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늘었지만 지갑은 닫혔다
혼잡·환경·안전 비용, 지속가능성 지표로 바꿔야
# 여름 성수기와 광복절 연휴, 제주공항은 만석 행렬이 이어졌고 주요 관광지는 여행객에 나들이 행렬로 북적였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최근 SNS에 “7월 고용률 70.1%, 실업률 1.8%”를 언급하며 관광객 증가를 회복의 성과로 자평했습니다.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며 지역경제 회복을 견인했다”면서, 해수욕장 요금 인하와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 전국민 여행지원금 등을 성과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온도는 다릅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국인 카드 소비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업계에서는 “사람은 몰리는데 계산대는 비어 있다”는 푸념이 터져 나옵니다.
숫자가 늘어도 지역경제의 숨통은 트이지 않았습니다.
숫자와 체감의 괴리, 그것이 제주관광의 민낯입니다.
‘제주관광 진단’ 4탄은 숫자 논리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질문을 던지며 시리즈의 마지막을 맺습니다.
■ ‘숫자’와 ‘이벤트’에 기댄 회복의 착시
제주는 늘 “○○만 명 돌파”라는 헤드라인으로 성과를 포장해 왔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에 이어 올해는 대국민 여행지원금과 해수욕장 요금 인하, 서울·부산 관광 대전까지 화려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숫자는 늘었지만, 체감 회복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한 사설 관광지 운영자는 “행사 때만 잠깐 손님이 늘고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일쑤”라며 “할인 행사로 단기 수요는 잡을 수 있어도 장기 체류나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자는 행사에 끌려다니는 느낌만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불꽃은 분명 있었지만, 불씨로 번져 지속되지 못한 셈입니다.
플랫폼도 제각각입니다.
‘탐나오’, ‘비짓제주’,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까지 앱은 쏟아졌지만 이용률은 낮고, 시범 단계이거나 참여율을 담보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관광객들은 “어느 게 공식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업계는 “광고비만 늘고 매출은 그대로”라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결국 숫자와 이벤트, 플랫폼 난립이 남긴 것은 체계 없는 혼란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혼잡·환경·안전, 이미 현실이 된 비용
관광객 증가는 기회이자 동시에 막대한 부담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주민은 “가뜩이나 더운 여름, 소음과 쓰레기로 일상이 무너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어쩔 땐 관광객이 반갑기보다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우선 교통 혼잡 비용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교통혼잡비용은 2016년 4,285억 원에서 2021년 8,28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최근 AI 신호체계 도입으로 연간 205억 원 절감 효과가 확인됐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비용 규모를 보면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꼬집습니다.
둘째, 쓰레기 처리 한계입니다. 지난 6월 주민들이 처리장 진입로를 막으면서 수거 차량이 멈춰섰습니다. 이틀 만에 207톤이 외부 반출되고 262톤은 미처리 상태로 쌓였으며, 하루 처리 비용만 1억 원을 넘겼습니다.
한 환경업체 대표는 “관광객이 늘면 쓰레기도 폭증하는데 시설은 그대로다. 매년 땜질식 대응만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셋째는 안전 관리 공백입니다. 일부 해수욕장은 개장 전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사고 우려가 불거졌고, 결국 6월 중순에야 전 해수욕장에 긴급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한 상인단체 관계자는 “사고 한 번 터지면 다 끝난다. 숫자보다 안전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도 같은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광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혼잡·환경·안전·주민 수용력 같은 지속가능성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 국제 기준과 제주, 더 이상 평행선일 수 없다
UN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7년부터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경제·환경·사회 차원에서 측정하는 통계 체계를 권고해 왔습니다.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도 2020년 개정 기준에서 환경 관리·주민 수용력·안전을 핵심 지표로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 이 같은 국제 기준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2018년부터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기반의 지표를 운영했고, 제주연구원은 국제 기준을 참조해 관광 혼잡·환경 부담·주민 수용력 지표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제주관광공사도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GSTC와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문제의식은 공유됐지만, 실행은 더딘 셈입니다.
■ 이제 필요한 건 “지표의 전환, 적용”
전문가들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관광 학계 연구자는 “혼잡 관리 성과는 입도객 수가 아니라 공항·항만·도로에서 체류객의 이동 효율로 평가해야 한다”며 “교통 흐름이 얼마나 원활했는지가 곧 행정 성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광안전 분야 전문가도 “성수기 해수욕장과 산악 관광지에서 안전요원 배치율과 사고 발생률을 지표화해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관광객 증가 추이에 맞춰 충분히 안전 인프라를 확충했는지가 어느 정도 정책 성과의 기준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과 주민 수용력 문제도 빠지지 않습니다.
한 환경정책 분야 관계자는 “관광객 1인당 쓰레기와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감축률을 기록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기본”이라며, “주민 만족도와 생활 불편도를 정기 모니터링하고 조사해 성과에 반영하지 않으면, 관광객 증가는 자칫 지역사회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이제는 ‘지속가능성’
관광 성과는 더 이상 “얼마나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로 측정돼야 합니다.
관광객 숫자는 늘었지만 교통·환경·안전 비용도 함께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벤트성 캠페인과 플랫폼 난립이 아니라, 체류·소비·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숫자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그것이 제주관광의 마지막 해답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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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환경·안전 비용, 지속가능성 지표로 바꿔야

# 여름 성수기와 광복절 연휴, 제주공항은 만석 행렬이 이어졌고 주요 관광지는 여행객에 나들이 행렬로 북적였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최근 SNS에 “7월 고용률 70.1%, 실업률 1.8%”를 언급하며 관광객 증가를 회복의 성과로 자평했습니다.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며 지역경제 회복을 견인했다”면서, 해수욕장 요금 인하와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 전국민 여행지원금 등을 성과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온도는 다릅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국인 카드 소비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업계에서는 “사람은 몰리는데 계산대는 비어 있다”는 푸념이 터져 나옵니다.
숫자가 늘어도 지역경제의 숨통은 트이지 않았습니다.
숫자와 체감의 괴리, 그것이 제주관광의 민낯입니다.
‘제주관광 진단’ 4탄은 숫자 논리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질문을 던지며 시리즈의 마지막을 맺습니다.

