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 드라마&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20부작(18) 영화 지슬-눈물의 동굴대피소, 동광마을 큰넓궤
2023.10.11.수.
제주평화기행 20부작(18) 영화 지슬-눈물의 동굴대피소, 동광마을 큰넓궤
1. [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와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18번째 시간입니다.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것입니다.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나볼까요?
- 4.3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 잡았는데,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4.3영화라고 할 수 있음
- 그동안 4.3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4.3을 전국과 세계로 알린 대표작들이 있음
- 오늘은 4.3영화하면 첫 손에 꼽는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과 함께 평화기행을 떠나겠음
2. 영화 [지슬]하면 4.3당시 안덕면 동광마을의 큰넓궤에서 일어난 비극을 소재로 하는데 오늘은 동광마을로 기행을 떠나는건가요?
-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는 큰넓궤로 피신한 동광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
- 참고로 제목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어임
- 오늘은 동광마을에서 일어난 아픔과 함께 평화기행을 떠나보겠음
3. 영화 [지슬]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 올해로 개봉 10주년을 맞이함. 2013년 3월에 개봉함
- 오멸 감독이 연출을 했고, 이경준, 홍상표, 문석범, 양정원 등 제주 출신 배우들이 출연함
- 주요 내용은, 1948년 11월 제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함
- 주민들은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여긴다’는 흉흉한 소문을 듣고 삼삼오오 모여 피난길에 오름
-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산 속의 이름 모를 동굴로 피신함
- 그곳에서 주민들은 곧 돌아갈 생각으로 따뜻한 감자를 나눠 먹으며 장가갈 걱정, 집에 두고 온 돼지걱정 등 소소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않음
- 하지만 비극의 그림자는 서서히 주민들이 있는 동굴을 에워싸기 시작함
4.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수상도 하면서, 4.3을 세계에 알린작품입니다.
- 제주를 넘어 한국 영화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
- 일단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함
- 선댄스 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독립영화제라고 할 수 있음
- 70년대에서부터 90년대까지 헐리우드 영화를 대표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트가 설립한 영화제임
- 실제로 지금은 거장이 된 많은 감독들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발굴되는데 대표적으로 윤여정씨 주연의 [미나리]가 이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을 함
- 오멸 감독이 선댄스에서 그것도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알 수 있음
- 그리고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넷팩상, 시민평론가상 등 4관왕을 하면서 영화와 4.3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킴
5. 영화가 흑백화면으로 만들어졌고, 4.3에 대한 세세한 설명보다는 비극의 정서를 은유적으로 보여줘서 시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로 기억이 됩니다.
- 4.3으로 희생당한 영령들이 4.3 당시로 돌아가서 그 때를 회상하는 영화처럼 읽을 수 있음. 그래서 흑백 화면이 강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음
- 동시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영령들을 향해 영화로 제사를 드리는 형식으로 볼 수 있음
-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 큰넓궤 동굴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 감자를 나눠먹는 장면이 있는데, 주민들이 앉아 있는 모양이 하나의 행으로, 가로로 길게 앉아있는 모습으로 나옴
- 이는 제사상 위에 돌아가신 분들의 사진을 가로로 길게 놓은 모습처럼 보이고 주민들이 먹는 감자와 음식은 후손들이 제사상에 올린 음식으로 상징화할 수 있음
- 이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영령들에게 제사를 드리며 추모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한국적이면서 제주적인 정서를 담은 장면으로 볼 수 있음
-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를 독보적인 위치와 정서를 갖는 영화로 평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6. [지슬]의 큰 인기와 화제로 인해서 영화의 배경인 동광마을의 아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 우선 잘 아시는 것처럼 동광마을은 제주시와 안덕, 대정, 서귀포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
- 지금도 동광환승정류장이 있는 곳이 동광마을
- 사람과 물자들의 교류가 활발한 곳이었기 때문에 그 만큼 눈에 잘 띄고, 감시와 통제가 심했던 지역이었음.
- 그리고 서귀포 토벌대와 대정 토벌대가 경쟁적으로 들어와서 주민들을 토벌해서 동광마을의 피해가 유독 컸음
- 대정 토벌대에게 잡히면 모슬봉으로 끌려가 총살당하고, 중문 토벌대에게 붙잡히면 정방폭포에서 총살당하고 하는 식이었다고 함
- 당시 동광리에는 '무등이왓'을 비롯해 작은 자연 부락들이 형성되어 있었는 데 지금은 행정구역상 존재하지 않는 잃어버린 마을 터가 되었음
6. 동광마을의 피해는 어느 정도였나요?
