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은 돌았지만, 체온은 여전히 낮다
정책이 살린 소비, 시장이 버린 투자
제주는 지금, 한쪽 날개로 나는 경제입니다.
소비는 돌아왔지만, 투자는 멈췄습니다.
17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공개한 ‘10월 실물경제 동향’은 그 불균형을 또렷이 보여줍니다.
[김지훈의 ’맥락‘] 연속기획은 세 편으로 구성됩니다. ① 소비의 온도 ② 투자 절벽 ③ 산업 체질.
그 첫 번째는 지금 제주의 표면을 덮은 ‘소비의 착시’를 다룹니다.
■ 수치는 오르지만, 결제 구조가 달라졌다
성수기로 꼽히는 8월 제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 신용카드 사용액도 5.1% 줄었습니다.
겉으론 소비 위축인데, 그 구조가 다릅니다.
7월 말부터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39.7%가 지역화폐 ‘탐나는전’으로 지급되면서 카드 통계는 줄고, 실제 현장 결제는 지역화폐로 옮겨갔습니다.
한국은행은 “도민 소비는 카드 감소폭보다 양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카드 매출은 줄었는데 탐나는전 결제가 절반을 넘었다”며, “결제 방식만 바뀌었을 뿐, 장부상 총매출은 그대로”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정책이 만든 결제 변화가 ‘소비 회복’으로 읽히는 착시를 만든 셈입니다.
■ 쿠폰이 만든 온기, 끊기면 식는 구조
15일 기준, 제주에서 12만 2,000명이 신청하고 26억 2,000만 원이 지급된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 매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온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자료에서 “정책 효과에 의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실물경제의 체력 회복으로 보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구조는 외부 열로 달궈진 철판과 같다”며, “열원이 꺼지면 금세 식는다. 소비 온도를 유지하려면 민간소득과 투자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관광은 늘었지만, 지역 체온은 그대로
관광객은 분명히 돌아왔습니다.
9월 한 달 제주 방문객은 118만 4,000명, 전년보다 3만 9,000명 정도 늘었습니다.
내국인은 여행 심리 개선과 항공편 확대로 3개월 연속 증가했고 외국인도 무비자 전국 확대(9월 29일 시행)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지역 산업 전체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이를 한국은행은 관광객 수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소비 부진이 완화되는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즉, 숙박과 음식업은 반등했지만 제조·건설 등 실물 산업으로의 파급은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지역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었어도 지역 체감은 다르다”며, “숙박·음식점은 북적이지만, 그 돈이 지역 안에서 한 바퀴 돌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지금의 회복은 일부 ‘관광지 활기’일 뿐, ‘경제의 순환’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 투자의 엔진이 멈췄다
같은 시기 건축 착공면적은 –88.7%, 건설수주액은 –94.9%로 급감했습니다.
레미콘 출하량은 –21%, 미분양 2,621호 중 준공 후 미분양이 1,608호(61.3%)에 달했습니다.
이같은 건설시장의 냉각은 일자리로 직결됩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발주가 막히면 현장 인력부터 줄인다”며, “하루 일당 20만 원이 넘어도 공사가 없으니 인력, 자재, 식당까지 연쇄적으로 식는다”고 말했습니다.
투자가 선행돼야 소비가 따라오지만, 지금 제주는 그 반대입니다.
정부 재정으로 버티는 소비가, 시장의 숨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 정책은 버팀목일 뿐, 균형은 아니다
제주도는 최근 발표한 ‘제주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1조 원 규모 저금리 융자지원, 미분양 해소 패키지, 그리고 AI·그린수소 등 미래산업 육성을 내세웠습니다.
그렇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통계의 해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표 상승이 곧 체질 회복은 아니다”며, “정책 효과를 분리해 읽지 않으면, 도정의 판단은 또 한 발 늦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 숫자는 반등했지만, 체온은 낮다
카드는 줄었지만 소비는 유지됐고, 관광은 늘었지만 건설은 멈췄습니다.
한국은행의 표현처럼 ‘완만한 회복’ 속엔 정책 의존과 구조적 불균형이 함께 숨어 있습니다.
제주는 지금, ‘정책이 살린 소비’와 ‘시장이 버린 투자’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균형을 잃은 경제는 언젠가 방향을 잃습니다.
다음 편(➁ 투자의 절벽, 멈춘 경제의 심장)은 공공·민간 투자 위축이 제주 순환경제의 고리를 어떻게 끊고 있는지, 현장의 ‘정지된 자본’을 살펴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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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살린 소비, 시장이 버린 투자

정책이 살린 소비와 멈춘 건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탐나는전과 카드 결제의 온기 뒤로, 식어버린 공사현장이 대조된다. (편집 이미지)
제주는 지금, 한쪽 날개로 나는 경제입니다.
