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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흔들리는 하늘길] ① “승객 돌아왔지만, 회사가 흔들린다”… 항공 생존게임 시작됐다
2026-05-09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호르무즈 리스크·항공유 폭등에 LCC 무급휴직 확산
미국선 실제 폐업… 코로나 버틴 항공시장, 이번엔 비용이 흔든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앞둔 2026년, 하늘길 재편 다시 시작되나

코로나 때 텅 비었던 공항.

지금은 다릅니다.
출국장은 다시 붐비고, 여행 수요도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항공사들은 또 비상경영에 들어갔습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기름값 때문입니다.

중동 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했고, 호르무즈 해협 긴장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항공업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무급휴직과 감편에 들어갔고, 해외에서는 실제 폐업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가까스로 회복하던 항공시장이 이번에는 비용 압박 앞에서 다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살아남고, 어떤 노선이 남으며, 어느 공항까지 유지될지 시장이 계산에 들어갔습니다.


‘김지훈의 맥락’에선 연속기획 ‘다시 흔들리는 하늘길’을 통해 고유가 충격이 바꾸고 있는 항공시장 흐름과 제주에 미칠 영향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 흑자 냈는데 사람부터 줄였다… 뒤집힌 항공시장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국제선 수요가 살아나면서 항공사들은 증편 경쟁에 들어갔고, 일본과 동남아 노선 예약률도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실제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982억 원, 영업이익 64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탑승객은 331만 명을 넘겼고, 탑승률도 91.9%까지 올라갔습니다.
국적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승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충돌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항공유 가격도 빠르게 뛰었습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긴장까지 겹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주항공 B737-8. (제주항공 제공)

특히 LCC들이 먼저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에서 유류비는 전체 비용의 20~30% 수준입니다. 대부분 달러로 결제합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 충격을 정면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결국 항공사들은 다시 긴축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티웨이항공은 객실 승무원 대상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제주항공 역시 6월 한 달 객실 승무원 희망 무급휴직 접수를 공지했습니다.
진에어는 안전격려금 지급을 미뤘고, 일부 항공사는 승진 심사까지 멈췄습니다.

한 LCC 관계자는 “예전에는 좌석을 얼마나 채우느냐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비행기를 띄웠을 때 남는 게 있느냐부터 다시 계산하는 분위기”라며 “운항을 줄이면 시장 점유율이 빠지고, 유지하면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와 달리 지금은 수요 자체는 존재한다”며 “문제는 수익 구조가 유가를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고 긴축 경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중동 리스크와 고유가 충격으로 세계 항공업계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구현한 이미지. 유류비 급등과 결항, 항공시장 재편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AI 생성 이미지)

■ 유류할증료는 최고치… 항공사들은 오히려 할인 경쟁

지금 항공권 시장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류할증료는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있는데, 일부 항공사들은 오히려 운임 할인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일부 장거리 노선은 유류할증료만 수십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고, 미주 노선은 왕복 기준 100만 원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그런데도 파라타항공은 유류할증료 인상 적용을 한시적으로 미뤘고,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권 총액 인하 프로모션에 들어갔습니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빈 좌석으로 나는 것보다 싸게라도 태우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는 비행기를 세워둬도 리스료와 인건비, 정비비가 계속 나갑니다.
좌석을 비우는 순간 손실 폭이 더 커집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항공권 가격을 올린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따라오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질수록 예약 자체를 미루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장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유류비와 환율 부담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할인 경쟁까지 겹치면 자금력이 약한 항공사부터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 초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운항 중단을 공식 발표한 화면. 고유가와 항공업계 구조조정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LCC 시장 불안도 커지고 있다.

■ 미국선 이미 무너졌다…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정리 시작”

해외에서는 실제 폐업 사례도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 초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은 결국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가 충격의 첫 희생양”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다른 저가항공사들의 추가 도산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영국 정부는 여름철 대규모 결항을 막기 위해 같은 목적지 항공편을 통합 운항할 수 있도록 한시 조치까지 내놨습니다.

일부 유럽 공항에서는 항공유 공급 우려도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 항공업계 안에서도 이번 상황을 단기 악재 이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한 대형 국적사 계자는 “코로나 이후 살아남은 회사들끼리 다시 체력 싸움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유가가 원인이지만 결국 시장 재편 속도를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에는 항공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연비와 현금흐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버틸 체력이 없는 회사는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제주, 항공권은 교통비가 아니다

제주가 더 민감한 이유는 항공권이 갖는 의미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는 비행기값이 여행 경비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주에서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관광객 숫자와 연결되고, 관광객 숫자는 숙박과 렌터카, 식당 매출까지 바로 흔듭니다.
사실상 지역 경기 전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교통비의 한 항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생활비이면서 일상 다방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제주에서는 유류할증료 급등 이후 관광업계 지원과 항공노선 유지 필요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는 항공권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예약 흐름이 바로 흔들리는 지역”이라며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은 항공료 부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B787-10. (대한항공 제공)

앞으로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항공사들은 이미 수익성이 높은 노선 중심으로 공급 재편에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방 노선과 일부 국내선 축소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항공업계는 단지 기름값과 싸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코로나가 멈춰 세웠던 하늘길을, 이번에는 비용이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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