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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와도 위험은 그대로”… 제주공항, 멈추면 시작되는 보안 공백
2025-10-28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71건 실패한 항공보안… 보여주기식 경계 강화가 더 위험하다
멈춰 선 벨트 위로 밀려 쌓인 수하물. ‘한 줄 병목’이 제주공항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편집 이미지)

APEC을 앞두고 경계를 최고 수위로 높였지만 정작 구멍 난 구조는 그대로였습니다.

멈추는 순간 위험이 시작되는 공항.

그게 지금 제주입니다.


■ “71건 적발”… 국감이 드러낸 건 구조적 실패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이건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5년간 전국 공항 불시평가에서 71건의 보안 실패가 적발됐다고 공개했습니다.
이건태 의원.

모의폭발물 탐지 실패, 신분확인 누락, 위해물품 판독 실패.
유형조차 매년 같습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방식의 구멍이 뚫리는 현실입니다.


올해만 제주공항에서 확인돼 과태료와 시정조치를 받은 보안사고는 모두 11건(9월 기준).

한국공항공사 산하 12개 공항 발생 25건 중 거의 절반이 제주에 집중됐습니다.

전국 리스크가 한 곳으로 쏠렸습니다.

이 의원은 “문제는 반복이 아니라 지속”이라며, “안전 체계가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수하물 검색 벨트 뒤편. 벨트 멈춤이 곧 운영 중단으로 이어지는 취약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 벨트가 서는 순간, 공항은 ‘다운’된다

제주공항에서는 ‘불가피한 집중’이 ‘피할 수 없는 병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병목이 서는 순간, 보안도 함께 멈춥니다.

특정 항공사로 수요가 몰리는 구조인데도 수하물과 검색 동선은 한 줄로 묶인 채 운영됩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순간 벨트 정지 때, 전체 흐름이 막히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운항 현장에서는 더 직접적입니다.
항공사의 한 운항 실무자는 “수하물 벨트가 서면 공항이 멈춘다. 그 순간 보안이 뚫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상 직원이 벨트 위로 올라가 짐을 손으로 옮기는 모습은 이제 이 공항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보안검색 대기 인파. 높아진 혼잡도에 보안 시스템이 뒤따르는 구조다.

■ 보안요원은 자회사 소속… 유연성은 ‘없다’

보안 검색요원은 공항공사 자회사 체계입니다.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에 즉각 재배치가 어렵습니다.

한 보안검색요원은 “경계 강화 필요성은 모두 공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운영 방식이 그에 맞춰 바뀌지 않으면 부담은 고스란히 사람에 쌓일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힘으로 버티는 보안이지, 설계로 지키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출발장 전체를 메운 대기 행렬.

■ 비행기는 더 일찍 뜨는데… 보안,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

최근 새벽 운항이 확대되면서 대기줄이 먼저 형성되는데, 보안 검색이 뒤따라 가동되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변화된 운항 환경에 시스템이 제때 맞물리지 못한 장면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를 “운항 스케줄 변화에 시스템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운영 방식의 한계가 ‘시간 차(타이밍 불일치)‘라는 새로운 취약지점을 만든 셈입니다.

공항공사 측은 보안 인력 배치의 세부 조정은 자회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실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은 현장 인력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 국적사 직원은 ”시설과 동선이 그대로면 경계만 높여도 병목은 더 심해진다”라며, “결국 인력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때 생기는 빈틈이 진짜 위험이고, 피로가 누적될수록 사고 위험도 함께 커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안검색 절차 강화 안내문이 설치된 제주공항 출발 대합실. 안내문 뒤로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 “APEC은 이벤트가 아니… 실전이다”

APEC 기간, 제주공항은 중국·동남아 환승 거점 역할까지 맡습니다.

그런데 검색 동선, 수하물 처리 라인, 장애인 통로 모두 공간 확장 없는 증편에 갇혀 있습니다.

출구가 늘지 않은 채, 사람과 짐만 더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항공보안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고는 결국 우연이 아닌, 설계의 결과”라 말합니다.

경계가 높아질수록 그 설계가 시험대에 오릅니다.
보안을 올린 순간, 위험도 함께 커지는 역설입니다.
제주국제공항 전경.

■ 보여주기식 ‘경계 강화’는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

국토부는 2027년까지 항공보안사고 절반 감축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말합니다.
“달라진 게 없다.”

이건태 의원은 ”연례 업무처럼 반복되는 실패를 끊으려면 대응이 아니라 근본을 바꿔야 한다”라며, “보안인력 전문성과 처우 개선, 첨단 장비 도입까지 구조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경계의 높이가 아니라 기반의 두께입니다.
단속이 아니라 설계, 점검이 아니라 전환입니다.

APEC이 끝나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반을 바꾸지 않는 공항 보안은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실패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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