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죄가 없다"...재심 사건 심리 본격
제주 4.3 당시 불법 감금과 고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4.3 수형인 18명이 제기한 재심 사건 심리가 시작됐습니다.
수형인들은 불법 구금이나 고문이 없는 상태에서 70년만에 자신은 죄가 없다고 밝힐 수 있었습니다.
김동은 기잡니다.
미국립문서보관소에서 최근 발굴된 1950년 수원역 일대 영상입니다.
고개를 숙인 청소년들이 가득 모여있고, 소총을 든 군인도 보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천 형무소를 빠져나왔다 붙잡힌 사람들입니다.
이 중에는 4.3 수형인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제주 생존 수형인들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해왔습니다.
양일화 4.3 수형인(89세)
"다 꿇어 앉아서 이렇게 있었거든. 물을 마시고 싶다니까 물 바가지를 가지고 와서, 땡볕에 사흘을 앉아있어봐 목이 마른가, 안 마른가. 물 바가지를 들고 와서 (물을 줬습니다)
이 자료들은 재심 첫 심문에서 재판부에 제출됐습니다.
판결문이 없는 첫 재판인 4.3 수형인 재심에선 진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게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임재성 변호사
"70년전의 일들을 증언하셨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 분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지만, 이미 이뤄진 진술이 이렇게 다양한 사진 자료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신빙성을 높이는 참고자료로..."
이번(26) 심리는 지난 1948년 1차 군법 회의 재판을 받은 1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횝니다.
김평국 4.3 수형인(88세)
"재판에 끌려다니다시피 한게 이제는 마지막이라니까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고, 결과가 좋게만 나오면 좋은 일입니다만..."
70년전 제대로 된 재판이 없어 소명 기회를 갖지 못했던 수형인들은 처음으로 검찰 심문에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오늘(27) 나머지 수형인 8명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다음달 17일 결심 공판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으로 최종 판결을 내릴 계획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