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리점 관계자와 숨진 택배기사의 카카오톡 대화 (사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
제주에서 30대 택배기사가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쿠팡의 과로사 방지책이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오늘(1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 등에 따르면 쿠팡은 7일 연속 동일 아이디 앱 로그인 제한 시스템으로 과로를 방지하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대리점 내에서 타인 아이디를 활용한 배송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9월 5일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대리점 관계자는 숨진 택배기사 A 씨에게 "이번 달 다른 아이디 배송 없어?"라고 물었고, A 씨는 "김** 7일 319건", "한 건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이날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타인 아이디를 이용해 무려 8일 연속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며 "7일을 초과하는 연속 장시간 노동을 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쿠팡의 수수료 정산이 매월 26일부터 익월 25일을 기준으로 익월 15일에 지급되는 방식임을 고려할 때, 관리자는 8월분 수수료 정산을 위해 고인이 타인 아이디로 근무한 내역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대리점 업무 카톡방 근태 기록에는 8월 7일 자에 '김** 휴무', 'A 씨 209B'로 동시 기재됐다"며 "이는 '김**' 기사가 휴무인 날, A 씨가 '김**' 기사의 아이디로 근무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동 소재 도로에서 30대 새벽 배송 기사 A 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한 모습
이들은 "지난해 11월 18일 타인 아이디를 사용해 일했던 것에 대한 정산을 하기 위한 대화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과로 구조가 방치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고인이 근무했던 쿠팡 제주 1캠프에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해왔다는 동료 기사들의 일관된 증언도 확보했다"며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기로 한 1, 2차 사회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 문제는 고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쿠팡은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A 씨는 지난 4일 밤 9시쯤 배송업무로 인해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고, 4시간가량 일을 더하고 난 뒤 5일 새벽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3일간 장례를 치렀고, 지난 8일 하루를 쉰 후 9일 저녁 출근했습니다.
이튿날인 10일 새벽 2시 9분쯤 제주시 오라동 소재 도로에서 배송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A 씨는 1t 트럭을 몰다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중상을 입은 A 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제주시 오라동 소재 도로에서 30대 새벽 배송 기사 A 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한 모습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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