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Zoom'은 제주에 대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 무언가'를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박식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애매한 '그 무언가'를 조금이나마 긁어줄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들이 자리를 비운 '일주일'.
제주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인 신구간을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은 주로 이사철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신구간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속으로 아직까지 제주도민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육지부에서 흔히 통용되는 '손 없는 날'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제주에서 나오는 달력에는 신구간이 국가기념일처럼 별도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요즘엔 좀처럼 이런 달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신구간인데요.
이러한 신구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신구간, 그래서 그게 뭔데요?
신구간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풍속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대한 첫 기록은 영조 13년(서기 1737년)에 지백원(池百源)이 쓴 『천기대요(天機大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기대요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길흉을 가리는 방법을 총망라한 서적입니다.
이 책 「세관교승(歲官交承)」 항목에는 "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대한후오일입춘전이일신구세관교령지제)"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풀이하자면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이다'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지상에서의 일을 관장해온 신격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현직 신과 전직 신이 업무 교대를 하는 기간을 뜻합니다.
'신들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신들이 있었다는 제주에는 1만 8천여의 신격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이죠.
그래서 이 기간 중에는 땅에 신성이 있는 모든 존재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동안 신들의 노여움을 살까봐 눈치를 보며 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처리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사를 하는 것을 들 수 있고, 집의 담벼락 등을 수기하거나 조상의 무덤을 옮기는 등의 일을 처리했습니다.
신구간의 풍속은 대체로 가신(家神, 집신)들이 관장하는 일과 연관돼 있는데, 집을 옮기는 행위가 새로운 가신들이 관장하는 세계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여러 신들에게 각기 의례를 행해야 했는데, 신구간 기간 중에는 이런 의례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삶 속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지혜
특히, 유독 신구간에만 했던 일 중 한 가지가 바로 '변소 청소'였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온난하고 습한 기후인데 이 기간쯤 되면 건조하고 쌀쌀해지곤 했습니다.
올해도 신구간 시작을 즈음해 강추위가 예상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박테리아나 세균의 활동이 평소보다 억제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해 위생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낮췄다는 것입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나영 학예사는 "습한 날씨 특성을 보이는 제주가 이 시기에 가장 건조하기 때문에 탈이 날 가능성이 줄어들어서 이러한 풍습이 생겨난 원인도 있을 것"이라며, "신구간 풍속이 지금까지 전승되는 데에는 제주 지역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신구간 즈음이 농한기이기 때문에 일손을 구하기 용이했다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 제주에만 있다 '신구간 경제'
예전보단 식긴 했지만 여전히 신구간이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합니다.
가히 '신구간 경제'라고 칭할 정도인데요.
우선 신구간에 이사가 급증하다 보니 이삿짐센터가 호황을 맞게 됐는데, 이에 따라서 이삿짐 서비스 비용도 덩달아 올라가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지역 이사업체들도 신구간 대목을 노려 한철 장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시기엔 집과 가게를 옮기다 보니 집세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1년치 집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사글세가 제주에 유난히 흔한 원인 중 하나도 신구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성철 제주신용보증재단 심의실장은 "집세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글세 비용을 신청하시는 분이 많고, 사업장은 임대료가 높다거나 가게 목이 좋지 않은 경우 사업장을 이전하는 비용이 필요함에 따라 보증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창업할 때 건물 임대가 필요한 경우에도 보증금이 필요하니까 이런 비용 때문에 보증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며 "신구간도 있고 명절도 거의 비슷한 기간에 있어서 1월이 보증 수요가 몰린다. 연중 가장 많은 때가 이 때인데, 평상 시보다 상담 건수가 약 2배 정도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에는 '신구간 세일'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이 시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세일인데, 가전제품과 가구가 주요 할인 품목입니다.
중고물품 거래도 활성화됩니다.
제주시가 개최하는 신구간 중고장터가 대표적이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2020년 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올해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다시 열릴까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까지 개최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 "신구간 제발 무사히" 행정도 '신구간 대책'
제주가 이만큼 들썩이다 보니 당연히 행정에서도 이 기간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습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사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대책입니다.
특히, 가구 같은 대형폐기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도 제주시에서는 폐기물 수거 차량을 기존 9대에서 14대로 증차하는 대책을 추진합니다.
몇 년 전까진 제주에서만 시행되는 요일별 배출제를 완화하는 특별대책까지 시행됐는데, 현재는 요일제에 상관없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재활용도움센터가 확산되면서 없어졌습니다.
소방에서는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 가스폭발 사고입니다.
이사철 가스 밸브 마감을 허술하게 했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인데요.
제주자치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안전사고 가운데 31%가 신구간이 껴있는 1월과 12월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소방안전본부에서는 가스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가스시설을 설치하거나 철거할 땐 전문가스판매점에 문의해 진행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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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간을 맞아 이사를 하는 모습
신들이 자리를 비운 '일주일'.
