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녹지, 조달에 막히지”… 장병 93% “전투모가 현실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베레모 시대’를 접습니다.
훈련에도, 외출에도, 심지어 폭염 속에서도 써야 했던 베레모가 14년 만에 기본 군모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은 지난달부터 베레모와 전투모 혼용 확대를 시범 적용 중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공식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이제야 현실을 인정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불편한 상징, 효율을 막다
베레모는 원래 ‘상징의 모자’였습니다.
2011년 흑록색 베레모가 도입될 당시 육군은 “정복이 없는 병사에게 상징을 입힌다”며, 겉으로는 깔끔함과 단일 이미지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실전과 생활은 달랐습니다.
챙이 없어 햇빛을 막지 못하고, 통풍도 되지 않아 여름엔 “모자가 아니라 고무줄 밴드 같다”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장병들이 베레모를 세탁해 햇볕에 말리면 금세 수축돼 머리를 조였고, 복무기간 내내 1개로 버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투 상황에서는 베레모의 존재감은 더 옅었습니다.
어차피 방탄헬멧을 쓰기 때문에, 베레모는 실전과 아무 관계가 없었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훈련복 위에 예복용 모자를 강요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 93% “전투모로 통일하자”
올해 1월 육군이 1사단 등 8개 부대 1,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장병 93%가 전투모를 선호했고, 65%가 군모 단일화에 찬성했습니다.
그동안 군은 장병의 불만을 뒤늦게 따라잡는 식으로 규정을 바꿔왔습니다.
2020년 전투모를 ‘특수군모’로 부활시켰고, 같은 해 비 오는 날엔 영내 착용을 허용했습니다. 2021년에는 휴가·외출을 제외하고 전투모를 쓸 수 있도록 풀었습니다.
그 결과, 요즘 부대 안팎에서는 이미 ‘베레모보다 전투모가 기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예산도, 조달도 막혔다
베레모 유지엔 돈도, 시간도 더 들어갔습니다.
베레모는 개당 6,830원, 전투모는 6,300원.
두 종류를 함께 쓰면서 예산이 중복으로 들어갔고, 지난해 베레모 조달금액만 11억 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작업체는 단 한 곳뿐이라 공급 지연이 반복되고 품질 개선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2027년, 전투모 2개씩 보급
육군은 올해 9월부터 휴가·외출·외박 시 베레모와 전투모 혼용을 1단계로 시범 적용 중입니다.
11월까지 실험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에 군인복제령 개정을 요청하고, 이후 2027년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전투모는 종전 1개에서 2개로 늘어납니다.
박선원 의원은 “불편한 군모를 강요하기보다, 장병이 실제로 편하게 쓸 수 있는 모자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실을 반영해 베레모를 폐지하되, 육군의 정체성과 품격을 잃지 않는 새 군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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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원 의원. (본인 페이스북)
 
대한민국 육군이 ‘베레모 시대’를 접습니다.
훈련에도, 외출에도, 심지어 폭염 속에서도 써야 했던 베레모가 14년 만에 기본 군모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은 지난달부터 베레모와 전투모 혼용 확대를 시범 적용 중입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공식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이제야 현실을 인정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불편한 상징, 효율을 막다
베레모는 원래 ‘상징의 모자’였습니다.
2011년 흑록색 베레모가 도입될 당시 육군은 “정복이 없는 병사에게 상징을 입힌다”며, 겉으로는 깔끔함과 단일 이미지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실전과 생활은 달랐습니다.
챙이 없어 햇빛을 막지 못하고, 통풍도 되지 않아 여름엔 “모자가 아니라 고무줄 밴드 같다”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장병들이 베레모를 세탁해 햇볕에 말리면 금세 수축돼 머리를 조였고, 복무기간 내내 1개로 버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투 상황에서는 베레모의 존재감은 더 옅었습니다.
어차피 방탄헬멧을 쓰기 때문에, 베레모는 실전과 아무 관계가 없었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훈련복 위에 예복용 모자를 강요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 93% “전투모로 통일하자”
올해 1월 육군이 1사단 등 8개 부대 1,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장병 93%가 전투모를 선호했고, 65%가 군모 단일화에 찬성했습니다.
그동안 군은 장병의 불만을 뒤늦게 따라잡는 식으로 규정을 바꿔왔습니다.
2020년 전투모를 ‘특수군모’로 부활시켰고, 같은 해 비 오는 날엔 영내 착용을 허용했습니다. 2021년에는 휴가·외출을 제외하고 전투모를 쓸 수 있도록 풀었습니다.
그 결과, 요즘 부대 안팎에서는 이미 ‘베레모보다 전투모가 기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예산도, 조달도 막혔다
베레모 유지엔 돈도, 시간도 더 들어갔습니다.
베레모는 개당 6,830원, 전투모는 6,300원.
두 종류를 함께 쓰면서 예산이 중복으로 들어갔고, 지난해 베레모 조달금액만 11억 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작업체는 단 한 곳뿐이라 공급 지연이 반복되고 품질 개선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2027년, 전투모 2개씩 보급
육군은 올해 9월부터 휴가·외출·외박 시 베레모와 전투모 혼용을 1단계로 시범 적용 중입니다.
11월까지 실험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에 군인복제령 개정을 요청하고, 이후 2027년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전투모는 종전 1개에서 2개로 늘어납니다.
박선원 의원은 “불편한 군모를 강요하기보다, 장병이 실제로 편하게 쓸 수 있는 모자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실을 반영해 베레모를 폐지하되, 육군의 정체성과 품격을 잃지 않는 새 군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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