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30] JIBS 8뉴스
(4·3 기획)3. 어떻게 산에 올랐나?...표고밭.방목길 주목
(4·3 기획)3. 어떻게 산에 올랐나?...표고밭.방목길 주목
(앵커)
JIBS는 제주 4·3 74주년을 맞아 중산간 주민들의 피난처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토벌대의 무차별 학살을 피해 중산간 마을 주민들은 더 높은 고지대와 한라산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동선으로 이동했는지, 왜 결국 한라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김동은 기잡니다.

(리포트)
탄피가 무더기 발견된 일명 '들굽궤 오동이' 지역.

이 일대는 제주시 애월읍 지역 주민들이 한라산으로 이동하는 주요 피난 동선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당시 주민들은 왜 피난처로 중산간 고지대와 한라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마을 중에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한 마을.

이 마을은 4·3 초기부터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고창선(89세) / 유수암리 주민
"그 당시에 불 타서 아무것도 없었지, 집 한채가 어디 있었겠나..."

주민 70여명이 살았던 범미왓, 일명 동카름 마을은 집이 모두 불에 타 없어지면서 이제는 표석만 남아있습니다.

이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강창휴 할아버지는 참혹했던 그 당시가 생생합니다.

당시 해안마을로 내려오라는 소개령까지 내려졌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강창휴 / 유수암리 주민
"밑(해안마을)에 내려갔다고 보호해 줄리가 없고, 위에도 보호해 줄 곳이 없어. 다 자기가 임시로 살기 위해서..."

결국 주민들은 평소 소와 말을 방목하러 다녔던 중산간 고지대의 길.

주민들만 알고 있는 그 길을 따라 중산간 고지대와 한라산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강창휴 / 유수암리 주민
"(예전에는) 한라산에 소와 말들이 다니고, 사람 다니는 길이 있어, 올라가는 길이..크게 길을 빼놓은건 아니고, 사람이 다니니까 길이 생긴거야"

주민들의 피난 동선은 단순히 방목길 밖에 없었을까?

당시 한라산에 피신했다는 한 주민에게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현상돈(80세) / 제주시 아라동
"그 길이 있었지, 초기밭(표고밭) 가는...거의 초기밭(표고밭) 인근에서 방목했지..."

초기밭, 즉 일제시대부터 한라산 곳곳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던 일명 표고밭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증언의 위치는 해발 900미터 이상되는 한라산 중턱입니다.

관음사에서 남쪽으로 2킬로미터 부근까지 올라가야 하는 곳입니다.

당시 27임반이라 불리는 이 표고밭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한라산 관음사에서 2시간 가량 산길을 올랐습니다.

깊은 산속에 무너진 한 건물이 확인됩니다.

표고버섯을 키웠던 현장입니다.

당시 주민들은 이 표고밭 길을 따라 한라산에 올라, 뿔뿔히 흩어져 몸을 숨겼다는 얘깁니다.

현상돈(80세) / 제주시 아라동
"전부 이곳 사람들은 전부 위로만 올라갔거든. 한라산에 안 올라가면 살 수가 없어. 여기서 손가락질 하고 폭도가 살고 있다고 하면 그냥 다 잡혀가고, 잡혀가고..."

김은희 / 제주 4·3 연구소 연구실장
"(당시) 생활 터전이 대부분 방목, 목장길, 초기밭(표고밭)...초기밭(표고밭)이 터전이 다져져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일제 시대 생긴 초기밭(표고밭)이 나중에 4.3 피난민들이 활용했던 장소로..."

4·3 당시 제주 중산간 주민들의 목숨을 건 생명길이었던 방목길과 한라산 표고밭.

이 흔적을 추적하는게 4·3 피난민들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인 셈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 고승한
제주방송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제주방송 고승한(q890620@naver.com) 기자
대담) 직권재심...무죄 판결 이끌어낸 문성윤 변호사
대담) 직권재심...무죄 판결 이끌어낸 문성윤 변호사
(앵커)
제주 4·3은 특별법 개정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배보상 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수형인들에 대한 직권재심이 시작된 겁니다.

오늘은 첫 직권재심에서 변호를 담당했던 문성윤 변호사를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리포트)
안녕하십니까?

Q1) 이전에도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있었는데요, 이번 직권재심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죠.

