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기획, 4. 해남굴 주둔소 첫 확인...토벌 작전 입증 증거
(앵커)
4·3 당시 한라산으로 많은 양민들이 피난을 가자, 군경 토벌대가 중산간에 주둔소를 만들어 토벌 작전을 벌였습니다.
군경 주둔소만 제대로 확인해도 당시 토벌 작전 실체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아직도 군경 주둔소 상당수는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JIBS 취재진이 그동안 말로만 전했졌떤 표선면의 해남굴 주둔소를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김동은 기잡니다.
(리포트)
50여년전 서귀포시 표선면 일대를 촬영한 항공 사진입니다.
언덕 꼭대기에 반듯한 삼각형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이 확인됩니다.
과연 이 시설물은 무엇일까?
지금은 인근 마을 주민 한명만이 그 시설물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홍복순 할머니(91세)/서귀포시 표선면
(인터뷰)-(자막)-"거기 가서 보니까 돌담 쌓고 있었다. 그때 봤죠. 그래서 여기 지어서 뭐할꺼냐고 물어보니까, 폭도 지킬꺼라고..."
시설물을 찾아가봤습니다.
깊은 숲속 언덕 위에 커다란 돌담이 나타납니다.
돌담 안쪽에는 솥을 놓고 음식을 만들던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고,
집이 있던 터도 확인됩니다.
이 곳을 드나들 수 있는 입구와 외부 초소도 발견됩니다.
그동안 말로만 4·3 당시 토벌대가 머물렀다 전해지고,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던 해남굴 주둔솝니다.
60미터 가량되는 긴 돌담 외벽에 각 꼭지점마다 초소를 만들고,
내부에 집과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겁니다.
이 주둔소는 4·3 초토화 작전 이후인 지난 1950년쯤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남아있는 돌담 형태로 볼 때, 외벽 높이만 3미터나 될 정도였습니다.
니은자 형태의 외벽을 쌓고, 내부를 돌며 한라산 중산간의 무장대와 피난민 움직임을 살폈던 겁니다.
김동은 기자
(S/U)"4·3 당시 높이가 3미터에 달했던 이곳 주둔소 외벽은 지금은 상당부분 훼손됐지만, 남아 있는 돌담만으로도 당시 규모를 짐작케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미 발견된 새모미 주둔소와 사슴이 주둔소가 너무 떨어져 있어 토벌과 경계 작전 거점으로 해석하는데 의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주둔소 중간 지점에서 해남굴 주둔소가 발견돼, 당시 군경의 토벌 작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상봉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인터뷰)-(자막)-"(해남굴 주둔소는) 동부지역에 있는 새모미 주둔소, 사슴이 주둔소, 그리고 이곳, 이 3개가 남북으로 연달아 있어서 송당이나 세화 등 동부지역 마을에서의 접근을 차단시켜주는..."
현재 제주에선 40여곳의 군경 주둔소가 확인돼 있습니다.
4·3 당시 토벌 작전 부대의 거점이지만, 상당부분 훼손되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장
(인터뷰)-(자막)-"4·3 진상조사에서 미진한 군경의 지휘체계를 파악하는데 정확한 군경 지휘 부대, 지휘 초소들의 거점, 이들에 대한 좌표 확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특히 군경 주둔소는 4·3 당시 양민들이 강제동원돼 조성됐던 피와 땀의 흔적인 동시에, 양민 학살의 직접 증거인 만큼, 전수조사와 함께 보존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만 합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