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수형인 오계춘..."죽은 아기를 업고 다녔지..."
4.3 수형인들을 만나보는 기획 순섭니다.
어머니하면 으례 고향과 보름달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언제나 포근하고 모든걸
품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3은 어머니의 모정마저
앚아갔습니다.
4.3이 무서워 10달 밖에 되지 않은 아기를 안고 도망다니던 어머니의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아기를 살리려던 절규가 죄라면 죄였습니다.
이제 구치소 생활로 아기를 영영
떠나 보낸 한 많은 어머니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계춘(94)
- 1948년(당시 25세)
- 전주형무소 수감
- 피신 생활 도중 체포...10달된 아기 잃어
내게 그때 어린 아기가 있었어요.
26살에...10달된 남자 아기가...
그 아기 때문에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겁이 나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매일 (군경을 실은) 차들이 왔다 갔다...
겁이 나서...
감방에서 한달 간 밤낮을...
발도 펴지 못하고 이렇게 앉아서...
무릎 위에 아기를 올려두고...
머릿니를 하나도 잡지 못해서...
내 몸을 다 갉아먹어서...
허물이 됐어요...
사람이 견딜 수가 있나...
발을 펼 수 있는 공간도 없었어...
젖을 먹여야 하는데, 가슴에 젖이 바짝 말라서...
보리밥을 이정도 아침 저녁으로
하나씩 주는데 그걸 먹을 수가 있나...
배 고프니까 (아기가) 울지도 못해...
(형무소) 가는 배에서 아기는 굶어죽고...
목포에 도착하니까 날이 밝아오더라...
아기는 배 고파서 죽었다고 하니까...
죽은 아기를 내가 업으라고...
우리가 글을 알았느냐, 무엇을 했느냐...
겁나서 숨으러 다닌 죄 밖에 없어요.
그렇게 징역 살다 왔어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내게 어떤 죄가 있나요?
아기만 다니면서 죽여먹었지...
"10달된 아기만 죽여 먹었지"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