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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 꺼내는 순간, 위험이 된다… ‘보조배터리 금지’가 던진 항공 안전 기준
2026-01-23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전 항공사로 확산된 사용 금지 조치
편의보다 안전, 규칙이 아니라 구조를 바꾼 결정
항공기 기내 좌석에서 연기를 내뿜는 보조배터리. 기내 충전이 더 이상 ‘편의’로 허용되지 않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꺼내는 행위가 이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신호’로 규정됐습니다.

하늘 위에서 보조배터리는 더 이상 ‘조심해서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항공업계는 이를 ‘아예 쓰지 않는 물건’으로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는 기내에서의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앞서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10월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제주항공도 22일부터 동참했습니다.
지난해 에어부산 여객기 전소 사고 이후, 보조배터리의 기내 사용을 더는 ‘관리 대상’으로 두기 어렵다는 판단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했습니다.

한진그룹의 변경된 운영 정책은 오는 26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에서는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됩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 전면 금지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승객들의 협조가 절실한 사안”이라며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 모두 고객의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국적사들이 나란히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차단하면서, 사실상 국내 항공사 전체가 동일한 안전선 위에 섰습니다.
충전 중 발화 사고가 반복되자 항공업계는 허용과 관리의 단계를 넘어, 사용 자체를 끊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대한항공 제공)

■ 사용은 금지, 반입은 조건부 허용… 기준선이 이동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보조배터리 금지’가 아니라 ‘사용 금지’입니다.
보조배터리는 정해진 용량과 개수 제한을 충족하면 기내 반입이 가능하지만, 좌석에서 충전하거나 전원을 연결하는 순간부터는 위반이 됩니다. 적용 대상은 휴대전화와 태블릿, 노트북, 카메라 등 모든 전자기기입니다.

보관 기준도 함께 강화됐습니다.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승객의 손이 닿는 위치에 직접 휴대해야 하며, 기내 선반 보관은 금지됩니다. 합선 방지를 위한 절연 테이프 부착이나 개별 파우치 보관도 필수가 됐습니다.

이상 징후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위험을 ‘보이지 않는 공간’에 두지 않겠다는 기준 설정입니다.


■ 사고가 만든 결론… ‘편의’의 언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반복된 경고가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기내 이상 사례는 충전 중 과열, 좌석 틈새에 끼인 배터리 발열, 선반 내부에서 뒤늦게 발견된 이상 징후 등 형태만 달랐을 뿐, 공통적으로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고가 커졌습니다.

항공업계는 더 이상 ‘승객 협조’라는 표현만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고강도 통제입니다. 사용 자체를 차단해 사고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추겠다는 계산입니다. 안전을 개인의 주의에 맡기지 않겠다는 방향 전환입니다.

■ 승무원 훈련까지 바꿨다… 관건은 초기 대응 시간

규정만 바뀐 것은 아닙니다. 객실 승무원 훈련도 함께 조정됐습니다.
기존 화재 대응 훈련에 더해, 보조배터리 발화 상황을 가정한 진압 훈련이 강화됐습니다.

기내에 보조배터리 격리 보관백을 상시 탑재하고,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으면 빨간색으로 바뀌는 온도 감응형 스티커를 활용해 선반 내부 발열을 조기에 감지하는 체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 안전이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발생 직후 ‘초기 대응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 ‘불편하다’는 반응보다 중요한 질문… 안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일부 승객들은 여전히 불편을 말합니다. 장거리 비행에서 충전이 막히면 불안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판단은 분명합니다.
기내에서의 충전 편의보다, 단 한 번의 사고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훨씬 크다는 계산입니다.

허용과 예외의 경계에서 머물던 관리 방식은 끝났습니다.
항공 안전의 기준선은 이제, 위험 요소를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B787-10. (대한항공 제공)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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