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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신고부터 꺼내는 교실”… 초1·2 ‘관계회복 먼저’로 틀었다
2026-03-17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 이동… 피해자 보호 실효성은 별도 검증 필요

학폭 대응의 축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고·심의로 이어지던 기존 흐름 대신, 갈등을 먼저 풀고 관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관계회복 숙려제’를 본격 도입하면서입니다.

다만 피해자 보호의 실질적 강화 없이 ‘조기 봉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 “학폭 걸게요” 일상화… 초등에서 가장 높아진 피해율


교육부는 국무총리 산하 ‘학교폭력대책위원회’ 7기 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제21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학교폭력 대응의 무게중심을 처리에서 관계 회복과 피해학생 지원 강화로 옮기는 내용의 올해 시행계획을 논의했습니다.

(교육부 제공)

공개된 ‘202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20년 0.9%에서 2025년 2.5%로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 비율이 5.0%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2.1%, 고등학생 0.7%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유형별로 언어폭력이 40.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집단 따돌림(15.3%), 신체폭력(13.9%)이 뒤를 이었습니다. 폭력의 강도는 낮아졌지만 발생 빈도와 일상화 정도는 오히려 높아진 구조입니다.


가해 경험 응답도 초등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1.1% 가운데 초등이 1.9%였습니다.
가해 이후 행동을 보면 ‘상대에게 사과했다’는 응답이 57.8%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갈등이 ‘처벌 이전 단계’에서 정리되는 사례가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 “처벌 전에 풀자”… 관계회복 숙려제 전면 도입

이 지점에서 교육부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초등 1~2학년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기기 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먼저 거치도록 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를 2026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합니다.

현장 지원 인력도 확대됩니다. 관계개선 지원단은 지난해 2,793명에서 올해 약 2,900명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또래상담 운영 학교도 5,592개교에서 5,700개교로 확대됩니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초기 갈등을 ‘사건’으로 키우기 전에 교육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접근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실제로 초등 저학년의 다수 사안이 장난이나 감정 충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 피해자 보호, ‘알아서 찾던 구조’ 바꾼다

이번 대책은 피해자 지원 체계도 함께 손봤습니다.
기존에는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지원 제도를 찾아다녀야 했다면, 앞으로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학교장이 보호조치와 지원 서비스를 직접 안내하도록 바뀝니다.

사후관리도 강화됩니다.
보호조치 이행 여부와 회복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도입해 ‘처리 이후 방치’ 문제를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 회복 중심 전환, “조기 봉합 위험”과 맞닿아


정책 방향 자체는 분명한 변화로 보지만, 현장에서의 작동 방식은 별도의 문제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관계회복 중심 접근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와 안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갈등을 빠르게 덮는 방식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일수록 보호자 개입과 학교 판단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절차의 투명성과 기준 설정이 핵심 변수로 떠오릅니다.

또 하나 변수는 ‘경미한 사안’의 기준입니다. 어디까지를 관계회복 단계에서 처리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처리 아닌 회복”… 방향 잡혔지만 검증은 이제 시작

교육부는 “학교폭력의 종결은 사안 처리가 아니라 공동체 신뢰 회복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장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피해 경험은 증가했고, 발생의 출발점은 초등으로 내려왔습니다.
갈등을 먼저 풀겠다는 접근이 효과를 가지려면, 적용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계회복은 피해자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그 선이 모호해지면 조기 개입이 아니라 조기 봉합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전환의 성패는 회복을 먼저 둘 것인지, 보호를 먼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현장의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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