- 기록에 따르면 현재 알려진 동광리 4·3 희생자 수는 150여 명에 이르고 있음
- 구체적으로는 1948년 11월에 동광리 내의 자연 부락인 무등이왓의 주민들을 토벌대가 포위하여 집결시키는 사건이 발생함
- 토벌대는 주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한 뒤 10여 명을 집단 총살함
- 그러자 영화 [지슬]처럼 주민들은 산과 동굴로 피신해 숨어 살아야 했음
- 토벌대는 마을을 샅샅이 수색하면서 주민들을 색출하고 사살을 자행함
- 그러자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도망쳐야 했고 다시 마을로 돌아올 수 없으니 마을들은 사라질 수 밖에 없었음
7. 무등이왓 마을에는 터만 남아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무등이왓 마을 일대에는 대나무와 밭만 보일 뿐 마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음
- 현장에 가면 마을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안내판들로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음
- 현재 무등이왓은 동광리 4·3길의 코스 중 하나로 조성이 되어 있으니 직접 가셔서 확인하시면 좋겠음
8. 방문하는 김에 영화 [지슬]의 중요한 공간인 큰넓궤도 보면 좋겠습니다.
- ‘큰넓궤’는 무등이왓을 비롯해 동광 주민들이 피신해 2개월가량 생활을 했던 동굴
- 큰넓궤의 ‘궤’는 동굴을 의미하는 제주어인데 ‘크고 넓은 동굴’의 뜻
- 동광리를 방문하게 되면 동광육거리에서 오설록방면으로 가다가 큰넓궤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을 볼 수 있음
- 큰넓궤는 좁은 통로와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넓은 공간으로 구성되었음
- 전체 길이는 180m 정도 된다고 함.
- 굴 입구에서 10m 정도는 기어서 가야 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통로이고 이 구간을 지나면 허리를 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나옴
- 입구가 좁아서 실제로 들어가면 엎드리듯이 기어서 들어가게 됨
- 동굴 안쪽으로 가면 피신했던 주민들이 사용했던 그릇이 깨져있는 것도 볼 수 있고 방호벽을 쌓아서 대항했던 흔적도 만날 수 있음
- 현재 큰넓궤는 입구가 닫혀 있어서 들어갈 수 없음
- 제주도청의 허락을 받으면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갈 때는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함
9. 큰넓궤에서 피신하며 생활했던 기억이 매우 두렵고 끔찍했을 것 같은데요.
- 당시 큰넓궤에서 피신했던 유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불편함과 배고픔보다는 토벌대에 대한 공포가 더 큰 어려움이었다고 전함
- 수십 일 동안 하늘을 보지 못해서 밤하늘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전하고 있음
- 그 당시의 무서움과 참혹함이 컸지만 4.3이 진상규명 되면서 유족들도 서서히 목소리를 내고 증언을 하면서 다시는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후세대들에게 전해주고 있음
10. 올해가 4.3 75주년인데 4.3을 전국과 세계로 알리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영령들도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올해 4.3 75주년을 맞아서 강덕환 시인이 추모시를 발표함
- 영령들의 해원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함께 들어보면 좋겠음
(성우님녹음)
이제랑 오십서 / 강덕환
‘이제나 오카, 저제나 오카’
먼 올레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혹시나 여기며
버선발로 뛰쳐나가던 세월이 일흔 해를 훌쩍 넘겼는데
‘아방 오민 고치 먹어사주게’
밥을 먹어도 아버지 직시는 따로 챙겨두고
수제빌 끓여도 국물만 들이켜며 보낸 세월이 백발로 늙어갑니다
바람은 천년을 불어도 늙지 않고
구름은 만년을 흘러도 흩어졌다 모이는데
낭푼밥에 식구들 둘러앉아 먹던 밥숟가락
채 놓기도 전에 끌려간 부모 형제들은
호적에서 지우지도 못했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한 육지 형무소에서
정뜨르 비행장에서 들이쳐 분 바당에서
한라산 어느 골짜기에서
총 맞고 매 맞아 흙구덩이에 처박히고 복 먹어 고기밥이 되고
얼고 배고파 까마귀밥이 되어
간 날 간 시 몰라
난 날 난 시로 제상 받아 앉은 칭원한 영혼
이제랑 오십서, 발걸음 쿵쿵
헛기침도 서너 번 외울르고
부는 바람, 흐르는 구름 잡아타고
여기 안 자리로 앉으십서
정성의 제단에 해원의 향불 피우오니
상생의 촛농으로 흘러내리십서
11.마침 올해가 [지슬] 개봉 10주년이니, 영화도 보고 동광 마을 4.3 유적도 방문하면서 평화의 희망을 더 키워 가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마무리-
[6.25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 드라마&영화 속 제주평화기행]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것입니다.
(음악 – 이어도사나(지슬 ost) / 양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