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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제주] ① 관광이 아니라 ‘정주 수요’가 움직인다
2026-01-08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2,000실 리조트가 먼저 감지했다
체류형 이동이 만든 경제 구조의 전환
제주에서 ‘사는 방식’이 여행이 되고 있다. 바다를 앞에 두고 일하고 머무는 체류형 이동의 일상.

“숫자는 회복을 말하지만, 성격은 변하고 있습니다.”

2025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384만 명입니다. 4년 연속 1,3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수치만 보면 제주는 이미 회복을 넘어 안정 국면입니다.

그러나 현장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왔느냐”보다 “얼마나 머물렀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오는 사람은 늘었지만, 오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짧게 보고 가는 여행보다 일정 기간 머물며 일하고 살다 가는 체류형 이동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관광객’보다 ‘생활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관광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이동입니다.
소비 방식이 바뀌고, 머무는 시간이 달라지고, 공간의 쓰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가장 먼저 숙박 인프라에서 드러납니다.


제주 서부권에 자리한 2,000실 규모의 대형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이 구조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곳입니다.

제주신화월드 전경.


■ ‘연휴 만실’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연중 수요’

제주신화월드는 서머셋·메리어트·랜딩관·신화관 네 개 브랜드, 2,000실이 넘는 객실을 보유한 국내 최대급 복합리조트입니다.
과거 이곳은 성수기와 연휴 예약이 성패를 가르는 전형적인 관광형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객실이 차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특정 시기에 몰리는 구조가 아니라, 주중과 비수기까지 고르게 차는 구조로 이동했습니다.

김도영 세일즈·마케팅 담당은 “연휴 만실이 목표였던 시기에서 지금은 연중 점유율이 더 중요한 구조로 바뀌었다”며 “체류형 고객이 늘면서 수요의 바닥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체류형 숙소 내부. 거실과 휴식 공간을 분리한 구조는 여행보다 ‘생활’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 변화는 숫자보다 문의 방식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최소영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패키지와 이벤트가 수요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생활 방식이 수요를 만든다”며 “고객 문의가 ‘뭘 볼 수 있느냐’에서 ‘여기서 살 수 있느냐’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화월드는 2026년을 앞두고 장기 투숙 프로모션을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단순히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주살이’라는 이름으로 생활형 체류를 공식 상품으로 전환했습니다.

2023년 시범 운영 수준이었던 장기 체류 전략을 보조 상품이 아닌 주요 수요군으로 격상시킨 변화입니다.
숙박은 휴식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가 되고 있고, 리조트는 여행지가 아니라 임시 거주지가 되고 있습니다.
장기 체류를 전제로 설계된 주방형 객실 내부.


■ “7박이 기준이 되다”… 체류는 유행이 아니라 구조

최근 1~2년 사이 7박 이상 체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고객 문의는 관광지보다 주방, 세탁기, 업무 공간부터 묻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김도영 담당은 “고객 문의의 출발점이 ‘뭘 볼까’에서 ‘어떻게 살까’로 이동하고 있다”고 변화 양상을 전했습니다.

체류 목적도 달라졌습니다.
30일 미만은 워케이션·단기 비즈니스, 1개월 이상은 은퇴 후 장기 휴양, 3~9개월 체류는 자녀 교육·주거 리모델링 대체 거주 목적이 많습니다.
제주신화월드 리조트 내 마련된 코워킹 공간. 체류 수요는 업무 인프라를 함께 끌고 들어온다.

여기에 기업이 임직원 재충전과 복지 차원에서 장기 투숙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주거·노동·교육 수요가 함께 이동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 ‘생활자’의 등장

현장에서 만난 한 40대 방문객 D씨는 “반려견 때문에 제주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는데, 여기 와서 장기 투숙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며 “여행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가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펫 동반 객실과 주방형 구조를 이유로 체류 연장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개와 같이 지내고, 요리하고, 일도 하다 보니까 여행이라는 느낌이 사라졌다”며 “일단 한두 달 살아보고, 그 다음을 판단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화월드 측은 반려동물 동반, 주방형 객실, 생활형 구조에 대한 문의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몇 박이냐’보다 ‘몇 달이냐’를 묻는 문의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흐름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관광은 이동이고, 체류는 이주에 가깝습니다.
제주는 지금 관광과 이주 사이의 중간 지대를 빠르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체류는 관광 정책이 아니라 도시 정책이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2025년 워케이션 참여자는 10만 명을 넘었고, 1인당 평균 소비는 약 64만 원, 누적 소비는 약 64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생산유발효과는 862억 원, 취업유발효과는 927명 수준입니다.

이러한 소비는 면세점이 아니라 식당, 교통, 문화, 생활 서비스로 흘러갑니다.
관광 소비가 아니라 생활 소비인 셈입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제주 관광은 이벤트 산업이 아니라 체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문제는 정책이 여전히 방문자 수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체류형 이동은 관광 부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거, 임대시장, 노동시장, 교육 인프라, 교통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전환 구조입니다.

그런데 정책은 여전히 관광객 수, 항공 좌석 수, 숙박일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 워케이션 참여자가 숙소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 체류형 이동은 일과 소비를 함께 옮긴다.

■ 관광은 이벤트였고, 체류는 구조

제주는 여전히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잠시 사는 곳’, ‘좀더 살아봐도 좋은 곳’이 되고 있습니다.

관광은 이벤트였고, 체류는 구조입니다.
제주는 지금 이벤트 산업에서 구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제주는 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는 체류형 이동이 도심과 상권, 관계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체류형 이동이 숙소를 넘어 도심과 생활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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