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대상’,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표창
제주에서 은행은 이제 돈을 세는 곳이 아니라, 예술이 숨 쉬는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은행이 ‘지역 상생’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공간·일상·접근성이라는 언어로 다시 번역해냈고, 그 실험이 ‘메세나대상’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8일, 제주은행은 지난 5일, 제주메세나협회가 주관한 ‘2025 제주메세나 동행의 밤’에서 ‘메세나대상(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은 후원 규모가 아니라, 문화가 실제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가를 묻는 상입니다.
여기에 가장 정확하게 답해온 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은행 안에 ‘전시장을 들여놓다’… 문화의 위치를 바꾸다
제주은행의 선택은 ‘후원’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문화가 머무는 물리적 좌표 자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모슬포지점 안에 조성한 문화예술 공간 ‘커뮤니티존’은 이 전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지역 예술가라면 누구든 대관료 없이 전시와 공연이 가능하고, 어린이·어르신·청년 작가의 작품이 은행 창구 바로 옆 벽면에 걸립니다.
금융의 일상 동선 위에 예술이 그대로 얹힌 구조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지역 아동의 첫 전시가 열리고, 한 어르신의 평생을 담은 사진이 벽을 채우며, 다큐멘터리 상영과 토크가 은행 영업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문화는 더 이상 ‘찾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생활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상태가 됩니다.
■ ‘소비형 후원’이 아니라 ‘지속형 창작’을 선택했다
제주은행의 메세나 전략은 일회성 이벤트와 분명한 거리를 둡니다.
제주메세나협회의 매칭그랜트 사업 참여 역시 같은 방향 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예가 김수현의 분청도예전 풍월(風月) 후원입니다.
이 지원은 작품 제작비만 아니라, 전시 공간 연계와 관람객 접근성 강화까지 함께 설계된 실제 창작 생태계 지원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이는 ‘후원’ 수준에서 확장한, 예술가가 흔들림 없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증하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제주은행의 문화 투자가 ‘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속’을 선택했다는 점이 이 대목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금융 혜택’으로 부쉈다
제주은행은 ‘아트페스타 제주’ 후원을 통해 전시 초대권을 도민에게 직접 배포하고, 미술품 구매 시 금융 혜택을 결합하는 구조까지 설계했습니다.
관람 지원을 넘어 ‘보는 경험’과 ‘소유의 결정’ 사이에 금융을 연결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문화 소비의 진입 장벽을 개인의 취향이나 안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비용 문제로 재인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문화·금융 분야에서 주목받는 ‘Cultural Accessibility Finance’, 즉 금융을 통해 문화 접근성을 낮추는 전략과 정확히 같은 방향선에 놓여 있습니다.
■ “은행은 돈의 기관이 아니라, 신뢰의 플랫폼”
이희수 제주은행장은 “이번 수상은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위해 묵묵히 보탬이 되고자 했던 제주은행의 진심을 격려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지역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동행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수상 소감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돼 온 제주은행의 공간 운영·후원 방식·지역 연결 전략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돈을 매개로 한 기관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를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자신들을 규정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 ESG를 넘어, ‘Local Currency’가 된 문화
최근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ESG, 지역상생, 로컬 파이낸스(Local Finance)입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여전히 전략 발표와 홍보 언어에 머무른 상태라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제주은행은 이 흐름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공간을 내주고, 일상을 열고, 금융 구조 안에 예술을 실제로 편입시켰습니다.
선언이 아니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꾼 선택이었습니다.
그 결과 문화는 비용이나 이미지 자산에 머물지 않고, ‘제주’라는 지역의 신뢰를 실제로 축적하는 로컬 통화(Local Currency)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정책·금융·생활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효성 있는 모델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 끝이 아니라, ‘방식에 대한 확정’
메세나대상은 제주은행에게 결승선, 즉 종착역이 아니라 좌표를 확정해준 분기점이 됐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다른 은행들은, 과연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로 맞춰집니다.
제주은행은 이미 금융이 문화를 품을 수 있는 최대 반경을 실험과 실천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이제 그 모델은 제주의 일상 전체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 또다른 질문과, 실천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슬포지점 내 문화예술 공간 ‘커뮤니티존’.
제주에서 은행은 이제 돈을 세는 곳이 아니라, 예술이 숨 쉬는 좌표가 되고 있습니다.
