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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원조 구상나무, 한라산서 집단으로 죽어간다
2026-04-08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 한라산 구상나무 100년 새 절반 소멸
◇ 아고산대 적설량 10년 새 30% 수준 급감
◇ 고사목 산사태·탐방객 안전 위협 경고
말라죽은 한라산 구상나무

한라산 고지대를 하얗게 수놓던 구상나무 군락이 기후위기 앞에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국립공원 기후위기 침엽수 보고서'를 발간하고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한라산을 중심으로 빠르게 집단 고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조이자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 남부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한국 고유종 구상나무가 사실상 '멸종' 단계에 들어섰다는 경고입니다.


구상나무는 겨울에 쌓인 눈이 봄까지 서서히 녹으며 공급하는 수분에 의존해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그런데 한라산이 속한 아고산대, 해발 1300~1900m 고지대의 적설량이 최근 10년 사이 1990년대의 3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녹색연합은 한라산의 경우 2005년 전후로 고사 구상나무가 처음 관찰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 집단 고사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에는 한 군락에서 10~20그루가 동시에 죽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항공사진과 정사영상 기술로 분석한 구상나무 숲 면적 변화 연구 자료 (제주세계유산본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지난 202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은 1918년 1168.4헥타르에서 2021년 606헥타르로 10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4년 사이에만 구상나무 1만2957본이 고사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라산 구상나무는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도,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길 연결 축도 없는 처지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3년 구상나무를 이미 적색목록 '위기'종으로 등재했지만, 국내에선 아직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집단 고사 현상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녹색연합은 지구 침엽수종의 34%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식물 중 가장 빠르게 멸종에 다가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말라죽은 한라산 구상나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고사목이 늘어나면서 산사태 발생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고, 탐방로 주변에선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가 탐방객 안전을 위협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품은 한라산을 지키는 상징인 구상나무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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