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루종일 재심 판결 .. 재판부도 유족 위로
(앵커)
335명이나 되는 4·3 수형인 재심이 하루만에 마무리 된 건,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져온 4·3 수형인 진상 규명 노력의 결괍니다.
당시 재판의 부당성을 찾아내, 검찰과 재판부를 설득해 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심 재판부가 당시 공권력 남용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창범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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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4·3 수형인 재심 판결은 21차례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오전 10시 시작된 재심은 20분씩 저녁 6시 무렵까지 이어졌습니다.
각 재심마다 스무명 안팎의 유족들이 참석했고, 별도 변론도 없이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제주지방법원 개원 이래 하룻만에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렇게 4·3 수형인 재심이 같은 날 한꺼번에 열리게 된 건 재판부의 배려 때문입니다.
피고인 335명 가운데 생존 수형인 2명도 아흔을 넘겼고, 나머지 333명 행방불명 수형인의 유족들도 고령인 점을 감안해 재심 판결 기간을 단축시킨 겁니다.
21차례 이어진 재심 판결에서도 4·3 당시 사법권 남용과 유족들이 겪은 아픔에 대해 유감과 위로를 잊지 않고 전했습니다.
장찬수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
(싱크)-자막"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이제는 오른쪽 왼쪽 따지지 않고 낭푼에 담은 지슬밥에 마농지 뿐인 밥상이라도 그리운 사람과 마음 편하게 둘러 앉아서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특히 4·3 수형인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법정 촬영도 이례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임재성 변호사
(싱크)-자막"억울한 재판을 받고 고문 당하셨던 분들이 여전히 전과자로, 내란실행 방조로, 소요, 공무집행방해라는 전과를 지금까지 달고 사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2021년에 이런 얘기를 여기에서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4·3 수형인 335명의 재심이 한꺼번에 열리고, 재판부의 배려를 끌어낼 수 있었던 건, 오랜기간 이어진 4·3 진상규명 노력 덕분입니다.
일부 생존수형인들이 끊임 없이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지난 1월엔 행방불명 수형인 10명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연이은 재심 판결 결과가 이번 일괄 재심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박용현 4·3희생자 유족
(싱크)-자막"제가 할아버지, 할머니, 큰 아버지가 다 4·3때 돌아가셨는데, 가문의 명예회복을 하겠다, 아버지 편히 돌아가십시요. 제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영상취재 오일령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진상규명과 정명을 통한 피해보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JIBS 조창범입니다.
조창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