제주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인 신구간을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은 주로 이사철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신구간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속으로 아직까지 제주도민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육지부에서 흔히 통용되는 '손 없는 날'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제주에서 나오는 달력에는 신구간이 국가기념일처럼 별도로 표기되기도 합니다.
요즘엔 좀처럼 이런 달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신구간인데요.
이러한 신구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 유물 『천기대요』(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 신구간, 그래서 그게 뭔데요?
신구간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풍속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대한 첫 기록은 영조 13년(서기 1737년)에 지백원(池百源)이 쓴 『천기대요(天機大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기대요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길흉을 가리는 방법을 총망라한 서적입니다.
이 책 「세관교승(歲官交承)」 항목에는 "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대한후오일입춘전이일신구세관교령지제)"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풀이하자면 '대한 후 5일부터 입춘 전 2일까지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이다'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지상에서의 일을 관장해온 신격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업무 보고를 하고 현직 신과 전직 신이 업무 교대를 하는 기간을 뜻합니다.
'신들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신들이 있었다는 제주에는 1만 8천여의 신격이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이죠.
그래서 이 기간 중에는 땅에 신성이 있는 모든 존재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동안 신들의 노여움을 살까봐 눈치를 보며 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처리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사를 하는 것을 들 수 있고, 집의 담벼락 등을 수기하거나 조상의 무덤을 옮기는 등의 일을 처리했습니다.
신구간의 풍속은 대체로 가신(家神, 집신)들이 관장하는 일과 연관돼 있는데, 집을 옮기는 행위가 새로운 가신들이 관장하는 세계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여러 신들에게 각기 의례를 행해야 했는데, 신구간 기간 중에는 이런 의례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구간을 맞아 이사를 하는 모습
■ 삶 속에 녹아있는 선조들의 지혜
특히, 유독 신구간에만 했던 일 중 한 가지가 바로 '변소 청소'였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온난하고 습한 기후인데 이 기간쯤 되면 건조하고 쌀쌀해지곤 했습니다.
올해도 신구간 시작을 즈음해 강추위가 예상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박테리아나 세균의 활동이 평소보다 억제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해 위생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낮췄다는 것입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나영 학예사는 "습한 날씨 특성을 보이는 제주가 이 시기에 가장 건조하기 때문에 탈이 날 가능성이 줄어들어서 이러한 풍습이 생겨난 원인도 있을 것"이라며, "신구간 풍속이 지금까지 전승되는 데에는 제주 지역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신구간 즈음이 농한기이기 때문에 일손을 구하기 용이했다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신구간 할일 행사
■ 제주에만 있다 '신구간 경제'
예전보단 식긴 했지만 여전히 신구간이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막대합니다.
가히 '신구간 경제'라고 칭할 정도인데요.
우선 신구간에 이사가 급증하다 보니 이삿짐센터가 호황을 맞게 됐는데, 이에 따라서 이삿짐 서비스 비용도 덩달아 올라가기도 합니다.
심지어 다른 지역 이사업체들도 신구간 대목을 노려 한철 장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시기엔 집과 가게를 옮기다 보니 집세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1년치 집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사글세가 제주에 유난히 흔한 원인 중 하나도 신구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성철 제주신용보증재단 심의실장은 "집세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글세 비용을 신청하시는 분이 많고, 사업장은 임대료가 높다거나 가게 목이 좋지 않은 경우 사업장을 이전하는 비용이 필요함에 따라 보증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창업할 때 건물 임대가 필요한 경우에도 보증금이 필요하니까 이런 비용 때문에 보증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며 "신구간도 있고 명절도 거의 비슷한 기간에 있어서 1월이 보증 수요가 몰린다. 연중 가장 많은 때가 이 때인데, 평상 시보다 상담 건수가 약 2배 정도 늘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에는 '신구간 세일'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이 시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세일인데, 가전제품과 가구가 주요 할인 품목입니다.
중고물품 거래도 활성화됩니다.
제주시가 개최하는 신구간 중고장터가 대표적이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 2020년 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올해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다시 열릴까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까지 개최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 "신구간 제발 무사히" 행정도 '신구간 대책'
제주가 이만큼 들썩이다 보니 당연히 행정에서도 이 기간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습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이사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한 대책입니다.
특히, 가구 같은 대형폐기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도 제주시에서는 폐기물 수거 차량을 기존 9대에서 14대로 증차하는 대책을 추진합니다.
몇 년 전까진 제주에서만 시행되는 요일별 배출제를 완화하는 특별대책까지 시행됐는데, 현재는 요일제에 상관없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재활용도움센터가 확산되면서 없어졌습니다.
소방에서는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 가스폭발 사고입니다.
이사철 가스 밸브 마감을 허술하게 했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인데요.
제주자치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가스안전사고 가운데 31%가 신구간이 껴있는 1월과 12월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소방안전본부에서는 가스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가스시설을 설치하거나 철거할 땐 전문가스판매점에 문의해 진행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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