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시간이 겹쳐 만든 감각의 구조
결과 중심 미술을 뒤흔드는 ‘존재의 방식’
제주 도바나 아트스페이스에 지금, ‘작품’이 아니라 ‘존재’를 전면에 세운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아트랩 KOJI 장애예술가랩이 운영하는 두번째집의 2025 공유전 ‘존재의 방식’은 14명의 장애 예술가가 1년 동안 각자의 속도와 감각, 리듬으로 쌓아온 시간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시입니다.
결과 중심의 미술 문법을 벗어나 “예술가가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다시 꺼내듭니다.
■ 완성보다 존재를 세운 전시… 삶의 리듬, 미적 언어가 되다
‘존재의 방식’은 완성작 중심의 전시 구조와 분명히 다릅니다.
여러 번 지워졌다 다시 그어진 선, 손끝에서 오래 머문 압력, 멈췄다 이어진 흔적 등 작업의 자취가 그대로 작품이 됩니다.
기술의 정교함보다 감각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정답을 향해 달리는 속도보다 예술가가 실제로 살아낸 시간이 먼저 등장합니다.
신소연 기획자는 “예술가들의 속도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긴 전시”라며 “중요한 건 작업보다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왔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뮤니티아트랩 KOJI를 이끄는 민경언 대표는 “‘존재의 방식’은 작품보다 ‘작업하는 인간’에 주목해 예술을 존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두번째집의 관점을 담았다”며 “예술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행위이고,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이 어떻게 지속돼 왔는지를 기록한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말보다 살아낸 시간의 결이 먼저 다가오는 전시입니다.
■ 제주에서 구축된 새로운 창작 모델… 기술 대신 감각, 성취 대신 지속
두번째집은 장애 예술가에게 기능 훈련이나 규범화된 기술 습득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가진 감각과 리듬을 창작의 기준으로 삼는 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접근은 국제 예술교육과 장애예술 연구에서 논의되는 ‘비규범적 창작(non-normative creativity)’과 자연스럽게 맞닿습니다.
‘비규범적’은 정해진 기술 기준·속도·형식에 맞추지 않고, 예술가의 감각·몸·시간 그 자체를 창작 언어로 인정하는 관점을 뜻합니다.
이는 장애예술 연구자인 페트라 쿠퍼스(Petra Kuppers)가 강조한 “몸과 감각의 차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읽어내는 방식”과 연결되고 예술교육학자 엘리엇 아이즈너(Elliot Eisner)가 제시한 “표준화된 기술 평가를 넘어 개인의 감각적 경험을 핵심으로 보는 미술교육론”과도 정확히 이어집니다.
두번째집의 ‘감각 중심·존재 중심·속도 존중’ 모델은 이 두 흐름을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두번째집은 지속 가능한 작업 환경, 표현 확장 프로그램, 전시 기회, 예술인 일자리 연계 등을 통해 결과물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창작 시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 예술, 표현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여는 감각’
천천히 전시장을 걷다 보면, 예술이 장애 예술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감정이 먼저 흔들린 자리에서 기억이 재료를 만나 형태를 얻고, 손끝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순간들이 포착됩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다시 세상과의 관계를 묶어냅니다.
그래서 예술은 이들에게 무언가를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선택하고, 감정을 언어로 만들고, 관계를 회복하고, 존재를 다시 세우는 방식이 됩니다.
장애 예술을 별도의 영역처럼 분리하던 시각은 이 전시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대신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근본적인*“사람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 감상이 아니라 ‘목격’
전시장에 놓인 것은 완성작 몇 점이 아닙니다.
14명의 예술가가 1년 동안 쌓아 올린 시간의 흐름 그 자체입니다.
그 앞에 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이 결과물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세워온 과정 전체라는 사실을.
‘존재의 방식’은 올해 제주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마음을 붙잡는 전시 중 하나입니다.
기교를 완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장스푸드와 제주자치도, 제주메세나협회의 4년 연속 후원으로 진행되며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8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과 중심 미술을 뒤흔드는 ‘존재의 방식’
이민철, 회화 ‘풍경의 기하학적 환원(Geometric abstraction of a landscape)’ (2025)
제주 도바나 아트스페이스에 지금, ‘작품’이 아니라 ‘존재’를 전면에 세운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아트랩 KOJI 장애예술가랩이 운영하는 두번째집의 2025 공유전 ‘존재의 방식’은 14명의 장애 예술가가 1년 동안 각자의 속도와 감각, 리듬으로 쌓아온 시간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시입니다.
