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와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
닫히는 공간에서 다시 태어난 창작의 실험
‘비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제주 원도심과 이도주공 상가,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거의 동시에 열린 전시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와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닫힘 속에서 새로 피어난 예술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지난 7개월의 실험을 정리하며 기억의 회로를 되짚고, 다른 하나는 서로의 작품 위에 손을 얹은 두 작가의 대화입니다.
공간을 예술의 조건이 아닌 ‘살아 있는 시간’으로 되돌려놓은 두 전시는 말합니다.
“이제, 당신이 마주할 차례다.”
■ 비워진 자리, 기억으로 다시 채워지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일곱 개 전시 ‘빈공간 오픈 스튜디오’, ‘관덕로3길 15’, ‘너무 뻔한 계절’, ‘교신’, ‘무색의 풍경’, ‘말말’, ‘몽타쥬, 영화의 재조립’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입니다.
공간을 스쳐간 시간과 사람의 흔적이 다시 하나로 엮입니다.
배우이자 극작가 문일수는 “우리를 사회화시키기 이전의 우리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릇이라면 무엇을 담을 수 있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연출가 윤혜진은 “비어 있지만 기억으로 가득 찬 공간, 가능성과 확장이 겹쳐지는 장소”라 말하고, 배우 김 정은 “틀려도 되는 공간, 그 삐딱함 속에서 매력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전시의 또 다른 축이 됩니다. 배우, 연출가, 음악가, 관객이 남긴 언어까지 더해지며 공간의 체온이 다시 살아납니다.
여기에 박해빈 작가가 진행한 ‘빈공간 그림방’ 워크숍의 결과물 70여 점이 더해졌습니다.
도민 18명이 완성한 캔버스들은 제주의 풍경과 감정을 담은 시각적 일기입니다.
관덕로3길의 오래된 건물 안, 그 그림들은 일상의 조각들을 차분히 포개고 있습니다.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시각예술 공간 지원에 이어, 올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7개월간 8회의 전시, 5회의 작가 대화, 20회의 드로잉 워크숍을 이어오며 ‘지역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했습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그 여정의 마지막 문장이자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16일 시작한 전시는 22일까지 제주시 관덕로3길 15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립니다.
사전 예약 시 오후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 닫히는 공간에서 열린 실험
이도주공 상가의 8평 남짓한 작은 공간 팜하우스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김지훈 작가와 이상홍 작가가 함께 여는 2인전이자, 팜하우스의 마지막 전시입니다.
이곳은 2024년 11월부터 김 작가가 직접 운영한 무인형 갤러리로, 식당과 전시가 공존하는 구조로 시작했습니다.
‘좋은 식당과 갤러리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발상 아래, 주민과 학생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생활 속 예술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익 없이 이어온 1년의 실험은 결국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작가는 “언젠가 어르신과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 가로등이 없는 길을 밝히는 윈도우 갤러리를 다시 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닫히는 문, 닫아야 하는 문 앞에서 다시 불빛을 꿈꾸는 그 말은 예술이 가진 가장 단단한 낙관처럼 들립니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서로의 완성된 작품 한 점을 교환해 그 위에 새로운 회화를 덧입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제나, 순서도 미리 정한 건 없었습니다.
제주·서울을 오가며 활발하게 각자의 감각을 쌓아온 두 사람은 서로 화면에 개입하며 교차의 미학을 만들어냅니다.
협업이 아닌, ‘대화의 형태로 존재하는 실험’입니다.
두 작가는 이미 완성된 회화 위에 다시 붓을 올리며 묻습니다.
“예술의 종착점이란, 정말 존재할까.”
그리고 그 질문 자체를 제목으로 남겼습니다.
지난 15일 시작한 전시는 26일까지 제주시 구남로45-2 1층 팜하우스에서 이어집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무일은 없습니다.
■ 공간의 지속, 예술의 호흡
두 전시는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만납니다.
“공간이 사라져도, 예술은 계속될 수 있을까.”
제주에서 창작공간이란 그저 전시를 여는 장소가 아닙니다. 실험이 이뤄지고, 관계가 태어나며, 기억이 남는 생태의 근거지입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관계가 남긴 시간의 흔적을,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서로의 감각이 닿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비워진 자리는 다른 감각으로 채워지고, 닫히는 공간은 다른 형태를 기약합니다.
결국 예술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지속의 태도’로 존재합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회화와 공간을 주제로 작업해온 김지훈 작가는 팜하우스의 기획자이자 회화 작가로, 공간과 회화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이상홍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오브제와 평면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며 지역성과 감각의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두 작가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의 공동기획자로 협력하며, 지역 예술 생태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실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닫히는 공간에서 다시 태어난 창작의 실험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전시 전경.
