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은 ‘항공사 vs OTA’ 양강, 숙소는 플랫폼이 70% 넘게 장악
제주는 이미 겪고 있다… ‘체류’보다 먼저 흔들린 건 유통의 주도권
해외여행이 다시 늘었다고 해서 시장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복된 것은 이동 수요였고, 달라진 것은 여행을 사는 방식이었습니다.
항공권과 숙소를 묶어 파는 구조는 빠르게 힘을 잃었고, 여행은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조합하는 과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여행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누가 기획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예약 버튼을 쥐고 있는가’입니다.
4일 소비자리서치 플랫폼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해외여행 경험자 가운데 개별여행 비중은 65%로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단체 패키지는 27%로 전년보다 4%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에어텔 패키지는 8%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해외여행자 3명 중 2명이 항공과 숙소를 직접 고른 셈입니다.
■ 개별여행 65%… 취향이 아니라 ‘유통 권력’이 이동했다
이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유통 권력의 이동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여행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지 않습니다.
항공, 숙소, 교통, 액티비티를 각각 비교하고 즉시 결제합니다.
그 흐름의 중심에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가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기준 OTA는 해외 개별여행 숙소 예약의 71%, 항공권 예약의 40%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숙소와 항공 모두 점유율이 뚜렷하게 확대됐습니다.
예약과 결제, 후기와 혜택이 하나의 화면에 묶이면서, 여행사 창구는 선택지에서 밀려났습니다.
■ 항공권 시장, ‘여행사’ 빠지고 ‘항공사 vs 플랫폼’만 남아
항공권 시장의 변화는 더 분명합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개별여행 항공권 구매는 항공사 직판 43%, OTA 40%로 사실상 양강 구도였습니다.
종합여행사 비중은 1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항공사는 직판을 강화했고, 플랫폼은 비교와 결제의 편의로 소비자를 끌어당겼습니다.
중간 단계에 선 종합여행사는 가격과 수수료 압박을 동시에 받는 구조로 밀려났습니다.
이는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 전환입니다.
항공권은 이미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가 됐고, 그 질문에서 여행사는 더 이상 중심이 아닙니다.
■ 플랫폼, 패키지까지 삼켜… 안전지대가 없다
주목할 점은 OTA의 확장이 개별여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플랫폼은 전통적으로 종합여행사의 영역이던 단체 패키지와 에어텔 판매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합여행사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플랫폼 비중은 커졌습니다.
패키지를 얼마나 잘 기획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그 상품을 유통하고, 누가 결제 흐름을 통제하느냐의 싸움입니다.
판매 채널을 잃은 상품은 가격 비교표 속 항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 제주는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 숙박 예약은 플랫폼에 잠식
이 변화는 해외여행에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구조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관광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을 가리지 않고, 제주 숙박 예약은 OTA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로 굳어졌습니다.
숙소는 늘었지만, 판매의 결정권은 플랫폼에 있습니다.
2025년 제주 관광객 수는 외형상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릅니다.
예약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가격은 할인 경쟁으로 내려가며, 수익은 수수료 구조 속에서 깎입니다.
관광객 숫자는 유지되지만, 지역에 남는 몫은 얇아지는 구조입니다.
■ ‘체류형 관광’을 말하려면, 유통 구조부터 다시 짜야
제주도가 강조하는 체류형 관광 전략의 방향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체류의 핵심은 숙박 일수가 아니라 소비와 이동을 지역 안에 묶는 유통 설계입니다.
예약과 결제가 플랫폼 바깥에서 결정되는 한, 지역은 콘텐츠를 제공해도 수익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습니다.
관광 정책 당국도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수 확대보다 유통 구조와 소비 흐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최근 정책 역시 방문객 증가 중심에서 벗어나, 예약·결제·혜택이 지역 안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과 지역 연계 플랫폼 강화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 ‘나우다’, 방향은 맞다… 다만 핵심 구간에는 아직 닿지 못해
이 같은 인식은 제주형 디지털 관광 플랫폼 ‘나우다(NOWDA)’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현재 나우다는 관광지·체험·소품샵 등 여행 중 소비를 보완하는 혜택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항공·숙박·교통처럼 예약과 결제가 집중되는 핵심 결정 구간까지는 아직 닿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플랫폼 의존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지역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류형 관광의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으로는 예약과 이동 단계까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체류도, 지역 상권도, 질적 전환 역시도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여행사는 끝이 아니라 ‘재정의’의 시점
이번 조사는 여행사의 종말을 말하지 않습니다.
역할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예약 대행의 시대는 저물고, 현지 연결과 위기 대응, 테마형 체류 설계, 기업·단체 수요 관리처럼 플랫폼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변수가 많은 제주일수록 그 역할은 더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여행사는 상품을 대신 예약해 주는 역할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면서 “플랫폼이 장악한 예약 단계 이후, 현지 운영과 문제 해결, 체류 설계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항공업계 역시 같은 흐름을 보고 있습니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권 판매는 이미 직판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여행 전반의 유통 구조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시작된 ‘셀프 예약 65%’의 변화는 이미 제주에 도달했습니다.
제주는 관광을 더 팔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어디에서 팔리고 누구에게 유통 권한을 넘기고 있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체류도, 지역 상권도, 질적 전환도 선언이 아니라 성과로 남을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는 이미 겪고 있다… ‘체류’보다 먼저 흔들린 건 유통의 주도권
해외 여행 시장은 단체 패키지 중심에서, 항공·숙소를 직접 고르는 ‘셀프 예약’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다시 늘었다고 해서 시장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복된 것은 이동 수요였고, 달라진 것은 여행을 사는 방식이었습니다.
