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만 명의 착시… 도정의 낙관 뒤 숨은, 경제의 무표정
10월의 제주는 붐볐습니다. 공항은 포화였고, 항공편은 만석이었습니다.
도정은 “관광 회복이 본격화됐다”며 숫자를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회복의 증거가 아니라, 착시의 서류입니다.
제주 관광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숫자에 기댄 낙관은 언제나 현실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성장’이 아니라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133만 6천 명, 회복이라 부르기엔... 근거가 없다
2일 제주자치도 등에 따르면 10월 한 달 제주 방문객은 133만 6,000명(잠정),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내국인은 9.8%, 외국인은 24.9%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도정은 “정책 효과가 본격화됐다”고 해석했지만, 근거는 빈약하기만 합니다.
같은 달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7, 전월보다 1.8포인트(p) 떨어졌습니다.
전국 평균(109.8)보다 4.1p 낮습니다.
즉, 관광객이 늘어난 달에 소비심리는 하락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통계의 엇박자’가 아니라,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지역경제지표는 더 뚜렷합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9.2% 감소, 소매판매액지수는 2.3% 감소했습니다.
방문은 늘었는데, 생산과 소비는 줄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회복’이란 단어는 행정의 자의적 해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정책의 브리핑, 데이터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도정은 “민관 합동 마케팅과 단체 인센티브 사업이 효과를 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사업별 투입 예산, 1인당 지출 변화, 재방문율 등 핵심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성과의 근거가 비어 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같은 시기 보고서에서 “소비심리 둔화와 내수 부진”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도 행정은 “효과가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데이터보다 보도자료가 먼저인 구조, 이게 지금 제주 관광정책의 가장 큰 실패입니다.
■ 외국인 관광객 24.9% 증가, 시장이 만든 반등이지 정책 성과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중앙정부의 중국 단체 무비자 재개와 항공 노선 복원이 만든 흐름입니다.
제주도의 정책이 시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시장이 제주를 스쳐간 결과입니다.
앞서 제주관광공사가 1분기 내놓은 한 조사에서도 ‘많이 왔지만, 덜 썼다’는 현실은 드러납니다.
내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67만 원이 안 됐습니다.(6만 9,979원) 전년보다 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외국인은 961달러로 오히려 70달러 가까이 줄었습니다.
사람은 늘었지만 씀씀이가 멈춘 구조, 그것이 제주 관광의 본모습입니다.
즉, “관광객이 늘었다”는 건 단순 유입이지, 지역 경제로 환류된 소비가 아니란 말입니다.
행정이 이걸 자신들의 ‘성과’라 포장하는 건 책임 회피의 언어입니다.
■ ‘나우다’, 디지털 전환인가, 디지털 전시인가
제주도가 자랑하는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는 두 달여 만에 가입자 5만 명을 넘기고, 현재(2일)까지 191개 가맹점이 참여했습니다.
겉으론 빠른 확산이지만, 실질적 이용률·결제액·객단가 변화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사업자들은 “가입만 늘었을 뿐, 현장은 그대로”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없는 ‘전환’은 혁신이 아니라 전시입니다.
정책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저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보도자료를 위한 이벤트로 변했습니다.
■ 관광객 수의 시대는 끝났다
제주 관광의 핵심은 ‘얼마나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행정은 여전히 유입의 숫자를 실적으로 세고 있습니다.
도민이 “이번 달엔 좀 나았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회복이 아니라 통계의 장식입니다.
10월의 제주는 붐볐지만, 경제는 조용했고 소비는 식었습니다.
133만 명의 방문은 숫자입니다.
105.7이라는 소비심리지수는 현실입니다.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 지금 제주의 맨얼굴입니다.
“제주 관광이 회복됐다”는 말은 그래프가 아니라, 삶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지금, 제주 관광은 정말 즐거운가?”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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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붐볐지만, 거리는 조용했다. 제주 관광의 ‘133만 명 착시’가 드러낸 현실. (편집 이미지)
10월의 제주는 붐볐습니다. 공항은 포화였고, 항공편은 만석이었습니다.
