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의 복귀, 수익성보다 생존이 먼저였던 선택
면세 산업이 다시 기로에 섰습니다.
팬데믹으로 무너진 구조가 4년 만에 회복되는 듯하지만, 그 회복이 정말 ‘새로운 출발’인지, 아니면 과거로의 회귀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면세점은 여전히 관광산업의 중심이자, 소비 트렌드의 바로미터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단순히 경기 반등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기’에 가깝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기획 [면세의 경계]는 이 산업이 어디서 멈췄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5편에 걸쳐 짚습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그 출발점인 ‘다이궁 리턴’을 해부합니다.
8개월 만에 돌아온 보따리상 구조가 과연 회복의 신호인지, 아니면 산업 체질이 여전히 낡은 채 외형만 부풀고 있는지를 따져봅니다.
■ 6개월 만의 복귀,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롯데면세점이 올해 1월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환을 이유로 다이궁(보따리상) 거래를 중단한 뒤, 약 6개월여 만에 일부 브랜드 중심의 주문이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이궁 판매를 부분 재개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명동점이나 주요 해외 거점에서 대량 주문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전면 복귀는 아니지만, 특정 브랜드 중심으로 다이궁 거래가 재가동되고 있다”며,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과 외형 회복을 우선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롯데 내부에서도 “일부 브랜드의 대량 주문이 돌아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여행사 네트워크를 통해 묶음 구매가 재개되는 ‘변형된 다이궁’ 형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숫자는 회복됐지만, 체질은 제자리
제주는 지금 이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시장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외국인 입점객은 올해 1월 6만 9,000명에서 7월 12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1억 원에서 412억 원으로 약 5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5월엔 외국인 입점객 11만 6,000명에 매출 413억 원을 기록했지만, 7월엔 인원이 더 늘었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입점객은 27% 늘었지만 매출은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객단가 하락이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입니다.
제주 면세점 한 관계자는 “보따리상 구조가 무너지면서 자유여행객(FIT)이 늘었지만 브랜드 단가가 낮아 매출 효율은 떨어진다”며, “지금은 단체 중심 ‘대량 소비’가 아니라, 경험 중심 ‘분산 소비’로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쇼핑 천국’에서 ‘체류의 제주’로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소비는 예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 이탈 이후 매출의 60% 이상이 화장품·기초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외형은 회복됐지만 브랜드 가치나 소비 다변화는 여전히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면세 산업이 ‘쇼핑 중심 관광’에서 ‘체류형 소비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관광 학계 한 관계자는 “가격 중심 구조가 지속되면 면세점은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우지 못한다”면서,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다시 살아나는 산업”이 아니라 “다시 써야 하는 산업”
다이궁 거래 재개는 단기적으로 매출 회복의 신호일 수 있지만,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은 회복은 결국 같은 순환을 반복할 뿐입니다.
문제는 ‘돌아온 다이궁’이 아니라, ‘바뀌지 않은 산업’입니다.
제주는 그 변화의 전초전이자, 체류형 소비 전환의 실험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면세 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체질로 가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묻는 출발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2편에서는 명품 브랜드 이탈 이후의 공백과 ‘수익성 vs 외형 확대’ 사이에서 흔들리는 면세 산업의 딜레마를 짚습니다.
면세 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체질로 가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분석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면세점 입구를 향해 걸어가는 젊은 여행객들의 뒷모습을 담은 이미지. ‘가격 경쟁’보다 ‘경험 소비’로 옮겨가는 면세 트렌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면세 산업이 다시 기로에 섰습니다.
팬데믹으로 무너진 구조가 4년 만에 회복되는 듯하지만, 그 회복이 정말 ‘새로운 출발’인지, 아니면 과거로의 회귀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면세점은 여전히 관광산업의 중심이자, 소비 트렌드의 바로미터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단순히 경기 반등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기’에 가깝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기획 [면세의 경계]는 이 산업이 어디서 멈췄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5편에 걸쳐 짚습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그 출발점인 ‘다이궁 리턴’을 해부합니다.
8개월 만에 돌아온 보따리상 구조가 과연 회복의 신호인지, 아니면 산업 체질이 여전히 낡은 채 외형만 부풀고 있는지를 따져봅니다.

롯데면세점.
■ 6개월 만의 복귀,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롯데면세점이 올해 1월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환을 이유로 다이궁(보따리상) 거래를 중단한 뒤, 약 6개월여 만에 일부 브랜드 중심의 주문이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이궁 판매를 부분 재개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명동점이나 주요 해외 거점에서 대량 주문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전면 복귀는 아니지만, 특정 브랜드 중심으로 다이궁 거래가 재가동되고 있다”며,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과 외형 회복을 우선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롯데 내부에서도 “일부 브랜드의 대량 주문이 돌아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여행사 네트워크를 통해 묶음 구매가 재개되는 ‘변형된 다이궁’ 형태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숫자는 회복됐지만, 체질은 제자리
제주는 지금 이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시장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외국인 입점객은 올해 1월 6만 9,000명에서 7월 12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1억 원에서 412억 원으로 약 5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5월엔 외국인 입점객 11만 6,000명에 매출 413억 원을 기록했지만, 7월엔 인원이 더 늘었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입점객은 27% 늘었지만 매출은 16% 증가에 그쳤습니다.
객단가 하락이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입니다.

제주 면세점 한 관계자는 “보따리상 구조가 무너지면서 자유여행객(FIT)이 늘었지만 브랜드 단가가 낮아 매출 효율은 떨어진다”며, “지금은 단체 중심 ‘대량 소비’가 아니라, 경험 중심 ‘분산 소비’로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쇼핑 천국’에서 ‘체류의 제주’로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소비는 예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 이탈 이후 매출의 60% 이상이 화장품·기초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외형은 회복됐지만 브랜드 가치나 소비 다변화는 여전히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면세 산업이 ‘쇼핑 중심 관광’에서 ‘체류형 소비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관광 학계 한 관계자는 “가격 중심 구조가 지속되면 면세점은 관광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우지 못한다”면서,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명품 매출 하락세를 시각화한 그래픽 이미지. 대량구매 중심의 중국 ‘다이궁’ 시장이 축소되고, 자유여행객(FIT) 중심의 개별 소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면세 매출 구조가 재편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다시 살아나는 산업”이 아니라 “다시 써야 하는 산업”
다이궁 거래 재개는 단기적으로 매출 회복의 신호일 수 있지만,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은 회복은 결국 같은 순환을 반복할 뿐입니다.
문제는 ‘돌아온 다이궁’이 아니라, ‘바뀌지 않은 산업’입니다.
제주는 그 변화의 전초전이자, 체류형 소비 전환의 실험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면세 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체질로 가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묻는 출발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2편에서는 명품 브랜드 이탈 이후의 공백과 ‘수익성 vs 외형 확대’ 사이에서 흔들리는 면세 산업의 딜레마를 짚습니다.
면세 산업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체질로 가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젊은 아시아 관광객들이 면세점 명품 매장을 바라보는 장면을 이미지화한 모습. 소비의 방향이 변해가는 면세 산업의 현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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