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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뜨겁다”… 잔열의 회화가 남긴 시간
2025-10-13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조기섭 개인전 ‘타오르진 않지만 오래가는 불처럼’
제주의 밤을 비추다
조기섭 作

불은 사라져도 온도는 남습니다.
폭발의 순간보다 식어가는 시간이 더 깊은 감각을 남깁니다.

그 잔열의 온도에서 시작됩니다.

빛이 꺼진 자리에서 다시 시간을 불러내고, 불의 끝에서 지속을 사유합니다.


지금 시대가 잃어버린 감각.
느림과 기다림의 시간을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스튜디오126‘에서 지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조기섭 작가의 개인전 ‘타오르진 않지만 오래가는 불처럼’은 불이 남긴 시간의 흔적과 빛의 여운을 회화로 붙잡아 선보입니다.

제주에서 작업을 이어온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은분으로 응고된 불의 잔열, 그리고 그로부터 피어오르는 지속의 미학을 탐구합니다.


조기섭 作

■ 타오름보다 남음의 미학

작가의 회화는 언제나 불의 끝을 응시합니다.
불이 타오르는 순간보다, 타고 남은 자리를 더 오래 바라봅니다.

은분으로 덮인 화폭은 수없이 덧입혀지고, 다시 갈려나가며 시간의 층위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그 반복 속에 회화는 시각의 대상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행위가 됩니다.

작가는 “불은 사라지지만, 그 시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남음이 나에게 회화의 시작이다”라며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는 “조기섭의 회화는 시간의 지층을 쌓는 일”이라며, “겉보기엔 고요하지만, 화면 아래에는 끓는 시간이 있다”고 전시 기획 취지를 전했습니다.

전시장 스튜디오126에서 작품 설치 중인 조기섭 작가. 잔열의 회화가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작가 SNS)

■ 지속의 철학, 차이의 회화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지속’이 있습니다.
이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가 저서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 1968)’에서 제시한 사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들뢰즈는 세계를 고정된 재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변주되는 차이의 흐름 속에서, 시간이 스스로를 다시 쓰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반복은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일이 아니라, 차이가 자신을 만들어내는 운동이었습니다

작가의 회화는 그 사유를 시각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같은 선을 반복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같지 않습니다. 덧입히고 갈아내는 과정마다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이 생겨나고, 그 결이 쌓여 하나의 리듬이 됩니다.

불이 꺼진 뒤 남은 잔열이 또 다른 온도로 변하듯 화면은 ‘다시 타오르는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조기섭 作

■ 사라짐의 미학과 느림의 철학

또한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Paul Virilio, 1932~2018)는 저서 ‘사라짐의 미학(L’Esthétique de la Disparition, 1980)’에서 기술 문명의 가속이 인간의 감각과 존재를 소멸시킨다고 경고했습니다.
“속도가 곧 사고를 낳는다.”

그래서 작가의 회화는 그 속도에 맞서는 느림의 미학이기도 합니다.
빛이 사라진 자리를 오래 응시하며, 사라짐을 지속으로 바꾸고, 흔적을 남김으로 전환합니다.

그 느림은 단지 속도의 부정이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회복하려는 예술적 저항입니다.

최근 동시대 미학 담론에서도 비릴리오의 ‘사라짐의 미학(Aesthetics of Disappearance)’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느림의 철학(Philosophy of Slowness)’이 결합하며, 시간의 지속과 감각의 농도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품은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사라지는 시간’을 ‘머무는 빛’으로 바꾸는 회화적인 응답으로 읽힙니다.

조기섭 作

■ 오래 남는 불, 머무는 빛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은분과 장지를 결합한 회화적 실험을 이어왔고 시간과 물질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KT&G 상상마당, 아트스페이스KC, 제주 스튜디오126 등에서 ‘빛의 유영’, ‘극점을 지나, 경계에 서서’ 등을 선보였고 제주현대미술관과 소암기념관 등 주요 기관 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2025년 종근당예술지상 작가로 선정되며 회화적 언어의 경계를 더 확장했습니다.

작업은 시간과 물질이 만나는 지점을 다루며, 한국 현대회화 안에서 ‘지속의 미학’을 구축해가는 독자적인 궤도를 보여줍니다.

전시는 22일까지 제주시 북성로 스튜디오126에서 열립니다.

관람은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가능하며, 매주 수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전일 개방됩니다. 일요일은 휴관입니다.


이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속작가제 후원을 받았으며, 자세한 정보는 스튜디오126 인스타그램(@studio126_jeju)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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