A1) 특별법이 개정이 되서 4.3 사건으로 인해 형사 판결을 선고받고 형무소에서 복역했던 분들 중 희생자로 결정된 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재심 사유가 없더라도 재심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이것이 특별재심인데 그중에서 형사 재판을 받은 수형인들 중에서, 군사 재판을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주자 이게 직권 재심이죠.

다시 말하면 4.3 당시에 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분들에 대해서 국가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Q2) 사실 첫 직권재심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전 과정을 공개했는데, 이건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시나요?

A2) 사실은 확정된 형사 판결에 대해서 검찰 스스로 직권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도민들의 관심사도 컸고요. 그래서 재판부에서도 아마 도민들한테 이런 과정을 소상히 알리기 위해서 법정 안에서 녹화도 허용하고 또 촬영도 허용하고 이렇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4.3 해결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그런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3) 이번 직권재심이 불법군사재판에 의한 수형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일반 재판으로 수형생활을 했던 분들은 어떻게 되나요?

A3)지금 일반 재판 수행인들은 지금 개별적으로 재심 청구를 해서 재판 중인 것들도 있는데요.

사실은 일반 재판을 받은 분들 중에는 그 유족들이 자기 아버지가 또는 뭐 자기 할아버지가 일반 재판을 받아서 수형됐는지 모르는 분들이 허다합니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가 돼서 알려주기가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군사 재판을 받은 분들에 비해서는 형평이 안 맞는 결과가 발생할 수가 있겠죠.

몰라서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고 또 청구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수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사실은 일반 재판 수형인들에 대해서도 특별법을 개정해서 이분들에 대해서도 직권 재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Q4) 변호사님께서는 특별법이 개정되기 이전부터 4·3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과제는 어떤 것들이 남아있다고 보시나요?

A4) 물론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많은 과제들이 있고 그 어느 한 과제가 소홀함이 있을 수가 없는데요.

우선적으로 급한 것은 이제 금년부터 4.3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이제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서 형사보상금 청구도 잇따를 것이고 그런 점에서 가족관계 등록부가 시급히 정비가 돼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어느 아버지의 아들이 증명이 돼야 보상금을 받든 할 텐데 지금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그 가족과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하루빨리 특별법을 개정해서 가족관계등록부가 사실에 맞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한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제주방송 조창범(cbcho@jibs.co.kr) 기자
인력 없어 복구 '속수무책' 소득작목 육성해놓고...
인력 없어 복구 '속수무책' 소득작목 육성해놓고...
(앵커)
지난주 몰아친 강풍에 시설물 등 피해가 속출했는데, 농작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농정당국은 피해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아직 대책방향이 나오질 않아 농가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천정부지 올라버린 인건비도 문젭니다.

김지훈 기잡니다.

(리포트)

지난주, 강풍이 할퀴고 간 한 옥수수 재배 농갑니다.

몇년사이 새로운 소득작물로 떠오른 초당옥수수입니다.

초당옥수수는 높은 봄 기온에, 짧은 기간 조기출하가 가능해 특화작물로 인기는 상종갑니다.

매해 재배농가나 면적은 늘어나는 추세에, 출하도 증가셉니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강풍이 잦아들고 날이 맑아지면서 며칠째 복구에 나섰지만 별 진전이 없습니다.

곳곳에 묘종은 말라 비틀어졌고 터널재배 포장과 관수시설도 나뒹굴고 있습니다.

김지훈 기자
"파종을 마치자 마자 포장이 뜯겨나가고 묘종이 쓸려나가면서, 농가나 농정당국 모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탭니다"

동부권 애월지역에서만 30%정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른지역도 비슷한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잦은 비 등 날씨 변수엔 취약하고, 피해가 발생해도 지원책이랄게 없어 온전히 자구책에 기대야 할 상황입니다.

2년째 이어진 코로나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천정부지 올라버린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은 실정입니다.

"피복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피복을 입히려고 해도 인력이 없어서 못하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죠"

농협도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나섰지만 아직 대책 등을 내놓진 못하고 있습니다.

출하시기가 닥쳐 당장 여름작목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가능한 부분이라도 보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홍성철 / 제주서부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
"남아 있는거라도 관리를 잘해야. 그게 최선이죠. 왜냐하면 지금 당장 딴 작목으로 들어갈 작목이 없습니다. 잘 관리해서 남아 있는 걸 정리하는게 낫습니다"

새로운 틈새소득작목으로 육성은 장려했지만 정작 피해대책까지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게 되면서, 출하는 고사하고 재파종도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JIBS 김지훈입니다.

영상취재 - 윤인수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제주방송 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