오영훈 지사가 지난 6월 2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1층에서 열린 ‘가성비에 반하고, 가심비에 머무는 제주’를 주제로 한 관광객 환영행사에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에게 귤을 나눠주고 있다. (제주도청)
■ ‘숫자’와 ‘이벤트’에 기댄 회복의 착시
제주는 늘 “○○만 명 돌파”라는 헤드라인으로 성과를 포장해 왔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에 이어 올해는 대국민 여행지원금과 해수욕장 요금 인하, 서울·부산 관광 대전까지 화려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숫자는 늘었지만, 체감 회복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한 사설 관광지 운영자는 “행사 때만 잠깐 손님이 늘고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일쑤”라며 “할인 행사로 단기 수요는 잡을 수 있어도 장기 체류나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업자는 행사에 끌려다니는 느낌만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불꽃은 분명 있었지만, 불씨로 번져 지속되지 못한 셈입니다.
플랫폼도 제각각입니다.
‘탐나오’, ‘비짓제주’, 디지털 관광증 ‘나우다(NOWDA)’까지 앱은 쏟아졌지만 이용률은 낮고, 시범 단계이거나 참여율을 담보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관광객들은 “어느 게 공식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업계는 “광고비만 늘고 매출은 그대로”라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결국 숫자와 이벤트, 플랫폼 난립이 남긴 것은 체계 없는 혼란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혼잡·환경·안전, 이미 현실이 된 비용
관광객 증가는 기회이자 동시에 막대한 부담입니다.
제주시 원도심 주민은 “가뜩이나 더운 여름, 소음과 쓰레기로 일상이 무너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어쩔 땐 관광객이 반갑기보다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우선 교통 혼잡 비용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교통혼잡비용은 2016년 4,285억 원에서 2021년 8,28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최근 AI 신호체계 도입으로 연간 205억 원 절감 효과가 확인됐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비용 규모를 보면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꼬집습니다.

둘째, 쓰레기 처리 한계입니다. 지난 6월 주민들이 처리장 진입로를 막으면서 수거 차량이 멈춰섰습니다. 이틀 만에 207톤이 외부 반출되고 262톤은 미처리 상태로 쌓였으며, 하루 처리 비용만 1억 원을 넘겼습니다.
한 환경업체 대표는 “관광객이 늘면 쓰레기도 폭증하는데 시설은 그대로다. 매년 땜질식 대응만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 늘어선 쓰레기 수거 차량.
셋째는 안전 관리 공백입니다. 일부 해수욕장은 개장 전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사고 우려가 불거졌고, 결국 6월 중순에야 전 해수욕장에 긴급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한 상인단체 관계자는 “사고 한 번 터지면 다 끝난다. 숫자보다 안전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도 같은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광정책은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혼잡·환경·안전·주민 수용력 같은 지속가능성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 국제 기준과 제주, 더 이상 평행선일 수 없다
UN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7년부터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경제·환경·사회 차원에서 측정하는 통계 체계를 권고해 왔습니다.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도 2020년 개정 기준에서 환경 관리·주민 수용력·안전을 핵심 지표로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 이 같은 국제 기준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2018년부터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기반의 지표를 운영했고, 제주연구원은 국제 기준을 참조해 관광 혼잡·환경 부담·주민 수용력 지표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제주관광공사도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GSTC와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문제의식은 공유됐지만, 실행은 더딘 셈입니다.

■ 이제 필요한 건 “지표의 전환, 적용”
전문가들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관광 학계 연구자는 “혼잡 관리 성과는 입도객 수가 아니라 공항·항만·도로에서 체류객의 이동 효율로 평가해야 한다”며 “교통 흐름이 얼마나 원활했는지가 곧 행정 성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광안전 분야 전문가도 “성수기 해수욕장과 산악 관광지에서 안전요원 배치율과 사고 발생률을 지표화해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관광객 증가 추이에 맞춰 충분히 안전 인프라를 확충했는지가 어느 정도 정책 성과의 기준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경과 주민 수용력 문제도 빠지지 않습니다.
한 환경정책 분야 관계자는 “관광객 1인당 쓰레기와 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감축률을 기록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기본”이라며, “주민 만족도와 생활 불편도를 정기 모니터링하고 조사해 성과에 반영하지 않으면, 관광객 증가는 자칫 지역사회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이제는 ‘지속가능성’
관광 성과는 더 이상 “얼마나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로 측정돼야 합니다.
관광객 숫자는 늘었지만 교통·환경·안전 비용도 함께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벤트성 캠페인과 플랫폼 난립이 아니라, 체류·소비·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숫자가 아니라 지속가능성, 그것이 제주관광의 마지막 해답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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