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은 돌아왔지만, 이익은 사라졌다
객단가 하락·화장품 편중… 수익 구조는 아직 ‘복원 중’
면세 산업이 다시 규모를 키우는 모습입니다.
조금씩 회복세도 점쳐지지만, 질문은 여전합니다.
“이 회복, 과연 제대로 된 방향일까.”
[김지훈의 ‘맥락’], 기획 1편이 다이궁(보따리상) 복귀의 의미를 해부했다면 2편은 그 이면 즉 명품 이탈 이후의 공백을 정조준합니다.
제주는 이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외형은 돌아왔지만, 수익의 엔진은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 수치가 말하는 제주… 발길 늘었는데, 지갑은 얇아졌다
9일 한국면세점협회 집계에 따르면, 제주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입점객은 6월 11만 7,000명(매출 380억 원) → 7월 12만 7,000명(412억 원) → 8월 12만 8,000명(451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손님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매출 증가세는 완만합니다.
5월 기준 11만 6,000명·매출 413억 원 이후, 인원이 더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소폭 낮아지는 흐름도 확인됩니다.
연 비율로 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입점객은 +27%, 매출은 +16%.
객단가 하락이 뚜렷합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개별·자유여행객(FIT)이 늘면서 기초·생활군 제품 중심의 소액 결제가 많아졌다”며, “예전처럼 ‘쇼핑을 위해 오는’ 동선이 아니라 ‘여정 중 들르는 소비’로 바뀌는 추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비워진 프리미엄… 명품 철수의 여파, 단가 구조가 무너졌다
팬데믹 이후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글로벌 하우스(명품 본사 그룹) 들은 수익성, 가격 통제, 환율 리스크를 이유로 한국 내 면세 유통망을 ‘선별 공급’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제주는 물론 국내 전역에서 하이엔드 라인의 복귀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빈자리는 화장품과 생활잡화, 그리고 K-패션과 리빙 브랜드가 채웠습니다.
물량은 메워지고 있지만, 단가와 마진은 낮은 구조에 머물렀습니다.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얇아졌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이 보전하던 객단가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화장품이 매출 대부분을 견인하지만, 영업이익은 얇게 눌린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 제주 면세의 골격… ‘두 개의 시내점’, 같은 고민
현재 제주 외국인 면세의 중심은 롯데면세점 제주점(제주시 연동)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제주시 연동)입니다.
두 점 모두 ‘명품 축소→화장품 편중’이라는 동일한 병목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가 운영하는 공항 출국장 매장은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보조적 역할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라인업의 공백이 회복 속도를 제한하고, 프로모션 의존도는 높아졌습니다.
면세 유통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제주는 유입 속도가 빠른 대신 라인업 제약이 크다”며, “프리미엄 전환이 어려워 수익 개선이 늦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다이궁의 유혹, 마진의 함정
1편에서 짚었듯 일부 점포는 다이궁 거래를 부분 복원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량은 늘었지만, 수수료·재고·환율이 동시에 이익을 갉아먹는 ‘낡은 순환’이 되살아났습니다.
‘외형’과 ‘체질’의 줄다리기 속, 이 같은 외형 쏠림은 언제든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한 해외 브랜드사 관계자는 “가격과 물량으로 키운 매출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며,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마진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 새로운 실험… ‘무신사DF’, 제주 상륙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무신사DF가 제주신라면세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습니다.
서울 신라면세점 본점에 이은 오프라인 면세 채널입니다.
전략은 분명합니다.
K-패션 큐레이션으로 젊은 해외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 명품 의존에서 로컬·콘텐츠 기반 경험으로 옮겨가는 실험입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무신사 입점은 ‘명품의 빈자리’를 새로운 소비문화로 대체하려는 첫 신호”라며, “체류형 관광의 리듬과 로컬 브랜드의 매력을 면세로 끌어들이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신사DF는 2020년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1호점을 시작으로, 2022년 서울 신라면세점 본점에 2호점, 그리고 이번 제주점에 3호점을 열었습니다.
■ 쇼핑의 제주에서 ‘머무는 제주’로… 면세 산업의 지향점은
체류는 길어졌습니다.
숙박·미식·레저로 지출의 중심은 이동했고 또 움직이고 있습니다.
면세가 이 소비 동선과 연결되지 않으면, 회복은 숫자에 그칩니다.
정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호텔·레저·로컬 콘텐츠와 면세를 엮어 ‘경험-구매-재방문’의 폐곡선을 만드는 것.
면세의 역할을 ‘마지막 카트’에서 ‘여행의 경험’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한 관광학계 관계자는 “제주는 테스트베드”라며, “제품 라인업과 경험 설계를 바꾸면 객단가와 재방문률이 함께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이젠, 회복이 아니라 재설계”
지금의 회복은 단지 ‘그래프의 회복’입니다.
산업이 살아나려면 ‘가치 사슬의 회복’이 뒤따라야 합니다.
제주는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리미엄의 복원’, ‘경험의 결합’, ‘로컬의 확장’.
이 세 축이 면세와 접목되는 순간, 그래프와 마진은 함께 움직입니다.
방식이 바뀐다면, 면세는 분명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 3편에서는 ‘수수료의 덫’을 짚습니다.
점유율 경쟁이 어떻게 저마진-출혈 구조를 재생산하는지, 현장의 가격·프로모션 시스템을 통해 분석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객단가 하락·화장품 편중… 수익 구조는 아직 ‘복원 중’

비워진 명품 진열대. 외형의 불빛은 돌아왔지만, 수익 엔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편집 이미지)
면세 산업이 다시 규모를 키우는 모습입니다.
조금씩 회복세도 점쳐지지만, 질문은 여전합니다.
“이 회복, 과연 제대로 된 방향일까.”
[김지훈의 ‘맥락’], 기획 1편이 다이궁(보따리상) 복귀의 의미를 해부했다면 2편은 그 이면 즉 명품 이탈 이후의 공백을 정조준합니다.
제주는 이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외형은 돌아왔지만, 수익의 엔진은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 수치가 말하는 제주… 발길 늘었는데, 지갑은 얇아졌다
9일 한국면세점협회 집계에 따르면, 제주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입점객은 6월 11만 7,000명(매출 380억 원) → 7월 12만 7,000명(412억 원) → 8월 12만 8,000명(451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손님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매출 증가세는 완만합니다.
5월 기준 11만 6,000명·매출 413억 원 이후, 인원이 더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소폭 낮아지는 흐름도 확인됩니다.

