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색만 갖춘 '지하수 농약 검사 장비'...필수 장비 없어 사용 못해
(앵커)
지난해 JIBS가 제주 지하수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이때문에 제주자치도가 지하수가 농약에 오염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고가의 측정 장비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단 한차례도 조사에 사용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장기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동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제주도내 축산 밀집 지역과 주요 농업 지역에 있는 지하수 관정 14곳에서 지하수 성분을 분석해봤습니다.
측정이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인 1조분의 1그램, 나노 그램까지 성분을 조사했습니다.
카벤다짐이라는 살균제와 메톨라클로르라는 제초제 성분이 일부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3년 5천여톤이던 제주도내 농약 판매량은 매년 증가해 6년만에 만천여톤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3억원을 들여 지하수가 농약에 오염됐는지 검사할 수 있는 분석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분석 장비 사용법 교육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 장비로 지하수 농약 성분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약 성분 분석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전처리 작업을 한 후 성분 측정이 이어지고, 그 결과를 표준물질과 비교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구축된건 측정 장비 뿐이고, 전처리 장비와 표준물질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농약 분석 전문가
(싱크)"표준물질없이 분석할 수 있는 화학물질은 아무것도 없어요. 또 오차 원인의 60~70%가 전처리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학계에 알려져 있는데, 전처리가 안되면 기계가 찍을 수가 없는데...반쪽만한거죠"
올해 추경 예산에 전처리 장비와 표준물질 구매 비용 2억원 가량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삭감돼 버렸습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
(싱크)"(올해는) 코로나 관련 추경이었기 때문에 반영이 안된거고요. 내년 예산은 실무 심사중에 있습니다"
게다가 내년엔 농업용 지하수 재이용 허가 시기와 맞물려 수질 검사 물량이 평년보다 5배 이상 많아집니다.
내년 장비가 모두 구축된다고 해도, 추가 인력이 지원되지 않으면 지하수 농약 검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지하수 오염 대책을 세우겠다면서, 기초적인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게 제주 지하수 관리 체계의 현실입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