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증가’ vs ‘내국인 이탈’
숙박 시장에 드러난 ‘이상한 신호’
“사람은 많지만, 돈은 안 돈다”
올여름 제주 관광은 분주했습니다.
하늘길과 뱃길이 다시 붐볐고, 공항에는 여행객이 끊임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그 숫자 아래, 소비 흐름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광지와 매출은 회복된 듯 보이지만, 그 안쪽에서는 소비가 두 갈래로 갈라진 흐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이번 연속기획은 제주 관광·숙박·경제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두 개의 현실을 파고듭니다.
표면적으로는 회복이지만 실제 경제 흐름은 멈춰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면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1편에서는 호텔이 가장 먼저 감지한 변화, 즉 ‘두 개의 제주’ 그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이어질 2·3편에서는 관광객 증가에도 지역경제가 식어 있는 이유를 실물 데이터로 추적합니다.
■ 외국인 수요는 고급 숙박으로 몰렸고, 내국인은 빠져나갔다
제주 관광을 둘러싼 가장 뚜렷한 변화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호텔업계는 이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한 업종입니다.
7~9월 동안 외국인 객실 점유율은 꾸준히 오르며 프리미엄 객실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반면 내국인 예약은 피크 시즌을 지나자마자 빠르게 떨어졌고, 체류일수 단축 또한 뚜렷했습니다.
한 특급호텔 실무자는 “외국인은 프리미엄 객실을 중심으로 꾸준히 예약했지만 내국인은 더 짧게 머물고 훨씬 저렴한 숙소로 이동했다”며 “제주 숙박시장은 단순 회복이 아니라, 소비층 재편이 시작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 제주신라호텔, 3년 연속 하락… 내국인 이탈의 증거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이 제주신라호텔입니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내놓은 분석 자료와 공시를 종합하면, 제주신라호텔 매출은 2023년 764억 원(전년 대비 –15.3%), 2024년 723억 원(–5.4%), 2025년 상반기 297억 원(–14.4%)으로 3년 연속 하락세입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 제주 호텔을 선택하는 내국인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며 “객단가 상승으로는 소비 기반 약화를 막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은 외국인이 채웠지만, 빠져나간 내국인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 파르나스 제주, 같은 흐름… ‘초기 기대’와 ‘시장 현실’의 괴리
파르나스 제주 역시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GS피앤엘 연결 실적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개장 초반 내국인 기반의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지만 여름 이후 이 기반이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여기에 항공료 상승, 체류일수 단축, 중저가 숙소의 선택 확대가 겹치면서 실적 압박이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관광·호텔 업계 한 전문가는 “파르나스 제주의 흐름은 제주 럭셔리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내국인 기반이 약해지고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숙박업… 지역 간 온도차
지역 숙박업 현황을 보면 구조적 재편은 더 분명해집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제주 숙박업체는 7,786개, 객실은 7만 9,080실입니다.
호텔·리조트 비중이 가장 크고, 농어촌 민박·펜션 등 저가 숙소도 많지만, 최근 시장의 중심은 프리미엄 객실과 외국인 수요에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주시권은 외국인 수요가 반영되면서 프리미엄 객실 선호가 강한 모습으로, 서귀포권은 내국인 중심에 가동률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귀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유 역시 내국인 기반의 이탈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회복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지금 제주 관광은 겉으로는 회복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를 움직이는 주체 자체가 달라진 상태입니다.
외국인이 프리미엄 객실을 채우면서 생긴 ‘상층부 회복’과, 내국인 이탈로 약해진 ‘중간층 소비 기반’이 같은 시장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 상황을 “확대가 아니라 재편”,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 학계 관계자는 “지금 숙박시장은 두 갈래로 완전히 갈라졌다”며 “외국인은 단가를 밀어올리는 반면, 내국인은 체류일수를 줄이면서 시장의 허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변화는 숙박업을 넘어 제주 경제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호텔에서 먼저 나타난 이 흐름은 곧 ‘숙박→ 교통→ 렌터카→ F&B→ 지역 상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큰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선 항공료·중저가 숙박·렌터카·F&B·주요 상권 매출을 중심으로,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의 정반대 흐름을 실물 데이터를 통해 진단합니다.
겉으로는 ‘성수기 같은 숫자’, 그러나 안에서는 ‘냉각된 제주 경제’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 연결고리를 살펴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숙박 시장에 드러난 ‘이상한 신호’
“사람은 많지만, 돈은 안 돈다”
호텔 밀집 지역의 항공 전경. 외국인 수요가 커지며 숙박 시장의 무게가 이동하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편집 이미지)
올여름 제주 관광은 분주했습니다.
