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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제주] ③ 러너들은 이미 움직였다… 제주는 따라갈 준비가 돼 있나
2025-12-12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해안·숲·오름으로 확장된 이동
산업·안전·관리, 현장은 이미 앞서 있다
해안·도심·숲을 관통하는 러닝 동선이 일상화되고 있다. 변화는 앞서 있고, 대응은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다.

제주에서 러닝은 하나의 활동을 넘어, 여행이 작동하는 방식의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달리고, 도심을 관통해 숲과 오름으로 이어지는 이동은 숙박과 소비, 체류의 기준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 변화는 기획 단계의 구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미 누적된 결과입니다.

연속기획 ③편에서는 러닝이 만들어낸 이 흐름이 관광 산업과 관리 환경에 어떤 과제를 남기고 있는지, 그리고 이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짚습니다.
선택을 요구하기보다, 판단의 기준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러닝은 ‘콘텐츠 추가’ 아니... 여행의 사용 방식 바꿔

러닝을 하나의 테마 관광으로만 바라보면 이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러너들은 특정 명소를 소비하고 이동을 끝내지 않습니다.
경로를 만들고, 반복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여행은 한 지점에 머무는 체험이 아니라, 이동 자체가 체류가 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해안–도심–중산간–오름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제주를 단절된 장소의 집합이 아니라, 연결된 사용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관광의 중심이 ‘어디를 보느냐’에서 ‘어떻게 이동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가을 숲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너. 해안과 도심을 넘어 숲과 중산간으로 러닝 동선이 확장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 산업은 반응을 시작했지만, 흐름을 설명하는 언어는 아직 부족해

러닝 여행객의 소비 패턴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이른 시간대 이용 가능한 조식, 샤워 동선이 편한 숙소, 코스 인접 상권, 러닝 이후 크루 단위 식사까지.
소비는 특정 명소에 집중되기보다 이동 경로를 따라 분산되고, 반복 방문을 전제로 이어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다만 이 흐름을 하나의 시장으로 분석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로 정리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러닝 특화 숙박, 회복·케어 서비스, 장비 렌털, 코스 연계 상품은 초기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시도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러닝 손님은 행동 패턴이 꽤 분명한 편인데, 이를 전제로 한 상품 설계는 많지 않다”며 “수요는 이미 눈에 보이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을 설명할 언어와 기준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원도심에서 열린 ‘산지 나이트런’ 참가자들이 러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야간 러닝이 하나의 도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관광공사)

■ 확장된 이동... 관리 기준, 과거의 설정에 머물러

러닝 동선이 해안에서 숲과 오름으로 확장되면서 안전과 관리의 공백도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심과 해안에서는 보행자·차량·러너가 혼재되는 구간이 반복되고, 숲과 오름에서는 러닝 속도를 고려한 안내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조난 대응 역시 등산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이동 속도와 이용 방식의 차이를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 러닝 크루 운영자인 D씨는 “사람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결국 크루들이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새로운 사용 방식은 이미 만들어졌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관리할 기준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 10월 ‘포켓몬 런’이 진행된 중문관광단지 현장. 러닝을 중심으로 이동·체험·소비가 이어지면서 관광 동선이 확장됐다. (제주관광공사)

■ 대회와 이벤트는 촉매지만, 흐름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해

마라톤과 트레일러닝 대회, 체류형 아웃도어 행사는 러닝 관광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돼 왔습니다.
일정에 맞춰 항공과 숙소가 움직이고, 지역 상권도 단기간 활기를 띱니다.

다만 이 방식만으로는 러닝이 만들어낸 일상적 이동과 반복 방문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행사가 없는 기간에도 러너들의 이동은 이어지고 있고, 이 흐름이 실제 관광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닝이 만들어낸 변화는 이벤트의 결과라기보다, 일상의 이동이 축적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 필요한 것은 ‘새 구호’가 아니라, 기준을 정리하는 일

러닝이 제주에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가 아닌, ‘이미 형성된 이동과 소비 방식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안전은 어디까지 고려할 것인지, 자연 이용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산업은 이 흐름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계획을 덧붙이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먼저 형성된 흐름을 관광의 형태로 정착시키는 판단과 속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러너들. (제주관광공사)

■ 러닝은 이미 제주를 다시 쓰고 있다

앞으로 러닝이 제주에서 일시적 유행으로 남을지, 하나의 관광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이 흐름을 해석하고 관리하는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러너들은 이미 새로운 이동 방식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공간과 소비 방식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해안에서 출발한 발걸음은 도심을 지나 숲과 오름으로 이어지며, 반복과 축적을 거쳐 일상의 이동으로 굳어졌습니다.

■ 흐름은 이미 형성됐다… 남은 건 ‘운영의 문제’

이같은 변화가 남긴 과제는 묻습니다.
“무언가를 새로 설계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움직임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관리할 것인가”.

이용 밀도가 달라진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지, 안전과 자연 보전의 기준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그리고 이 흐름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체류 자산으로 연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지속 요구합니다.
지난 9월 서귀포 일대에서 열린 ‘고아웃 슈퍼하이킹 in 제주’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집결한 모습. 트레일러닝·하이킹·캠핑을 결합한 체류형 아웃도어 행사로, 지역 마을과 연계한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다. (제주관광공사)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이제 일부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 제주의 이동 방식을 실제로 바꾸는 요인으로 들어왔다”며 “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지나치게 되고, 읽어내면 전혀 다른 관광의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닝은 제주의 미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보여주길 원합니다.

그에 대한 선택이, 바로 제주의 관광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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