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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이름 한자 제한 합헌"..이름에 '예쁠 래(婡)' 못쓴다
2026-05-03
JIBS 제주방송 하창훈 (chha@jibs.co.kr) 기자
헌재 재판관 5대4 합헌 결정
인명용 한자 9389자로 꾸준히 확대
소수의견 "부모 기본권 침해" 반박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약 9000자로 제한한 현행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재판관 5명과 4명이 맞선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나온 결론이라 이름 지을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9일 김 모 씨가 제기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항은 자녀 이름에 한글 또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 인명용 한자만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출생신고에서 시작된 한자 이름 분쟁

이번 사건의 발단은 출생신고 과정입니다.


김 씨는 2023년 2월 태어난 자녀 이름에 '예쁠 래(婡)' 자를 넣으려 했지만 주민센터에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결국 한자 표기를 포기하고 한글로만 이름을 신고한 김 씨는, 원하는 한자를 이름에 쓸 수 없게 막은 규정이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할 수 있는 인명용 한자는 총 9389자입니다.

교육부가 지정한 한문 교육용 기초한자와 그 동자.속자.약자 등이 포함된 숫자입니다.

1990년 제도 도입 당시 2731자에서 출발해 2~3년 주기로 꾸준히 늘어난 결과입니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이 3500자, 일본이 2999자로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많은 수준이지만, 전체 한자 약 6만 자와 견줘보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헌재 다수의견 "행정 안정성 위한 합리적 제한"

헌재 다수 의견은 이 같은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자녀 이름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으며, 등록 전산 시스템 운영을 위해 사용 가능한 한자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인명용 한자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개명이나 추후 보완 신고라는 구제 수단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재판관 4명 "부모 기본권 침해" 반박

그러나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의 인격 형성과 가족공동체 편입의 출발점이라며, 자녀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원하는 한자를 자유로이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성명의 한자가 개인의 동일성 식별에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극히 드문 시점에서,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쓰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국민 편의나 법률관계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재판관 9명 중 4명이 위헌 취지 의견을 낸 만큼, 합헌 결론을 냈지만 이름 지을 자유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가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합헌 판단을 내린 가운데, 인명용 한자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하창훈 (chha@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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