결과 중심의 미술 문법을 벗어나 “예술가가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다시 꺼내듭니다.
■ 완성보다 존재를 세운 전시… 삶의 리듬, 미적 언어가 되다
‘존재의 방식’은 완성작 중심의 전시 구조와 분명히 다릅니다.
여러 번 지워졌다 다시 그어진 선, 손끝에서 오래 머문 압력, 멈췄다 이어진 흔적 등 작업의 자취가 그대로 작품이 됩니다.
기술의 정교함보다 감각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정답을 향해 달리는 속도보다 예술가가 실제로 살아낸 시간이 먼저 등장합니다.
신소연 기획자는 “예술가들의 속도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긴 전시”라며 “중요한 건 작업보다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왔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뮤니티아트랩 KOJI를 이끄는 민경언 대표는 “‘존재의 방식’은 작품보다 ‘작업하는 인간’에 주목해 예술을 존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두번째집의 관점을 담았다”며 “예술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행위이고,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이 어떻게 지속돼 왔는지를 기록한 자리”라고 밝혔습니다.
말보다 살아낸 시간의 결이 먼저 다가오는 전시입니다.
윤성필, 클래식 기타 연주 ‘좋아하는 쓰기’
■ 제주에서 구축된 새로운 창작 모델… 기술 대신 감각, 성취 대신 지속
두번째집은 장애 예술가에게 기능 훈련이나 규범화된 기술 습득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가진 감각과 리듬을 창작의 기준으로 삼는 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접근은 국제 예술교육과 장애예술 연구에서 논의되는 ‘비규범적 창작(non-normative creativity)’과 자연스럽게 맞닿습니다.
‘비규범적’은 정해진 기술 기준·속도·형식에 맞추지 않고, 예술가의 감각·몸·시간 그 자체를 창작 언어로 인정하는 관점을 뜻합니다.
이는 장애예술 연구자인 페트라 쿠퍼스(Petra Kuppers)가 강조한 “몸과 감각의 차이를 창작의 원천으로 읽어내는 방식”과 연결되고 예술교육학자 엘리엇 아이즈너(Elliot Eisner)가 제시한 “표준화된 기술 평가를 넘어 개인의 감각적 경험을 핵심으로 보는 미술교육론”과도 정확히 이어집니다.
두번째집의 ‘감각 중심·존재 중심·속도 존중’ 모델은 이 두 흐름을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두번째집은 지속 가능한 작업 환경, 표현 확장 프로그램, 전시 기회, 예술인 일자리 연계 등을 통해 결과물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창작 시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석현, 회화 ‘독수리와 사자’(2025. 켄트지에 매직팬)
■ 예술, 표현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여는 감각’
천천히 전시장을 걷다 보면, 예술이 장애 예술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감정이 먼저 흔들린 자리에서 기억이 재료를 만나 형태를 얻고, 손끝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순간들이 포착됩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다시 세상과의 관계를 묶어냅니다.
그래서 예술은 이들에게 무언가를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 스스로 선택하고, 감정을 언어로 만들고, 관계를 회복하고, 존재를 다시 세우는 방식이 됩니다.
장애 예술을 별도의 영역처럼 분리하던 시각은 이 전시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대신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근본적인*“사람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김혁종, 직조·직조 그릇 3점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2025. 코일링 면로프, 혼합재료·가변설치)
■ 감상이 아니라 ‘목격’
전시장에 놓인 것은 완성작 몇 점이 아닙니다.
14명의 예술가가 1년 동안 쌓아 올린 시간의 흐름 그 자체입니다.
그 앞에 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것이 결과물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세워온 과정 전체라는 사실을.
‘존재의 방식’은 올해 제주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마음을 붙잡는 전시 중 하나입니다.
기교를 완성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장스푸드와 제주자치도, 제주메세나협회의 4년 연속 후원으로 진행되며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8시 30분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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