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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제주] ① 우리는 관광이 아니라 ‘코스’를 예약한다… “어디를 뛸까?”
2025-12-10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러닝화 신고 제주에 도착한 사람들
‘런트립’이 바꿔놓은 여행의 출발선
제주 해안 러닝. 여행은 이제 걷는 대신, 달리기에서 시작된다.

제주 여행의 첫 질문은 “어디서 잘까”가 아니라 “어디를 뛸까”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찾던 여행지는, 이제 몸의 리듬으로 통과하는 공간으로 제주의 쓰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러닝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니라, 여행을 설계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제주공항 화장실에서 신발을 갈아 신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캐리어를 숙소에 내려놓기도 전에 러닝화 끈부터 조여 매고 곧장 해안도로로 향합니다.


풍경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기 위해 제주에 도착한 여행자들입니다.

10일, 제주관광공사가 2021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X(옛 트위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데이터를 분석해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제주 관광의 소비 구조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 여행은 분명 ‘보는 관광’에서 ‘움직이는 관광’으로 속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연속기획 ‘달리는 제주’는 ‘러닝’이라는 일상의 활동이 제주 관광의 동선과 소비, 공간 구조까지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① 여행 방식, ② 이동 지도, ③ 산업과 정책의 문제로 나눠 짚어봅니다.
우선 ①편에서는 러닝이 제주 여행의 출발 조건 자체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부터 들여다봅니다.

2021~2025년 ‘러닝+제주여행’ 온라인 언급 추이.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 5년 새 러닝 언급 54% 증가… 여행, ‘출발 조건’이 바뀌었다

공사 분석 결과 ‘제주 여행+러닝’ 언급량은 2021년 약 5,700건에서 2025년 9월 기준 약 8,800건으로 늘었습니다. 5년 새 54%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러닝이 주 활동의 ‘곁다리’가 아니라, 여행을 설계하는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지표로 읽힙니다.
과거 제주 여행의 출발점이 숙소나 카페, 맛집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디를 뛸 것인가’가 일정의 첫 줄에 놓이고 있습니다.

러닝 코스를 중심으로 숙소가 붙고, 식사와 이동이 재배열됩니다.
여행의 구심축이 공간 소비에서 이동 경험으로 옮겨간 구조입니다.

러닝 연관어 중 ‘크루’·‘버킷리스트’ 급증 흐름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 “제주에서는 한 번은 뛰어야 한다”… 러닝, ‘버킷리스트’가 되다

러닝과 제주 여행을 함께 언급한 게시글 가운데 ‘버킷리스트’ 언급은 2021년 36건에서 2025년 110건으로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러닝은 운동에 머물지 않고, 경험을 증명하는 행위로까지 확장됐습니다.

“제주 해안도로 러닝은 내 인생 버킷리스트”, “한라산 트레일러닝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일부 마니아에 한정된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은 기록이지만, 소비됩니다.
반면 러닝의 기억은 온전히 몸에 남습니다.

그리고 몸에 남은 기억은 다시 다음 여행을 재촉하며, 제주로 이끄는 순환의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러닝 연관어 중 ‘크루’ 등 언급 급증 흐름.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 혼자 뛰던 제주에서, 함께 뛰는 제주로


‘크루’ 언급은 2021년 21건에서 2025년 119건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습니다.

러닝은 개인 운동을 벗어나, 관계를 매개로 한 활동으로 빠르게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말 저녁이면 탑동과 해안도로, 연동·노형 일대에서는 지역 크루와 타지 크루가 뒤섞여 달리는 장면이 일상이 됐습니다.
혼자 뛰는 이른바 ‘혼런’도 여전하지만, 여럿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풍경은 더 흔해졌습니다.

러닝이 끝나면 동선은 자연스럽게 로컬 식당과 카페로 이어집니다.
달리기가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가 체류 시간을 붙잡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 한라산부터 해안까지… 러닝 코스로 다시 쓰이는 관광 지형

‘트레일러닝’ 언급은 2021년 43건에서 2025년 218건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라산, 사라오름, 노꼬메오름, 새별오름, 절물자연휴양림, 한라산둘레길은 등산객의 공간을 넘어 러너의 지도 위에 올라섰습니다.
러너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한라산 러닝 거점 키워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해안도로, 용두암, 탑동광장, 어영공원 역시 대표 러닝 루트로 굳어졌습니다.

달리는 동안 바다와 도심 풍경이 동시에 바뀌는 이 구조는 도심 러닝이 흉내 낼 수 없는 제주의 고유 경쟁력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탑동–용두암–어영공원으로 이어지는 제주시 해안 러닝 동선.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 대회가 캘린더가 되고, 캘린더가 여행을 만든다


‘대회’ 언급은 2021년 55건에서 2025년 291건으로 늘었습니다.
5월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6월 제주오름트레일러닝, 10월 트랜스제주까지, 제주는 연중 러닝 캘린더를 보유한 여행지가 됐습니다.

러너들은 이 일정에 맞춰 항공권과 숙소를 먼저 예약합니다.
제주는 서서히 계절 관광지에서 전천후 러닝 여행지로 위상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러닝·트레일러닝 대회를 시각화한 이미지.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편’. 제주관광공사)

■ 러닝, 관광의 ‘돈 쓰는 방식’을 바꾸다

러너들은 조식이 빠른 숙소, 샤워 시설이 좋은 숙박, 러닝 코스 인근 로컬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러닝숍은 물론 세탁소, 피트니스센터, 야간 식당까지 생활형 소비 동선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러닝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런트립’(달리기(Run)와 여행(Trip)이 결합된 여행 방식)이 확산되며 자연 체험과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닝은 관광 소비를 단발성 체험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체류 소비 구조로 바꾸고 있습니다.

■ 러너들은 움직였다… 제주가 답해야 한다


이처럼 여행 트렌드 변화에 따라 늘어나는 러너들과 급증하는 수요는, 일찌감치 제주를 ‘보는 관광지’에서 ‘몸으로 통과하는 공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러너들은 이미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제주의 선택이 그 속도의 방향을 가를 차례입니다.
환경·안전·기부를 묶은 사회공헌 러닝 캠페인 '히어로 앤 제로, 제주 드림런'. (제주관광공사)

트레일 코스 관리, 해안 러닝 안전 인프라, 러닝 크루와 로컬 브랜드를 잇는 체류형 상품, 환경 보호와 결합한 러닝 프로그램까지.
과제는 추상이 아니라, 모두 눈앞의 선택지로 올라와 있습니다.

러너들의 발걸음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숫자는 이미 답을 내놓았습니다.
해안에서 출발한 러닝은 도심을 관통해 오름과 숲으로 올라서며, 제주의 여행 지형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②편에서는 데이터가 밝혀낸 러너들의 실제 이동 경로와, 그 지도가 제주 관광의 공간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짚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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