연 비율로 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입점객은 +27%, 매출은 +16%.
객단가 하락이 뚜렷합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개별·자유여행객(FIT)이 늘면서 기초·생활군 제품 중심의 소액 결제가 많아졌다”며, “예전처럼 ‘쇼핑을 위해 오는’ 동선이 아니라 ‘여정 중 들르는 소비’로 바뀌는 추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비워진 프리미엄… 명품 철수의 여파, 단가 구조가 무너졌다
팬데믹 이후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글로벌 하우스(명품 본사 그룹) 들은 수익성, 가격 통제, 환율 리스크를 이유로 한국 내 면세 유통망을 ‘선별 공급’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명품의 빈자리를 채운 건 화장품, 생활잡화, K-패션. 외형은 커졌지만, 단가는 낮아졌다. 면세 그래프는 올랐지만 마진은 여전히 얇다. (편집 이미지)
그 결과, 제주는 물론 국내 전역에서 하이엔드 라인의 복귀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빈자리는 화장품과 생활잡화, 그리고 K-패션과 리빙 브랜드가 채웠습니다.
물량은 메워지고 있지만, 단가와 마진은 낮은 구조에 머물렀습니다.
매출은 늘어도 이익은 얇아졌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이 보전하던 객단가는 사라진 지 오래”라며, “화장품이 매출 대부분을 견인하지만, 영업이익은 얇게 눌린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 제주 면세의 골격… ‘두 개의 시내점’, 같은 고민
현재 제주 외국인 면세의 중심은 롯데면세점 제주점(제주시 연동)과 신라면세점 제주점(제주시 연동)입니다.
두 점 모두 ‘명품 축소→화장품 편중’이라는 동일한 병목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가 운영하는 공항 출국장 매장은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보조적 역할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라인업의 공백이 회복 속도를 제한하고, 프로모션 의존도는 높아졌습니다.
면세 유통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제주는 유입 속도가 빠른 대신 라인업 제약이 크다”며, “프리미엄 전환이 어려워 수익 개선이 늦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다이궁의 유혹, 마진의 함정
1편에서 짚었듯 일부 점포는 다이궁 거래를 부분 복원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량은 늘었지만, 수수료·재고·환율이 동시에 이익을 갉아먹는 ‘낡은 순환’이 되살아났습니다.
‘외형’과 ‘체질’의 줄다리기 속, 이 같은 외형 쏠림은 언제든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한 해외 브랜드사 관계자는 “가격과 물량으로 키운 매출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며, “브랜드 가치와 경험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마진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신사DF는 지난 2022년 6월 서울 신라면세점 본점에 신규 매장을 오픈했다. 사진은 서울점 내 매장 모습. (무신사 제공)
■ 새로운 실험… ‘무신사DF’, 제주 상륙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무신사DF가 제주신라면세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습니다.
서울 신라면세점 본점에 이은 오프라인 면세 채널입니다.
전략은 분명합니다.
K-패션 큐레이션으로 젊은 해외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 명품 의존에서 로컬·콘텐츠 기반 경험으로 옮겨가는 실험입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무신사 입점은 ‘명품의 빈자리’를 새로운 소비문화로 대체하려는 첫 신호”라며, “체류형 관광의 리듬과 로컬 브랜드의 매력을 면세로 끌어들이는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신사DF는 2020년 현대면세점 동대문점 1호점을 시작으로, 2022년 서울 신라면세점 본점에 2호점, 그리고 이번 제주점에 3호점을 열었습니다.
■ 쇼핑의 제주에서 ‘머무는 제주’로… 면세 산업의 지향점은
체류는 길어졌습니다.
숙박·미식·레저로 지출의 중심은 이동했고 또 움직이고 있습니다.
면세가 이 소비 동선과 연결되지 않으면, 회복은 숫자에 그칩니다.
정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호텔·레저·로컬 콘텐츠와 면세를 엮어 ‘경험-구매-재방문’의 폐곡선을 만드는 것.
면세의 역할을 ‘마지막 카트’에서 ‘여행의 경험’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한 관광학계 관계자는 “제주는 테스트베드”라며, “제품 라인업과 경험 설계를 바꾸면 객단가와 재방문률이 함께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이젠, 회복이 아니라 재설계”
지금의 회복은 단지 ‘그래프의 회복’입니다.
산업이 살아나려면 ‘가치 사슬의 회복’이 뒤따라야 합니다.
제주는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리미엄의 복원’, ‘경험의 결합’, ‘로컬의 확장’.
이 세 축이 면세와 접목되는 순간, 그래프와 마진은 함께 움직입니다.
방식이 바뀐다면, 면세는 분명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음 3편에서는 ‘수수료의 덫’을 짚습니다.
점유율 경쟁이 어떻게 저마진-출혈 구조를 재생산하는지, 현장의 가격·프로모션 시스템을 통해 분석합니다.

외형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면세 산업의 진짜 회복은, 여전히 이 거리의 벽 너머에 머물러 있다. (편집 이미지)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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