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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걸었을 뿐인데, 통합의 공기가 먼저 달라졌다
2026-02-10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합병 발표보다 앞선 풍경
대한항공·아시아나.. 이미 ‘하나의 시간’이 흐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병오년 설 연휴를 앞둔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 수속 카운터에서 복조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사는 이날 국내 주요 사업장 8곳에서 설 맞이 복조리 걸기 행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 제공)

설을 앞둔 공항에 복조리가 내걸렸습니다.
명절 인사가 아니라, 통합의 방향이 먼저 드러났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내건 복조리는, 통합을 알리는 공식 문서보다 앞서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합병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통합은 이미 현장에서 시작됐다는 신호가 공항 한복판에 분명히 걸렸습니다.

■ 복조리는 장식이 아니라 선언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수속 카운터 가장 가까운 곳에 복조리가 걸렸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인천공항을 포함해 서울 강서구 본사 등 국내 주요 사업장 8곳에 복조리를 내걸었습니다. 이 배치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집니다.
복조리 걸기는 정월 초하루에 새 조리를 걸어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입니다. 쌀을 담듯 복을 모은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공항에서 선보인 풍습은 ‘기원’이 아니라 ‘선언’입니다.
복을 거는 위치 자체가, 기업이 무엇을 우선하겠다는지 말해줍니다.

■ 2008년의 전통, 2025년의 분기점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매년 설을 앞두고 복조리 걸기 행사를 이어왔습니다. 전통을 잇는 상징적 행사였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처음 아시아나항공과 함께했습니다.
‘함께한다’는 공동 이벤트에서 나아간, 통합을 앞둔 두 항공사가 같은 상징을, 같은 시점에, 같은 공간에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합병은 서류로 완성되지만, 통합은 문화와 리듬이 먼저 움직일 때 시작됩니다.
복조리는 그 ‘선행 신호’였습니다.

■ 병오년, ‘붉은 말’의 상징이 겹친 이유

올해는 병오년입니다. 불의 기운을 품은 말의 해입니다.
속도와 추진력, 방향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징입니다.

항공산업이 회복을 넘어 재편 국면으로 진입한 시점에서, 이 상징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항공 시장의 경쟁은 노선 숫자만 아닌, 안전 그리고 신뢰의 밀도에서 갈립니다.
운항 안정성, 서비스 일관성, 브랜드의 결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두 항공사는 ‘확장’이 아니라 ‘복’을 메시지로 택했습니다.

■ 공항이라는 무대, 고객 경험의 가장 앞선 지점

요즘 소비자는 기업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대신 태도와 분위기를 읽습니다.
무엇을 걸었는지, 어디에 걸었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를 봅니다.

공항 수속 카운터는 출발 전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그곳에 복조리를 건다는 것은 고객 경험의 시작점에 ‘태도’를 놓는 일입니다.

‘우리는 합쳐질 것이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이미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전제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의 접점에서 신뢰를 설계하려는 최근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 상징, 그 다음은

상징은 충분히 던져졌고, 문제는 실행입니다.
이 복이 실제 서비스와 조직 문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 고객이 체감하는 하나의 경험으로 수렴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기준이 됩니다.

통합은 발표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고객이 체감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됩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 수속 카운터에 복조리가 걸린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복조리를 들고 서 있다. 이번 행사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대한항공 제공)

■ 복을 건 순간, 시간은 이미 움직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두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붉은 말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의 무게는, 공항에 걸린 복조리의 위치가 더 정확히 설명합니다.
가장 먼저 보이고,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에 복을 걸었다는 사실이 이 통합의 방향을 말합니다.

합병은 아직 절차의 언어로 남았지만 통합은 이미 시작을 얘기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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