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18.7% 저렴은 맞지만... 숨겨진 기준
설을 약 2주 앞두고 나온 ‘차례상 20만 원선’은 반갑게 들리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조건이 많습니다.
이 수치는 물가가 내려간 결과라기보다, 무엇을 차례상으로 계산했는지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흐름은 분명하지만, 체감 물가와 통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7일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평균 비용은 20만 2,691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설 2주 전과 비교하면 0.3% 하락한 수치입니다.
전통시장은 18만 5,313원으로 1.6% 내려갔고, 대형유통업체는 22만 7,876원으로 오히려 4.3% 상승했습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8.7% 저렴했습니다.
■ ‘20만 원선’... 24개 품목으로 설계된 결과
이번 조사는 전국 23개 지역의 전통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에서, 차례상에 필요하다고 설정한 24개 품목을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기준 안에서는 시금치와 애호박, 한우 등 14개 품목이 전통시장에서 더 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값만 놓고 보면 차례상 비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차례상’이라는 단어가 곧바로 모든 가정의 실제 상차림을 반영한 것은 아닙니다.
조사 품목을 어디까지 포함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숫자가 낮게 나온 배경에는 가격 하락만큼이나, 품목 구성을 간소화한 설계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 같은 설, 다른 조사에선 30만 원대가 나와
같은 시기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금액이 제시됐습니다. 차례상 품목을 28개로 잡았을 경우,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은 32만 원대, 대형마트는 40만 원을 넘는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전통시장이 더 저렴하다는 결과는 비슷해도, 총액이 놓인 층이 ‘20만 원선’과는 다릅니다.
이는 어느 쪽이 틀렸다고 보기보다, 어떤 기준을 쓰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평균값 하나만으로 체감 물가를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 전통시장이 싼 이유... 가격 아닌, 자체 구조 때문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전통시장이 싸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그렇게 나타나는지입니다. 전통시장은 품목별로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제철 농산물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대형유통업체는 연중 고정된 상품 구성과 포장 단위, 유통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통시장은 평균값을 낮추는 데 유리하고, 대형유통업체는 할인 없이는 체감 가격을 낮추기 어렵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 할인 정책의 핵심... ‘얼마나 싸냐’보다 ‘언제 사느냐’
정부와 유관기관이 내놓은 설 성수품 할인 대책은 가격 자체를 바꾸기보다 구매 시점을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농축산물은 최대 40% 할인, 수산물은 최대 50% 할인 혜택이 설 전까지 이어지고, 전통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진행됩니다.
aT 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과 할인 지원 정책으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어디서 사느냐’만큼 ‘언제 사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할인 기간을 놓치면 평균값과 체감 가격의 차이는 다시 벌어집니다. 차례상 비용이 내려갔다는 인식이 쉽게 확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내려간 수치보다 남은 질문 봐야
이번 설 차례상 조사 결과는 물가가 안정됐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에 가깝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20만 원선’이라는 결과치만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해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때문입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결국 설을 앞둔 소비자에게는 평균값이 아니라, 자신의 차례상이 어떤 기준 위에 놓여 있는지가 중요한 정보가 되는 셈”이라며 “외연적으로는 부담이 내려간 듯 보이지만, 판단은 여전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 차례상. (aT 제공)
설을 약 2주 앞두고 나온 ‘차례상 20만 원선’은 반갑게 들리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조건이 많습니다.
이 수치는 물가가 내려간 결과라기보다, 무엇을 차례상으로 계산했는지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흐름은 분명하지만, 체감 물가와 통계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7일 발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평균 비용은 20만 2,691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설 2주 전과 비교하면 0.3% 하락한 수치입니다.
전통시장은 18만 5,313원으로 1.6% 내려갔고, 대형유통업체는 22만 7,876원으로 오히려 4.3% 상승했습니다.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8.7% 저렴했습니다.
■ ‘20만 원선’... 24개 품목으로 설계된 결과
이번 조사는 전국 23개 지역의 전통시장 17곳과 대형유통업체 36곳에서, 차례상에 필요하다고 설정한 24개 품목을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기준 안에서는 시금치와 애호박, 한우 등 14개 품목이 전통시장에서 더 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값만 놓고 보면 차례상 비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aT 제공)
그러나 ‘차례상’이라는 단어가 곧바로 모든 가정의 실제 상차림을 반영한 것은 아닙니다.
조사 품목을 어디까지 포함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숫자가 낮게 나온 배경에는 가격 하락만큼이나, 품목 구성을 간소화한 설계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 같은 설, 다른 조사에선 30만 원대가 나와
같은 시기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금액이 제시됐습니다. 차례상 품목을 28개로 잡았을 경우,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은 32만 원대, 대형마트는 40만 원을 넘는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전통시장이 더 저렴하다는 결과는 비슷해도, 총액이 놓인 층이 ‘20만 원선’과는 다릅니다.
이는 어느 쪽이 틀렸다고 보기보다, 어떤 기준을 쓰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평균값 하나만으로 체감 물가를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 전통시장이 싼 이유... 가격 아닌, 자체 구조 때문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전통시장이 싸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그렇게 나타나는지입니다. 전통시장은 품목별로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제철 농산물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대형유통업체는 연중 고정된 상품 구성과 포장 단위, 유통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통시장은 평균값을 낮추는 데 유리하고, 대형유통업체는 할인 없이는 체감 가격을 낮추기 어렵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 할인 정책의 핵심... ‘얼마나 싸냐’보다 ‘언제 사느냐’
정부와 유관기관이 내놓은 설 성수품 할인 대책은 가격 자체를 바꾸기보다 구매 시점을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농축산물은 최대 40% 할인, 수산물은 최대 50% 할인 혜택이 설 전까지 이어지고, 전통시장에서는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진행됩니다.
aT 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과 할인 지원 정책으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어디서 사느냐’만큼 ‘언제 사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할인 기간을 놓치면 평균값과 체감 가격의 차이는 다시 벌어집니다. 차례상 비용이 내려갔다는 인식이 쉽게 확산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내려간 수치보다 남은 질문 봐야
이번 설 차례상 조사 결과는 물가가 안정됐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에 가깝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20만 원선’이라는 결과치만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해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 때문입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결국 설을 앞둔 소비자에게는 평균값이 아니라, 자신의 차례상이 어떤 기준 위에 놓여 있는지가 중요한 정보가 되는 셈”이라며 “외연적으로는 부담이 내려간 듯 보이지만, 판단은 여전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