도정은 “관광 회복이 본격화됐다”며 숫자를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회복의 증거가 아니라, 착시의 서류입니다.
제주 관광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은 쉽습니다.
하지만 숫자에 기댄 낙관은 언제나 현실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성장’이 아니라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133만 6천 명, 회복이라 부르기엔... 근거가 없다
2일 제주자치도 등에 따르면 10월 한 달 제주 방문객은 133만 6,000명(잠정),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내국인은 9.8%, 외국인은 24.9%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도정은 “정책 효과가 본격화됐다”고 해석했지만, 근거는 빈약하기만 합니다.
같은 달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7, 전월보다 1.8포인트(p) 떨어졌습니다.
전국 평균(109.8)보다 4.1p 낮습니다.
즉, 관광객이 늘어난 달에 소비심리는 하락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통계의 엇박자’가 아니라,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지역경제지표는 더 뚜렷합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9.2% 감소, 소매판매액지수는 2.3% 감소했습니다.
방문은 늘었는데, 생산과 소비는 줄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회복’이란 단어는 행정의 자의적 해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지난달 25,26일 이틀간 부산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열린 ‘제주의 선물 in 부산’ 홍보 행사 현장. 행정이 내세우는 성과의 미소 뒤, 과연 시장의 체감은 따라가고 있을까. (제주자치도 제공)
■ 정책의 브리핑, 데이터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도정은 “민관 합동 마케팅과 단체 인센티브 사업이 효과를 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사업별 투입 예산, 1인당 지출 변화, 재방문율 등 핵심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성과의 근거가 비어 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같은 시기 보고서에서 “소비심리 둔화와 내수 부진”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도 행정은 “효과가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데이터보다 보도자료가 먼저인 구조, 이게 지금 제주 관광정책의 가장 큰 실패입니다.
■ 외국인 관광객 24.9% 증가, 시장이 만든 반등이지 정책 성과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중앙정부의 중국 단체 무비자 재개와 항공 노선 복원이 만든 흐름입니다.
제주도의 정책이 시장을 움직인 게 아니라, 시장이 제주를 스쳐간 결과입니다.
앞서 제주관광공사가 1분기 내놓은 한 조사에서도 ‘많이 왔지만, 덜 썼다’는 현실은 드러납니다.
내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67만 원이 안 됐습니다.(6만 9,979원) 전년보다 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외국인은 961달러로 오히려 70달러 가까이 줄었습니다.
사람은 늘었지만 씀씀이가 멈춘 구조, 그것이 제주 관광의 본모습입니다.
즉, “관광객이 늘었다”는 건 단순 유입이지, 지역 경제로 환류된 소비가 아니란 말입니다.
행정이 이걸 자신들의 ‘성과’라 포장하는 건 책임 회피의 언어입니다.
현재까지 191개 관광사업체가 참여 중인 제주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 숫자에 비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홈페이지)
■ ‘나우다’, 디지털 전환인가, 디지털 전시인가
제주도가 자랑하는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는 두 달여 만에 가입자 5만 명을 넘기고, 현재(2일)까지 191개 가맹점이 참여했습니다.
겉으론 빠른 확산이지만, 실질적 이용률·결제액·객단가 변화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사업자들은 “가입만 늘었을 뿐, 현장은 그대로”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없는 ‘전환’은 혁신이 아니라 전시입니다.
정책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저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보도자료를 위한 이벤트로 변했습니다.
■ 관광객 수의 시대는 끝났다
제주 관광의 핵심은 ‘얼마나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머물게 하느냐’입니다.
그런데 행정은 여전히 유입의 숫자를 실적으로 세고 있습니다.
도민이 “이번 달엔 좀 나았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회복이 아니라 통계의 장식입니다.
10월의 제주는 붐볐지만, 경제는 조용했고 소비는 식었습니다.
133만 명의 방문은 숫자입니다.
105.7이라는 소비심리지수는 현실입니다.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 지금 제주의 맨얼굴입니다.
“제주 관광이 회복됐다”는 말은 그래프가 아니라, 삶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지금, 제주 관광은 정말 즐거운가?”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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