항공권과 숙소를 묶어 파는 구조는 빠르게 힘을 잃었고, 여행은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조합하는 과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여행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누가 기획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예약 버튼을 쥐고 있는가’입니다.
4일 소비자리서치 플랫폼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해외여행 경험자 가운데 개별여행 비중은 65%로 조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단체 패키지는 27%로 전년보다 4%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에어텔 패키지는 8%로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해외여행자 3명 중 2명이 항공과 숙소를 직접 고른 셈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 개별여행 65%… 취향이 아니라 ‘유통 권력’이 이동했다
이 변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유통 권력의 이동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여행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지 않습니다.
항공, 숙소, 교통, 액티비티를 각각 비교하고 즉시 결제합니다.
그 흐름의 중심에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가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기준 OTA는 해외 개별여행 숙소 예약의 71%, 항공권 예약의 40%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숙소와 항공 모두 점유율이 뚜렷하게 확대됐습니다.
예약과 결제, 후기와 혜택이 하나의 화면에 묶이면서, 여행사 창구는 선택지에서 밀려났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제공)
■ 항공권 시장, ‘여행사’ 빠지고 ‘항공사 vs 플랫폼’만 남아
항공권 시장의 변화는 더 분명합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개별여행 항공권 구매는 항공사 직판 43%, OTA 40%로 사실상 양강 구도였습니다.
종합여행사 비중은 1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항공사는 직판을 강화했고, 플랫폼은 비교와 결제의 편의로 소비자를 끌어당겼습니다.
중간 단계에 선 종합여행사는 가격과 수수료 압박을 동시에 받는 구조로 밀려났습니다.
이는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 전환입니다.
항공권은 이미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가 됐고, 그 질문에서 여행사는 더 이상 중심이 아닙니다.
■ 플랫폼, 패키지까지 삼켜… 안전지대가 없다
주목할 점은 OTA의 확장이 개별여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플랫폼은 전통적으로 종합여행사의 영역이던 단체 패키지와 에어텔 판매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합여행사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플랫폼 비중은 커졌습니다.
패키지를 얼마나 잘 기획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그 상품을 유통하고, 누가 결제 흐름을 통제하느냐의 싸움입니다.
판매 채널을 잃은 상품은 가격 비교표 속 항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의 해안에서 여행객들이 머무는 모습. 체류형 관광 전환이 강조되는 가운데, 소비와 이동이 지역 안에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관광공사 제공)
■ 제주는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 숙박 예약은 플랫폼에 잠식
이 변화는 해외여행에만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제주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구조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관광숙박업과 농어촌민박업을 가리지 않고, 제주 숙박 예약은 OTA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로 굳어졌습니다.
숙소는 늘었지만, 판매의 결정권은 플랫폼에 있습니다.
2025년 제주 관광객 수는 외형상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릅니다.
예약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가격은 할인 경쟁으로 내려가며, 수익은 수수료 구조 속에서 깎입니다.
관광객 숫자는 유지되지만, 지역에 남는 몫은 얇아지는 구조입니다.
서귀포 치유의 숲.
■ ‘체류형 관광’을 말하려면, 유통 구조부터 다시 짜야
제주도가 강조하는 체류형 관광 전략의 방향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체류의 핵심은 숙박 일수가 아니라 소비와 이동을 지역 안에 묶는 유통 설계입니다.
예약과 결제가 플랫폼 바깥에서 결정되는 한, 지역은 콘텐츠를 제공해도 수익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습니다.
관광 정책 당국도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수 확대보다 유통 구조와 소비 흐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최근 정책 역시 방문객 증가 중심에서 벗어나, 예약·결제·혜택이 지역 안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과 지역 연계 플랫폼 강화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주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 서비스 화면. 현재 관광지·체험·매장 등 약 200곳에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숙박·교통 등 예약이 이뤄지는 핵심 영역과의 연계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 ‘나우다’, 방향은 맞다… 다만 핵심 구간에는 아직 닿지 못해
이 같은 인식은 제주형 디지털 관광 플랫폼 ‘나우다(NOWDA)’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현재 나우다는 관광지·체험·소품샵 등 여행 중 소비를 보완하는 혜택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항공·숙박·교통처럼 예약과 결제가 집중되는 핵심 결정 구간까지는 아직 닿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플랫폼 의존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지역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류형 관광의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장기적으로는 예약과 이동 단계까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체류도, 지역 상권도, 질적 전환 역시도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여행사는 끝이 아니라 ‘재정의’의 시점
이번 조사는 여행사의 종말을 말하지 않습니다.
역할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예약 대행의 시대는 저물고, 현지 연결과 위기 대응, 테마형 체류 설계, 기업·단체 수요 관리처럼 플랫폼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변수가 많은 제주일수록 그 역할은 더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여행사는 상품을 대신 예약해 주는 역할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면서 “플랫폼이 장악한 예약 단계 이후, 현지 운영과 문제 해결, 체류 설계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항공업계 역시 같은 흐름을 보고 있습니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권 판매는 이미 직판과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여행 전반의 유통 구조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시작된 ‘셀프 예약 65%’의 변화는 이미 제주에 도달했습니다.
제주는 관광을 더 팔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어디에서 팔리고 누구에게 유통 권한을 넘기고 있는지부터 다시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체류도, 지역 상권도, 질적 전환도 선언이 아니라 성과로 남을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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