하늘길과 뱃길이 다시 붐볐고, 공항에는 여행객이 끊임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그 숫자 아래, 소비 흐름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광지와 매출은 회복된 듯 보이지만, 그 안쪽에서는 소비가 두 갈래로 갈라진 흐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이번 연속기획은 제주 관광·숙박·경제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두 개의 현실을 파고듭니다.
표면적으로는 회복이지만 실제 경제 흐름은 멈춰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면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1편에서는 호텔이 가장 먼저 감지한 변화, 즉 ‘두 개의 제주’ 그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이어질 2·3편에서는 관광객 증가에도 지역경제가 식어 있는 이유를 실물 데이터로 추적합니다.
■ 외국인 수요는 고급 숙박으로 몰렸고, 내국인은 빠져나갔다
제주 관광을 둘러싼 가장 뚜렷한 변화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호텔업계는 이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한 업종입니다.
7~9월 동안 외국인 객실 점유율은 꾸준히 오르며 프리미엄 객실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반면 내국인 예약은 피크 시즌을 지나자마자 빠르게 떨어졌고, 체류일수 단축 또한 뚜렷했습니다.
한 특급호텔 실무자는 “외국인은 프리미엄 객실을 중심으로 꾸준히 예약했지만 내국인은 더 짧게 머물고 훨씬 저렴한 숙소로 이동했다”며 “제주 숙박시장은 단순 회복이 아니라, 소비층 재편이 시작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신라호텔. (호텔 블로그)
■ 제주신라호텔, 3년 연속 하락… 내국인 이탈의 증거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이 제주신라호텔입니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내놓은 분석 자료와 공시를 종합하면, 제주신라호텔 매출은 2023년 764억 원(전년 대비 –15.3%), 2024년 723억 원(–5.4%), 2025년 상반기 297억 원(–14.4%)으로 3년 연속 하락세입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 제주 호텔을 선택하는 내국인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며 “객단가 상승으로는 소비 기반 약화를 막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프리미엄 시장은 외국인이 채웠지만, 빠져나간 내국인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파르나스호텔 제주. (호텔 SNS)
■ 파르나스 제주, 같은 흐름… ‘초기 기대’와 ‘시장 현실’의 괴리
파르나스 제주 역시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GS피앤엘 연결 실적과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개장 초반 내국인 기반의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지만 여름 이후 이 기반이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여기에 항공료 상승, 체류일수 단축, 중저가 숙소의 선택 확대가 겹치면서 실적 압박이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관광·호텔 업계 한 전문가는 “파르나스 제주의 흐름은 제주 럭셔리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내국인 기반이 약해지고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제주 호텔을 배경으로 한 관광객 모습. 관광지의 활기와 여행 소비층의 증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 외국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숙박업… 지역 간 온도차
지역 숙박업 현황을 보면 구조적 재편은 더 분명해집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제주 숙박업체는 7,786개, 객실은 7만 9,080실입니다.
호텔·리조트 비중이 가장 크고, 농어촌 민박·펜션 등 저가 숙소도 많지만, 최근 시장의 중심은 프리미엄 객실과 외국인 수요에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주시권은 외국인 수요가 반영되면서 프리미엄 객실 선호가 강한 모습으로, 서귀포권은 내국인 중심에 가동률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귀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유 역시 내국인 기반의 이탈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회복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고 있다”
지금 제주 관광은 겉으로는 회복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를 움직이는 주체 자체가 달라진 상태입니다.
외국인이 프리미엄 객실을 채우면서 생긴 ‘상층부 회복’과, 내국인 이탈로 약해진 ‘중간층 소비 기반’이 같은 시장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 상황을 “확대가 아니라 재편”,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광 학계 관계자는 “지금 숙박시장은 두 갈래로 완전히 갈라졌다”며 “외국인은 단가를 밀어올리는 반면, 내국인은 체류일수를 줄이면서 시장의 허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변화는 숙박업을 넘어 제주 경제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호텔에서 먼저 나타난 이 흐름은 곧 ‘숙박→ 교통→ 렌터카→ F&B→ 지역 상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큰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주 호텔과 주변 경관.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와 고급 숙박 수요의 상승을 시각적으로 반영한 편집 이미.
다음 편에선 항공료·중저가 숙박·렌터카·F&B·주요 상권 매출을 중심으로,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의 정반대 흐름을 실물 데이터를 통해 진단합니다.
겉으로는 ‘성수기 같은 숫자’, 그러나 안에서는 ‘냉각된 제주 경제’가 왜 만들어졌는지, 그 연결고리를 살펴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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