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고유정 기소...사실은 이렇다!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이 범행 37일만에 어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초동 수사서부터
기소까지 바라보는 시각이 어딘가 모르게 시원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앞서 전해드린 것 처럼
경찰청이 불필요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럼 이 사건을 처음부터 현장취재한 하창훈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하 기자, 어제 민갑룡 경찰청장이
진상조사팀을 꾸린다는 발표를 했어요.
(리포트)
네, 고유정 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 의혹을 풀기 위해 진상조사팀을 꾸려 제주경찰의 수사 과정에 과오가 있었는지 확인한다는 것인데요,
혹시라도 부족함이나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부실수사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게 지난달 20일이었죠? 제주경찰이 경찰 내부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렸잖습니까? 어떻게 보십니까?
네, 폴넷이라고 그러죠.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그러니까 경찰 업무용 포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주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이 곳을 통해 밝혔습니다. 한간에 이러이러한 얘기가 떠돌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번 수사 과정은 이렇다. 국민이 아닌, 경찰이 경찰에게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판 조리돌림이란 표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본다면 '현대판 조리돌림'이란 표현은 조금은 잘못됐다고 보고요,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면 오죽했으면 이런 단어까지 쓰게 됐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하 기자, 오죽했으면 이런 단어를 썼을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충분한 수사를 했는데, 온갖 비난은 경찰이 받고 있어서일텐데요,
일단 이번 사건 시작은 피해자 동생의 신고였습니다. 5월27일 저녁 6시쯤 미귀가 신고에 이어 두시간 뒤에 자살의심 신고를 하게 됩니다.
경찰은 바로 피해자 위치추적에 들어가게 되죠. 자살의심 신고인데, 아 이건 강력사건이다 하고 바로 수사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5월29일 자살의심이 아니다, 이건 강력사건이다 냄새를 맡고 수사를 전환하게 됩니다.
이 때 논란이 됐던게 있어요. 바로 유족이 CCTV를 찾아서 경찰에게 건네줬다. 그래서 초동수사 부실이었다. 이런 내용인데, 이건 또 어떻게 된 겁니까?
경찰이 범행 현장 CCTV를 확인한건 5월28일 밤부터였습니다.
이틀에 걸쳐 사건장소 일대 방범용 CCTV를 확인했구요, 여기서도 피해자의 동선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부터 경찰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구요, 그 와중에 유족측이 5월29일 가정집 CCTV 확인을 요청하게 된 겁니다.
사실 경찰 입장에선 가정집 CCTV도 필요하겠지만, 방범용 CCTV가 더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4방향 그러니까 360도 녹화가 가능해서 더 확실한 동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유족이 요청하기 전에 이미 CCTV는 확인이 됐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논란이 현장검증과 폴리스라인 설치 문제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현장검증 얘기를 해볼께요, 현장검증이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범행현장에 가서 현장상황을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용어 자체에 답이 있습니다.
이미 경찰에선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거든요, 그리고 고유정이 살인과 사체손괴, 은닉 혐의를 인정했구요.
충분한 물증이 확보됐다면 굳이 현장검증이 필요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검찰과도 논의를 한 부분이었음을 알려드리겠구요, 언론 접촉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반복적으로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또 폴리스라인 부분은,
이번 같은 경우는 펜션 안이 범행 현장이었고, 경찰은 펜션을 12일동안 임대해서 출입을 막았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더 확실한 폴리스라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고유정 재판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일단 검찰은 이번 사건을 극단적 인명경시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극단적 인명경시란 표현을 쓴 것은 최소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을 구형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고요. 또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유정은 현재까지도 성폭행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죠.
살인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겐 살인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내세워 최대한 형량을 줄여버려는 의도로 보이고 있습니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전반을 취재하면서 하고 싶은 말 있다면요?
이번 사건 과정에서 경찰이 엄청난 욕을 먹었죠.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요, 수사가 부실했던건 아니었습니다. 검찰도 어제 브리핑 때 분명이 이 얘기를 했구요.
다만 아쉬웠던건, 우리가 뉴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잖습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민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번에는 수사는 충분히 했음에도 대응 과정에서 높아진 눈높이, 즉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
마지막으로 하루빨리 피해자 시신의 일부라도 찾아서 유족들이나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하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