‘비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제주 원도심과 이도주공 상가,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거의 동시에 열린 전시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와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닫힘 속에서 새로 피어난 예술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지난 7개월의 실험을 정리하며 기억의 회로를 되짚고, 다른 하나는 서로의 작품 위에 손을 얹은 두 작가의 대화입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 전시 전경.
공간을 예술의 조건이 아닌 ‘살아 있는 시간’으로 되돌려놓은 두 전시는 말합니다.
“이제, 당신이 마주할 차례다.”
■ 비워진 자리, 기억으로 다시 채워지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일곱 개 전시 ‘빈공간 오픈 스튜디오’, ‘관덕로3길 15’, ‘너무 뻔한 계절’, ‘교신’, ‘무색의 풍경’, ‘말말’, ‘몽타쥬, 영화의 재조립’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입니다.
공간을 스쳐간 시간과 사람의 흔적이 다시 하나로 엮입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전시 전경.
배우이자 극작가 문일수는 “우리를 사회화시키기 이전의 우리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릇이라면 무엇을 담을 수 있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연출가 윤혜진은 “비어 있지만 기억으로 가득 찬 공간, 가능성과 확장이 겹쳐지는 장소”라 말하고, 배우 김 정은 “틀려도 되는 공간, 그 삐딱함 속에서 매력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전시의 또 다른 축이 됩니다. 배우, 연출가, 음악가, 관객이 남긴 언어까지 더해지며 공간의 체온이 다시 살아납니다.
여기에 박해빈 작가가 진행한 ‘빈공간 그림방’ 워크숍의 결과물 70여 점이 더해졌습니다.
도민 18명이 완성한 캔버스들은 제주의 풍경과 감정을 담은 시각적 일기입니다.
관덕로3길의 오래된 건물 안, 그 그림들은 일상의 조각들을 차분히 포개고 있습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시각예술 공간 지원에 이어, 올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작공간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7개월간 8회의 전시, 5회의 작가 대화, 20회의 드로잉 워크숍을 이어오며 ‘지역 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했습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그 여정의 마지막 문장이자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16일 시작한 전시는 22일까지 제주시 관덕로3길 15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립니다.
사전 예약 시 오후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 전시 전경.
■ 닫히는 공간에서 열린 실험
이도주공 상가의 8평 남짓한 작은 공간 팜하우스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김지훈 작가와 이상홍 작가가 함께 여는 2인전이자, 팜하우스의 마지막 전시입니다.
이곳은 2024년 11월부터 김 작가가 직접 운영한 무인형 갤러리로, 식당과 전시가 공존하는 구조로 시작했습니다.
‘좋은 식당과 갤러리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발상 아래, 주민과 학생이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생활 속 예술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익 없이 이어온 1년의 실험은 결국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작가는 “언젠가 어르신과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 가로등이 없는 길을 밝히는 윈도우 갤러리를 다시 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닫히는 문, 닫아야 하는 문 앞에서 다시 불빛을 꿈꾸는 그 말은 예술이 가진 가장 단단한 낙관처럼 들립니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서로의 완성된 작품 한 점을 교환해 그 위에 새로운 회화를 덧입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제나, 순서도 미리 정한 건 없었습니다.
제주·서울을 오가며 활발하게 각자의 감각을 쌓아온 두 사람은 서로 화면에 개입하며 교차의 미학을 만들어냅니다.
협업이 아닌, ‘대화의 형태로 존재하는 실험’입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 전시 전경.
두 작가는 이미 완성된 회화 위에 다시 붓을 올리며 묻습니다.
“예술의 종착점이란, 정말 존재할까.”
그리고 그 질문 자체를 제목으로 남겼습니다.
지난 15일 시작한 전시는 26일까지 제주시 구남로45-2 1층 팜하우스에서 이어집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무일은 없습니다.
■ 공간의 지속, 예술의 호흡
두 전시는 서로 다른 결을 지녔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만납니다.
“공간이 사라져도, 예술은 계속될 수 있을까.”
제주에서 창작공간이란 그저 전시를 여는 장소가 아닙니다. 실험이 이뤄지고, 관계가 태어나며, 기억이 남는 생태의 근거지입니다.
‘빈공간에서 빈공간으로’는 관계가 남긴 시간의 흔적을,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는 서로의 감각이 닿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비워진 자리는 다른 감각으로 채워지고, 닫히는 공간은 다른 형태를 기약합니다.
결국 예술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지속의 태도’로 존재합니다.
‘이이인전을할수있을까우리가’ 전시 전경.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회화와 공간을 주제로 작업해온 김지훈 작가는 팜하우스의 기획자이자 회화 작가로, 공간과 회화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이상홍 작가는 서울 출신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오브제와 평면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며 지역성과 감각의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두 작가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의 공동기획자로 협력하며, 지역 예술 생태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실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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