소비는 돌아왔지만, 투자는 멈췄습니다.
17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공개한 ‘10월 실물경제 동향’은 그 불균형을 또렷이 보여줍니다.
[김지훈의 ’맥락‘] 연속기획은 세 편으로 구성됩니다. ① 소비의 온도 ② 투자 절벽 ③ 산업 체질.
그 첫 번째는 지금 제주의 표면을 덮은 ‘소비의 착시’를 다룹니다.
■ 수치는 오르지만, 결제 구조가 달라졌다
성수기로 꼽히는 8월 제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감소, 신용카드 사용액도 5.1% 줄었습니다.
겉으론 소비 위축인데, 그 구조가 다릅니다.
7월 말부터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39.7%가 지역화폐 ‘탐나는전’으로 지급되면서 카드 통계는 줄고, 실제 현장 결제는 지역화폐로 옮겨갔습니다.
한국은행은 “도민 소비는 카드 감소폭보다 양호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카드 매출은 줄었는데 탐나는전 결제가 절반을 넘었다”며, “결제 방식만 바뀌었을 뿐, 장부상 총매출은 그대로”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정책이 만든 결제 변화가 ‘소비 회복’으로 읽히는 착시를 만든 셈입니다.
■ 쿠폰이 만든 온기, 끊기면 식는 구조
15일 기준, 제주에서 12만 2,000명이 신청하고 26억 2,000만 원이 지급된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 매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온기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번 자료에서 “정책 효과에 의한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실물경제의 체력 회복으로 보기엔 아직 미흡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구조는 외부 열로 달궈진 철판과 같다”며, “열원이 꺼지면 금세 식는다. 소비 온도를 유지하려면 민간소득과 투자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관광은 늘었지만, 지역 체온은 그대로
관광객은 분명히 돌아왔습니다.
9월 한 달 제주 방문객은 118만 4,000명, 전년보다 3만 9,000명 정도 늘었습니다.
내국인은 여행 심리 개선과 항공편 확대로 3개월 연속 증가했고 외국인도 무비자 전국 확대(9월 29일 시행)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열기가 지역 산업 전체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이를 한국은행은 관광객 수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소비 부진이 완화되는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즉, 숙박과 음식업은 반등했지만 제조·건설 등 실물 산업으로의 파급은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지역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었어도 지역 체감은 다르다”며, “숙박·음식점은 북적이지만, 그 돈이 지역 안에서 한 바퀴 돌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지금의 회복은 일부 ‘관광지 활기’일 뿐, ‘경제의 순환’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 투자의 엔진이 멈췄다
같은 시기 건축 착공면적은 –88.7%, 건설수주액은 –94.9%로 급감했습니다.
레미콘 출하량은 –21%, 미분양 2,621호 중 준공 후 미분양이 1,608호(61.3%)에 달했습니다.
이같은 건설시장의 냉각은 일자리로 직결됩니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발주가 막히면 현장 인력부터 줄인다”며, “하루 일당 20만 원이 넘어도 공사가 없으니 인력, 자재, 식당까지 연쇄적으로 식는다”고 말했습니다.
투자가 선행돼야 소비가 따라오지만, 지금 제주는 그 반대입니다.
정부 재정으로 버티는 소비가, 시장의 숨통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1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 정책은 버팀목일 뿐, 균형은 아니다
제주도는 최근 발표한 ‘제주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1조 원 규모 저금리 융자지원, 미분양 해소 패키지, 그리고 AI·그린수소 등 미래산업 육성을 내세웠습니다.
그렇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통계의 해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표 상승이 곧 체질 회복은 아니다”며, “정책 효과를 분리해 읽지 않으면, 도정의 판단은 또 한 발 늦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해는 떠올랐지만, 길의 온도는 아직 낮다. (편집 이미지)
■ 숫자는 반등했지만, 체온은 낮다
카드는 줄었지만 소비는 유지됐고, 관광은 늘었지만 건설은 멈췄습니다.
한국은행의 표현처럼 ‘완만한 회복’ 속엔 정책 의존과 구조적 불균형이 함께 숨어 있습니다.
제주는 지금, ‘정책이 살린 소비’와 ‘시장이 버린 투자’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균형을 잃은 경제는 언젠가 방향을 잃습니다.
다음 편(➁ 투자의 절벽, 멈춘 경제의 심장)은 공공·민간 투자 위축이 제주 순환경제의 고리를 어떻게 끊고 있는지, 현장의 ‘정지된 자본’을 살펴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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