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태 뒤 전교조 조사… 중학교 직접 목격 81.7%로 가장 높아
학생들은 “장난”이라 했고, 교사들은 민원·정치 논란 두려워 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은 야구장 안의 일탈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교사 10명 가운데 9명은 최근 1년 사이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학교에서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수업 중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고인을 조롱하는 말을 하거나, 5·18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면 학생들은 “장난이었다”, “다른 애들도 써서 썼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 논란과 학부모 민원을 걱정해 적극적인 지도를 망설였다고 했습니다.
배재고 사태는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는 진단입니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혐오와 조롱의 언어는 교실로 이미 번진 상태였고, 학교는 이를 바로잡을 기준과 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 교사 89.3% “학생 혐오·왜곡 표현 접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학생들의 발언과 발표, 과제물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는 73.9%였습니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통해 들었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89.3%였습니다.
학교급별 직접 목격 비율은 중학교가 81.7%로 가장 높았습니다. 고등학교는 68.5%, 초등학교는 68.4%였습니다.
교사들이 적어낸 사례에는 역사적 비극과 정치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 특정 지역 비하,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차별 표현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 교사는 과학 수업에서 중력을 설명할 때 학생들이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인터넷 표현을 쓰고 웃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시간에 “탱크데이 화이팅” 같은 구호가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 “장난이었다”… 지도 뒤에도 반복
교사들이 가장 많이 접한 유형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으로 88.9%였습니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와 차별은 86.8%, 세대·직업·계층 비하는 81.8%, 역사적 사건 왜곡·희화화는 80.5%였습니다.
교사가 문제를 지적했을 때 학생들이 “장난이었다”고 답했다는 응답은 56.0%였습니다.
“그냥 애들이 써서 썼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답변도 55.5%였습니다.
지도를 받은 뒤에도 같은 표현이나 비슷한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습니다.
반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습니다.
학생들이 표현의 의미를 알고 쓰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알고 사용하는 경우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섞여 있다’는 응답이 54.4%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부분 알고도 사용한다’는 답변은 초등학교 11.8%, 중학교 23.5%, 고등학교 32.2%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상승했습니다.
■ 교사는 “정치 문제 될까” 지도 주저
교사들이 혐오 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교육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었습니다.
응답자의 69.9%는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60.1%였습니다.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 영향에 따른 반발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답변은 45.4%였습니다.
교사가 혐오 표현을 지도하는 과정이 정치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이 현장에 깔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배재고 사태, 교사 88.4% “온라인 혐오문화와 연결”
교사들은 배재고 야구부의 5·18 비하 응원 논란도 몇몇 학생의 우발적 행동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응답자 88.4%는 특정 학생들만의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이 94.0%로 가장 높았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조롱 언어는 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은 62.0%였습니다.
역사와 타인의 상처를 조롱하는 표현이 온라인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학생들이 이를 교실로 가져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학생도 문제는 알아… 친구 앞에서는 “그냥 넘어가”
청소년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혐오 표현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62.5%는 배재고 야구 응원 논란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사용할 때 “불편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답은 43.4%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한다”는 38.3%였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대책은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이었습니다.
이어 잘못의 크기에 맞는 조치와 온라인 혐오·조롱 콘텐츠 확산 차단이 뒤를 이었습니다.
전교조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생활규정에 혐오 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하고, 교육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과 표준 지도안을 마련하는 등 7대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교사의 지도 부담을 덜고, 혐오 표현에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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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장난”이라 했고, 교사들은 민원·정치 논란 두려워 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회의실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 제공)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은 야구장 안의 일탈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교사 10명 가운데 9명은 최근 1년 사이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학교에서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수업 중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고인을 조롱하는 말을 하거나, 5·18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면 학생들은 “장난이었다”, “다른 애들도 써서 썼다”고 답했습니다.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 논란과 학부모 민원을 걱정해 적극적인 지도를 망설였다고 했습니다.
배재고 사태는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는 진단입니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혐오와 조롱의 언어는 교실로 이미 번진 상태였고, 학교는 이를 바로잡을 기준과 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전교조 제공)
■ 교사 89.3% “학생 혐오·왜곡 표현 접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학생들의 발언과 발표, 과제물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는 73.9%였습니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통해 들었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89.3%였습니다.
학교급별 직접 목격 비율은 중학교가 81.7%로 가장 높았습니다. 고등학교는 68.5%, 초등학교는 68.4%였습니다.
교사들이 적어낸 사례에는 역사적 비극과 정치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 특정 지역 비하,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차별 표현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 교사는 과학 수업에서 중력을 설명할 때 학생들이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인터넷 표현을 쓰고 웃는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시간에 “탱크데이 화이팅” 같은 구호가 나왔다고 적었습니다.
■ “장난이었다”… 지도 뒤에도 반복
교사들이 가장 많이 접한 유형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으로 88.9%였습니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와 차별은 86.8%, 세대·직업·계층 비하는 81.8%, 역사적 사건 왜곡·희화화는 80.5%였습니다.
교사가 문제를 지적했을 때 학생들이 “장난이었다”고 답했다는 응답은 56.0%였습니다.
“그냥 애들이 써서 썼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답변도 55.5%였습니다.
지도를 받은 뒤에도 같은 표현이나 비슷한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습니다.
반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습니다.
학생들이 표현의 의미를 알고 쓰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알고 사용하는 경우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섞여 있다’는 응답이 54.4%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부분 알고도 사용한다’는 답변은 초등학교 11.8%, 중학교 23.5%, 고등학교 32.2%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상승했습니다.
(전교조 제공)
■ 교사는 “정치 문제 될까” 지도 주저
교사들이 혐오 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교육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었습니다.
응답자의 69.9%는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60.1%였습니다.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 영향에 따른 반발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답변은 45.4%였습니다.
교사가 혐오 표현을 지도하는 과정이 정치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이 현장에 깔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배재고 사태, 교사 88.4% “온라인 혐오문화와 연결”
교사들은 배재고 야구부의 5·18 비하 응원 논란도 몇몇 학생의 우발적 행동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응답자 88.4%는 특정 학생들만의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이 94.0%로 가장 높았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조롱 언어는 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은 62.0%였습니다.
역사와 타인의 상처를 조롱하는 표현이 온라인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학생들이 이를 교실로 가져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전교조 제공)
■ 학생도 문제는 알아… 친구 앞에서는 “그냥 넘어가”
청소년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혐오 표현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62.5%는 배재고 야구 응원 논란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가운데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사용할 때 “불편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답은 43.4%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 말라고 말한다”는 38.3%였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대책은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이었습니다.
이어 잘못의 크기에 맞는 조치와 온라인 혐오·조롱 콘텐츠 확산 차단이 뒤를 이었습니다.
전교조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생활규정에 혐오 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하고, 교육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과 표준 지도안을 마련하는 등 7대 과제를 제안했습니다.
학교와 교육당국이 교사의 지도 부담을 덜고, 혐오 표현에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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