌터카·식당까지 파급 효과가 바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도 “최근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선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제주 관광은 외국 항공사 손에 시장을 내주는 꼴도 감수해야될지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 증편은 매년 반복, 실효성은 제자리
정부와 제주도는 올해도 “명절 임시편 74편 증편”을 발표했지만, 활주로 포화와 슬롯(이착륙 시간대) 제약 탓에 체감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여행사 관계자는 “임시편은 대부분 새벽이나 늦은 시간대 몰려 일반 승객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증편’이라는 말만 남고, 현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는 관광지이면서 생활공간”
전문가들은 “이제는 공공항공 개념을 회복하려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관광 정책 전문가는 “도서 지역 항공편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생활 기반”이라며, “국가가 지방공항 노선 유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제주는 관광지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일터이자 집”이라면서, “균형 있는 항공정책 없이는 지역산업도, 생활권도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하늘길 불균형, 결국 산업 리스크로
국내선이 빠진 자리를 국제선이 채우고, 국내 관광 수요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도민의 이동권뿐 아니라 관광산업 전체의 체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임 500원짜리 비행기가 이륙하는 동안 대기표를 쥔 승객들의 기다림은 길어지고, 내일 다시 모레로 이어질 20만 원짜리 귀경표 앞에서 한숨만 더 깊어집니다.
제주 공항은 활기를 잃지 않았지만, 그 활기가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되레 불편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하늘길의 불균형을 방치한다면 내년 명절에도 같은 제목의 뉴스를 또 보게 될 것”이라며, “제주노선의 공공성 회복과 장기적 항공 공급 전략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국제선 확대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국내 관광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지역 균형과 관광산업 지속성 모두를 고려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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