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폭력에서 책임으로... “국가가 선택한 사과의 형식”
법무부가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피해자 150명에 대한 국가배상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국가가 과거의 폭력 앞에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선택입니다.
제주도는 곧바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 제주 “4·3의 교훈, 여순으로 이어졌다”
제주자치도는 10일 자료를 통해 “법무부의 여순사건 항소 포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면서, 이번 결정을 “4·3 특별법 개정 이후 쌓아온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연장선”으로 평가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여는 길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제주4·3의 경험을 토대로 여순사건을 비롯한 전국의 과거사 지역과 연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한 판결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126명, 서울중앙지법에서 24명 등 총 150명의 피해자에게 내려진 1심 배상 판결입니다.
법원은 당시 국가의 불법적 공권력 행사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국가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 “국가가 소멸시효를 말하지 않겠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항소 포기 이유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소멸시효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랜 시간 고통받은 피해자와 유가족께 국가를 대신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사건에 이어 국가가 상소를 자제한 네 번째 사례입니다.
법무부는 ‘국민통합과 과거사 치유’라는 기조 아래, 불법적 공권력 행사에 대한 항소 포기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여순과 4·3, 다른 이름의 같은 고통
여순사건은 1948년, 국군 제14연대 일부가 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비극입니다.
이후 이어진 진압 과정에서 전남과 전북, 경남 등지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국가 폭력이 일상의 언어가 되던 시절의 잔혹함이 드러났습니다.
제주4·3과 여순은 지역의 이름만 다를 뿐, 국가가 자국민을 적으로 규정했던 시대의 똑같은 비극입니다.
제주는 자신이 먼저 겪은 그 상처를 통해, 여순의 진실을 더 일찍 이해했습니다.
4·3이 국가 책임의 제도화를 이끌었다면, 여순은 그 길 위에서 정의의 실현이 현실로 이어지는 두 번째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항소 포기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배상으로 가는 문을 연 상징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후속 절차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결단은 결국 ‘선언의 반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과 이후의 체계로 배상 집행의 속도와 범위, 미규명 사건의 추가 조사, 그리고 지역 간 형평성 확보가 모두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4·3의 경험이 여순사건 해결의 디딤돌이 됐다”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법무부가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피해자 150명에 대한 국가배상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국가가 과거의 폭력 앞에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선택입니다.
제주도는 곧바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 제주 “4·3의 교훈, 여순으로 이어졌다”
제주자치도는 10일 자료를 통해 “법무부의 여순사건 항소 포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면서, 이번 결정을 “4·3 특별법 개정 이후 쌓아온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연장선”으로 평가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여는 길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제주4·3의 경험을 토대로 여순사건을 비롯한 전국의 과거사 지역과 연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한 판결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126명, 서울중앙지법에서 24명 등 총 150명의 피해자에게 내려진 1심 배상 판결입니다.
법원은 당시 국가의 불법적 공권력 행사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며, 국가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 “국가가 소멸시효를 말하지 않겠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항소 포기 이유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소멸시효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랜 시간 고통받은 피해자와 유가족께 국가를 대신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사건에 이어 국가가 상소를 자제한 네 번째 사례입니다.
법무부는 ‘국민통합과 과거사 치유’라는 기조 아래, 불법적 공권력 행사에 대한 항소 포기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여순과 4·3, 다른 이름의 같은 고통
여순사건은 1948년, 국군 제14연대 일부가 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비극입니다.
이후 이어진 진압 과정에서 전남과 전북, 경남 등지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고 국가 폭력이 일상의 언어가 되던 시절의 잔혹함이 드러났습니다.
제주4·3과 여순은 지역의 이름만 다를 뿐, 국가가 자국민을 적으로 규정했던 시대의 똑같은 비극입니다.
제주는 자신이 먼저 겪은 그 상처를 통해, 여순의 진실을 더 일찍 이해했습니다.
4·3이 국가 책임의 제도화를 이끌었다면, 여순은 그 길 위에서 정의의 실현이 현실로 이어지는 두 번째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항소 포기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배상으로 가는 문을 연 상징적 조치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후속 절차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결단은 결국 ‘선언의 반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과 이후의 체계로 배상 집행의 속도와 범위, 미규명 사건의 추가 조사, 그리고 지역 간 형평성 확보가 모두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4·3의 경험이 여순사건 해결의 디딤돌이 됐다”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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