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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하늘에선 보조배터리를 볼 수 없게… 항공 안전, 기준이 이동했다
2026-01-21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에어부산 화재 1년, ‘즉시 폐기’로 선 그은 항공사들
제주항공 22일부터 기내 관리 기준 강화
항공기 기내 안전 점검 장면. 보조배터리 화재 위험에 대응해 강화되는 항공사들의 기내 안전 관리 기준을 보여준다.

기내에서 발견된 보조배터리는 더 이상 주인을 찾지 않습니다. 즉시 폐기됩니다.
항공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 분실물 관행을 밀어냈습니다.

에어부산 화재 이후 1년, 이같은 규정은 누적됐고 제주항공이 22일부터 시행하는 조치로 그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이제 하늘 위에서 보조배터리는 ‘편의’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물건이 됐습니다.

■ ‘분실물’에서 제외


국적 항공사 가운데 기내와 공항에서 발견된 보조배터리를 분실물로 보관하지 않고 즉시 폐기하는 조치를 공식 시행 중인 곳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입니다.

두 항공사는 탑승 수속 구역과 직영 라운지, 기내에서 발견되는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리튬배터리 일체형 고열 전자기기를 보관 절차 없이 폐기하고 있습니다.
화재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일정 기간 ‘보관’하는 관행 자체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 규칙을 바꾼 한 번의 사고


이같은 인식 전환의 출발점은 지난해 1월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BX391편 화재입니다.
이륙 직전 기내 선반에 보관된 보조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항공기 한 대를 전소시켰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초기 발견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선반 보관은 시야에서 멀고, 리튬배터리 열폭주 특성상 대응 시간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후 ‘선반 보관 금지’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 조치가 됐습니다.

■ 보관만이 아니라 ‘사용’까지 관리

사고 이후 관리의 범위는 넓어졌습니다.
보조배터리는 위탁 수하물 반입이 금지됐고, 기내 반입 시에도 몸에 지니거나 좌석 앞주머니에 보관하도록 제한됐습니다.

여기에 반입 가능한 용량과 개수 역시 관리 대상이 됐습니다.
정책 당국은 절연테이프 제공, 방염 격리 보관백 의무 비치, 고온 시 색이 변하는 온도 감응형 표시 도입 등 기술적 대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아예 쓰지 않는다”

일부 항공사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개인 기기를 충전하는 행위를 전 구간에서 금지했습니다. 반입은 허용하되 사용은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발생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판단으로 읽힙니다.

(제주항공 제공)

■ 제주항공 22일부터 기내 관리 규정 강화

제주항공은 22일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관리 규정을 강화한다고 21일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한 ‘즉시 폐기’ 문구를 전면에 두지는 않았지만, 보관과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향은 같습니다.

이처럼 항공업계 전반에서는 보조배터리를 기존 분실물 체계에서 분리해 관리하려는 기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규정의 수위와 표현은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안전을 기준으로 선을 다시 긋는 흐름은 일관되게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 마지막 안전핀은 ‘승객’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보조배터리 휴대·보관 방식은 법적 강제력이 제한적입니다.

설령 규정을 어긴 승객을 적발하더라도, 형사 처벌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마지막 안전 고리는 승객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배터리 없음’ 표시를 수하물에 부착하고 안내를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보조배터리 이미 ‘관리 대상’ 요주의

보조배터리는 여전히 기내 반입이 가능한 물건입니다.

다만 하늘 위에서의 위치는 달라졌습니다.
잃어버리면 찾아줘야 할 ‘분실물’에서, 발견되는 순간 제거해야 할 ‘관리 대상’으로 성격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22일 시행 조치를 새로운 규정의 출발이라기보다, 이미 이동한 기준을 공식화한 절차로 보고 있습니다.

한 항공 안전 전문가는 “항공 안전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라는 인식에 현장은 이미 적응을 마친 상태”라며 “이제 관건은 이러한 기준이 항공사별 자율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차원에서 얼마나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조배터리 관리 기준이 항공 안전 인프라의 일부로 정착할 경우, 하늘길 안전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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