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3] 8 뉴스
(대담)4.3 71주년 의미와 과제
(대담)4.3 71주년 의미와 과제
이)제주 4.3이 71주년이 됐습니다.

올해 제주 4.3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김동은 기자,

김)네.

이) 이번 제주 4.3 71주년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정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올해 의미라고 할까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김) 먼저 추념식의 형식적인 면에선 미래 세대 전승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7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4.3의 화해와 상생, 평화의 가치를 젊은 세대가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것을 실천하는게 중요한데요. 여전히 도민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4.3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도 주목되는데, 어떤가요?

지난해 4.3 70주년이 사실상 큰 의미와 과제를 던져줬잖습니까?

올해 71주년은 그 의미를 어떻게 실천하고, 가치를 이어갈 것인지, 되짚어보는 디딤돌이 돼야 합니다.

특히 저는 이낙연 총리가 제주도민이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는 추념사에 주목했는데요.

국가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과 배보상 문제 등 입법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조 8천억원에 이르는 배보상규모, 그리고 지급 방식과 관련해 정부 부처간 이견이 여전하고,

국회 내에서도 이념적인 문제 제기가 여전해 4.3 특별법 개정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완전한 해결의 첫걸음이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이라는 점에서 지지부진한 특별법 개정 논의는 유가족에게 여전히 큰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 특히 올해는 4.3의 군인과 경찰에서 유감과 애도를 표했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김)사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이미 국가 원수로서 제주 4.3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이처럼 포괄적으로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도 직접 가해자인 국방부와 경찰이 자신들의 과거 행위에 공식적으로 유감과 사과 입장을 표명한건 71년만입니다.

그동안 국방부와 경찰이 4.3에 대해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던 것과는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방부와 경찰이 사실상 사죄 입장을 내놓은 건, 4.3의 희생이 공권력의 잘못에 의해 벌어졌음을 공식 인정하는 겁니다.

그동안 군과 경찰 내부 자료 등이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에서 이들 기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됩니다.

과제도 많습니다.

당시 강경한 진압작전을 지휘했던 수많은 군경 수뇌부 인사들은 승승장구해 왔는데요.

정확한 조사를 거쳐 최소한 서훈 취소 같은 조치가 앞으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앞으로 남은 과제가 상당한데, 어떤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까?

김)4.3은 강산이 7번 넘게 바뀔 만큼한 긴 세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다 된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 취재한 내용만 보더라도, 아직 남아있는 증언들이 많습니다. 유해발굴을 비롯해 진상 규명을 해야할 부분도 상당합니다.

아직 유해도 찾지 못해 통곡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유족들, 아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억울한 수형생활을 해야 했던 수형인,

연좌제로 앞길이 막혀 버린 자식들 등등 앞으로도 4.3은 밝혀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제주 4.3은 다 된 역사가 아닌 이제라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우리 역사라는 얘깁니다.

이) 김동은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동은 기자
軍, 警...71년만에 공식 사과
軍, 警...71년만에 공식 사과
지난해 4.3 추념식에는 대통령이 찾아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는 말로 도민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71주년을 맞은 어제, 제주 4.3은 또다른 역사적인 계기를 맞았습니다.

4.3의 실질적인 가해자이면서도 70년 넘게 단 한마디의 사과가 없었던 군경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창훈 기잡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

경찰이 4.3에 대해 71년만에 공식 사과의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4.3 추념식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역사를 성찰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밝혀진 사실에 따라서 경찰도 사실을 인정할 것은 인정할 것입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에게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국방부도 처음으로 애도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국방부는 공식입장을 내고 4.3 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서주석 차관은 광화문 4.3 추모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고, 무고한 희생에 대해선 저희도 사과의 마음을 분명히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픔을 간직한채 71년을 살아온 유족들은 군경의 입장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저는 한 10년 전에 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너무 늦었어요. 그것을 지금이라도 와서 사과했다는 것만 해도 그래도 반가운 일이죠.

4.3의 직접 관련자인 군경의 사과 표명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4.3의 참극이 발생한지 71년.

4.3의 실질적 가해자로 지목된 군경이 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 4.3은 이제 아픔이 아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JIBS 하창훈입니다.

-영상취재 오일령
하창훈 기자
71년만에 고향 방문...'업고 가다 죽고...'
71년만에 고향 방문...'업고 가다 죽고...'
군법회의에서 부당한 선고를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이 71년만에 고향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100세를 바라보는 백발의 성성한 노인이 돼 추념식을 찾은 이들의 모습을 구혜희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른 아침부터
긴장된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립니다.

추념식에 가기 위해 생존 수형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중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있습니다.

100세를 바라보는 수형인 생존자 4명 71년만에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초청된 겁니다.

버스를 타고 추념식이 열리는 평화공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입니다.

추념식이 시작되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올해 95세인 송순희 할머니는 전주형무소에서 자식을 잃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었던 형무소 친구 오계춘 할머니.

70년 만에 만났지만, 쓰라린 기억은 잊혀 지지 않습니다.

"전주에서 아기 하나 죽고, 전주형무소에서 (죽고) 업고 가다가 배에서 죽고 난 전주형무소 들어가서 죽고, (난 배에서 가다가 죽고) 아이, 나하고 같이 앉았잖아"

너무 늦어버린 70년만의 공식 초청이지만,

어르신들은 이마저도 한이 풀린 기분입니다.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나는 이대로 원한을 안고 저 세상으로 갈 줄만 알았는데 내 나이 90이거든요. 정말 좋아서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희생자 신고도 못한채 70여년에 세월을 숨죽여 살아온 김묘생 할머니도,

그간의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립니다.

