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인 오희춘..."20년만 되돌리고 싶어요"
다른 지역으로 물질을 떠나려던 꿈 많던 어린 해녀는 한 순간에
전과자로 전락했습니다.
해녀를 모집한다는 서류에 서명을
한게 죄라면 죄였습니다.
수감과 함께 소식이 끊기자 딸을
찾아 나선 부모가 찾은 곳은
당시 총살 현장인 정방폭포였습니다.
살아 돌아온 소녀는 이제
20년 만이라도 시간을 되돌려
활짝 살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같이 물질하면서 친구들과 나와서 집에서 나무를 지고 와서...
불 붙여서 몸을 녹이면서 소라도 구워 먹고...
쓰다, 달다 하면서...
친구들하고 놀았지...꼭 닮은 소녀들끼리...
한창 좋게 살아가는데...
18살, 꽃을 펴보지도 못한 때...
해녀 모집한다고 하니까 서류를 써서...
그 서류도 안 읽어봤어...
4.3 도장인지는 생각도 못했지
4.3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 도장을 받았으니 육지로 (물질) 가는 줄로만...
언제 갈건지 하다 보니까 잡혀간거지...
그때(4.3)는 총만 맞지 않으면 다행인거라...
한 10여명씩 포승줄로 묶어서 가면...
10분 있으면 정방폭포에 데려가...
팡팡 총살했다고 하고...
우리는 죽이지만 않을 걸 영광이라고 생각했어...
부모들은 여기(정방폭포)에서 총살 당했을까봐...
너네 어머니 정방폭포가서 너를 찾으려고...
시신 뒤집으면서 찾아다니다가, 없으니까...
징역 갔다는 소문 듣고 안심하고 살았다는...
징역 10개월 살다 오니까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나...
고개 들고 다니지 못했지...
징역 살다온 처녀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
내 일생, 그 구렁텅이에서 살았다는 그 기분...
몰라요.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모두 되돌리지는 못해도 20년만 되돌렸으면...
그러면 활짝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20년만 되돌리고 싶어요"
김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