제주은행이 ‘지역 상생’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공간·일상·접근성이라는 언어로 다시 번역해냈고, 그 실험이 ‘메세나대상’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8일, 제주은행은 지난 5일, 제주메세나협회가 주관한 ‘2025 제주메세나 동행의 밤’에서 ‘메세나대상(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상은 후원 규모가 아니라, 문화가 실제 생활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가를 묻는 상입니다.
여기에 가장 정확하게 답해온 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간으로 문화에 투자한 은행’. 제주은행이 2025 제주메세나대상 대상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왼쪽)와 이희수 제주은행장. (제주은행 제공)
■ 은행 안에 ‘전시장을 들여놓다’… 문화의 위치를 바꾸다
제주은행의 선택은 ‘후원’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문화가 머무는 물리적 좌표 자체를 이동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모슬포지점 안에 조성한 문화예술 공간 ‘커뮤니티존’은 이 전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지역 예술가라면 누구든 대관료 없이 전시와 공연이 가능하고, 어린이·어르신·청년 작가의 작품이 은행 창구 바로 옆 벽면에 걸립니다.
금융의 일상 동선 위에 예술이 그대로 얹힌 구조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지역 아동의 첫 전시가 열리고, 한 어르신의 평생을 담은 사진이 벽을 채우며, 다큐멘터리 상영과 토크가 은행 영업 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문화는 더 이상 ‘찾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생활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상태가 됩니다.
■ ‘소비형 후원’이 아니라 ‘지속형 창작’을 선택했다
제주은행의 메세나 전략은 일회성 이벤트와 분명한 거리를 둡니다.
제주메세나협회의 매칭그랜트 사업 참여 역시 같은 방향 위에 놓여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예가 김수현의 분청도예전 풍월(風月) 후원입니다.
이 지원은 작품 제작비만 아니라, 전시 공간 연계와 관람객 접근성 강화까지 함께 설계된 실제 창작 생태계 지원 장치로 작동했습니다.
이는 ‘후원’ 수준에서 확장한, 예술가가 흔들림 없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증하는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제주은행의 문화 투자가 ‘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속’을 선택했다는 점이 이 대목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금융 혜택’으로 부쉈다
제주은행은 ‘아트페스타 제주’ 후원을 통해 전시 초대권을 도민에게 직접 배포하고, 미술품 구매 시 금융 혜택을 결합하는 구조까지 설계했습니다.
관람 지원을 넘어 ‘보는 경험’과 ‘소유의 결정’ 사이에 금융을 연결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문화 소비의 진입 장벽을 개인의 취향이나 안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비용 문제로 재인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문화·금융 분야에서 주목받는 ‘Cultural Accessibility Finance’, 즉 금융을 통해 문화 접근성을 낮추는 전략과 정확히 같은 방향선에 놓여 있습니다.
아트페스타 제주 2024 야간 전시 풍경. 아트페스타 제주 2024 기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일대, 수변 공간에서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공식 후원사인 제주은행은 초대권 배포와 현장 이벤트로 시민 참여를 넓혔다. (아트페스타 제주 홈페이지)
■ “은행은 돈의 기관이 아니라, 신뢰의 플랫폼”
이희수 제주은행장은 “이번 수상은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위해 묵묵히 보탬이 되고자 했던 제주은행의 진심을 격려해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지역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동행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수상 소감이 아니라, 수년간 누적돼 온 제주은행의 공간 운영·후원 방식·지역 연결 전략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돈을 매개로 한 기관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를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자신들을 규정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 ESG를 넘어, ‘Local Currency’가 된 문화
최근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ESG, 지역상생, 로컬 파이낸스(Local Finance)입니다.
그러나 상당수는 여전히 전략 발표와 홍보 언어에 머무른 상태라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제주은행은 이 흐름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공간을 내주고, 일상을 열고, 금융 구조 안에 예술을 실제로 편입시켰습니다.
선언이 아니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꾼 선택이었습니다.
그 결과 문화는 비용이나 이미지 자산에 머물지 않고, ‘제주’라는 지역의 신뢰를 실제로 축적하는 로컬 통화(Local Currency)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정책·금융·생활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효성 있는 모델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 끝이 아니라, ‘방식에 대한 확정’
메세나대상은 제주은행에게 결승선, 즉 종착역이 아니라 좌표를 확정해준 분기점이 됐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다른 은행들은, 과연 어디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로 맞춰집니다.
제주은행은 이미 금융이 문화를 품을 수 있는 최대 반경을 실험과 실천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이제 그 모델은 제주의 일상 전체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 또다른 질문과, 실천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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