"(좀 편안해졌어, 좋아?) 나 좋아. (아까 많이 울었지, 엄마도) 울었어. 막 울었어"

지난해 18명의 수형인이 재심 재판을 신청해 억울했던 누명을 벗은 가운데,

올해도 추념식을 70년만에 찾은 4명의 수형 생존자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재심 재판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제주 4.3이 우리나라의 진정한 역사로 자리잡기를 남아있는 유족들과 생존자는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습니다

JIBS 구혜희입니다."

-영상취재 김기만
구혜희 기자
정치권 4.3 입장차..특별법 논의 난항 예상
정치권 4.3 입장차..특별법 논의 난항 예상
4.3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오늘 추념식에 참석한 여야 대표들의 입장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예상대로 여야간에는 특별법 개정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이효형 기잡니다.

4.3 추념식에는 여야 5당 대표도 참석했습니다.

4.3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불발된 직후라 정치권에 대한 유족들의 실망감은 컸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3특별법 개정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은 배보상 금액에 대한 입장차보다 과거사 법안을 보는 태도의 문제 때문라며 제1야당을 겨냥했습니다.

"소위원회에서 야당이 논의에 참여를 안하고 있어요. 예산 때문은 아니고 이 문제를 다루는 태도 때문에 논의가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설득하겠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특별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보다는 미래를 강조하며,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것(4.3)이 우리 미래로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함께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한 말(희생자 재심사)은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른미래당은 4.3특별법 논의 지연은 국회보다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소극적 입장을 제시했는데,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고 밝혔습니다.

"민주평화당이 앞장서서 4.3의 온전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보상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선봉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생각하고요. 정의당은 4.3특별법 개정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20대 국회에서 속도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총선을 1년 남기고 정치권에서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법안의 연내 처리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JIBS 이효형입니다.

-영상취재 고승한
이효형 기자
4.3 진상규명 "역사적 소명"
4.3 진상규명 "역사적 소명"
4.3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들겠다. 이낙연 총리의 말입니다.

제71주년 4.3 추념식이 오늘 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봉행됐습니다.

김지훈 기잡니다.

다시 기리는 4.3 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평화 주제로 71주년 4.3 추념식이 봉행됐습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여야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올해 추념식은 4.3 희생자들이 겪은 억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시작됐습니다.

특히 올해 초 공소기각 판결로 71년간의 한을 벗게된 생존 수형인들이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인사말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제주4.3이 시대와 호흡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적 정신으로 꽃을 피울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족들도 진정성있는 명예회복과 특별법 처리를 재차 촉구했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합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낭독한 추도사에서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에 대해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배.보상등 입법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와 성심을 가지고 협의하며 정부의 생각을 제시하겠습니다."

이 총리는 또 추념식 이후
행불인 묘역을 찾아 헌화 묵념하고 유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주가 돌아가신 분이나 유가족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에게도 많은 상처가 도처에 남아있고, 몇 대에 걸쳐 갈지 모르는(상황으로 안다)"

벽을 넘어선 퍼포먼스와 평화선언문 낭독, 그리고 각지 대표들의 다짐이 어우러진 추념식.

제주 4.3의 정명을 기원하고 화해와 상생의 교훈을 전국에 알리는 장이 됐습니다.

JIBS 김지훈입니다.

-영상취재 강명철 윤인수 고승한
김지훈 기자
한라산의 통곡...살아남은 자의 아픔
한라산의 통곡...살아남은 자의 아픔
오늘(3) 한라산 자락은 4.3 유족들의 흐느낌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가 울었습니다.

이 울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4.3의 진상규명과 완전한
명예회복 뿐인거 같습니다.

조창범 기잡니다.

"아이고, 그때 대학원까지 한 사람이 누가 있었다고. 아이고, 내 오래비들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다."

한라산 기슭 거친오름 자락이 4.3 유족들의 흐느낌으로 가득찼습니다.

올해 97살인 양경숙 할머니는 4.3이 찾아오면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4.3 당시 경찰에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남동생들이 눈에 밟히기 때문입니다.

제삿날 작은 동생이 먼저 경찰에 끌려가자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큰 동생이 작은 동생을 찾으러 왔지만 그마저도 행방불명이 돼 버렸습니다.

당시 남동생 둘을 포함해 일가친척 9명이 행방불명됐고 양 할머니도 경찰의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이고 (시신이 있다면) 내가 찾아오겠다. 뼈라도 보고 싶다.그 시절에 그 공부(대학원) 해놓고, 우리 끼니도 굶으면서 공부 시켰는데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다.어디 갔는지 모른다"

83살 현양자 할머니는 6형제 중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습니다.

한밤중에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맨발로 뛰어나와 산으로 숨어들면서 온 형제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나중에서야 오빠가 대전형무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동생도 없이 모두 죽어버렸다. 우리 여섯 오누이에 나 혼자 뿐입니다."


살아남은 자식들의 아픔도 너무나 컸습니다.

4.3 당시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숨지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습니다.

"아버지도 억울하지만 나도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겠어요. 혼자서, 형제가 하나도 없잖아요. 앞을 봐도 없고, 뒤로 돌아봐도 없고..."

지지부지한 4.3 특별법 개정 논의는 살아남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만 키우고 있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을 통해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4.3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JIBS 조창범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조창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