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커미션·송객수수료·프로모션 비용의 역설
“팔수록 손해?”… 회복 속도보다 구조 개편이 먼저
면세 산업의 그래프는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공항은 붐비고, 단체 관광객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계산대 안쪽의 현실은 다릅니다.
매출은 커졌지만, 이익은 비어 있습니다.
브랜드 커미션, 송객수수료, 각종 프로모션 비용이 겹치며 팔면 팔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기획 3편은 매출 회복의 이면, 그중에서도 면세 산업의 핵심 비용 구조 ‘수수료의 덫’을 짚습니다.
매출의 상승선 뒤에 숨은 ‘비용의 사슬’, 그 안에서 산업이 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 회복의 그래프 뒤, 이익은 여전히 ‘저온상태’
1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 면세 매출은 약 6조 1,8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외국인 매출(11조 1,161억 원)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매출만 보면 회복 곡선이 뚜렷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주요 면세점 3사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거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매출이 늘수록 커미션과 수수료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며, “지금의 회복은 ‘규모의 성장’이 아니라 ‘비용의 팽창’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브랜드 커미션, 40%의 벽… 본사는 이익, 현장은 리스크
국내 면세점은 브랜드 본사에 평균 30~40%의 판매 커미션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조사에서도 이같은 구조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문제는 이 커미션이 사실상 ‘매출 연동형 고정비’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브랜드는 매출 비율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지만, 환율·재고·운영 리스크는 면세점이 떠안습니다.
결국 매출이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입니다.
한 업계 실무자는 “명품 브랜드는 환율이나 수요 변동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결국 면세점이 손익의 완충판 역할을 해온 구조가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 송객수수료, 많게는 ‘절반의 매출’… 형태만 바뀐 출혈 경쟁
면세점이 송객사, 즉 다이궁(보따리상)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팬데믹 이전 30%대에서 2022년 일시적으로 50%를 넘어선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이후 구조가 다소 변화했지만, 본질적인 비용 압박은 여전합니다.
이전처럼 현장에서 대량 구매를 유도하던 ‘직접 송객’ 방식은 줄었고, 최근에는 온라인 예약·쿠폰 연계형 ‘디지털 송객’ 형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리베이트 비용이 줄었지만, 그 자리를 프로모션·플랫폼 수수료가 메우며 총지출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송객 경쟁은 일시적으로 멈췄을 뿐, 방식만 바뀌었다”며 “현금 대신 포인트나 바우처로 전환된 ‘비용 재배분’의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 다이궁의 복귀, ‘거울 속 회복’에 그치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로 보따리상 거래가 점차 늘고 있지만, 예전 같은 대량 직배송 구조는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헌지 통관 규제 강화와 플랫폼 감시로 인해 ‘대행 구매→현지 직구 플랫폼 납품’ 등 간접 유통으로 변형된 상태입니다.
그만큼 수수료·환차손 부담은 여전히 면세점 감당 몫이 큰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다이궁 거래가 회복되며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국 내 규제 이후 ‘매출은 회복, 이익은 정체’라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 매출 늘었지만 수익은 제자리
제주는 이 구조의 현실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는 지역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제주 시내면세점 입점객은 1월 6만 9,000명에서 8월 12만 명을 웃돌며 약 7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1억 원에서 451억 원으로 66% 정도 늘었습니다.
증가세 자체는 비슷하지만, 객단가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에 못 미쳐 ‘양적 회복–질적 정체’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매출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전문가들은 면세 산업이 이제 ‘규모의 회복’이 아닌 ‘수익 구조의 재설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유통경제 연구자는 “브랜드 커미션, 송객 수수료, 프로모션 부담이 맞물린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영업이익률 개선은 쉽지 않다”면서, “할인 경쟁이 아니라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회복은 숫자가 아닌 ‘방향’
면세 산업의 매출은 살아 움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체온이 낮습니다.
그래프는 오르는데, 체질은 낡았습니다.
이익이 남지 않는 회복은 진짜 회복이 아닙니다.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상승세는 또 한 번의 ‘그래프 착시’로 끝날 수 있고 제주는 그 전환의 무대,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래프 높이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다음 4편에서는 ‘출혈의 연쇄, 경쟁의 비용’, 송객·임대·공항 운영 구조가 맞물리며 면세 산업을 다시 ‘출혈의 고리’로 되돌리는 과정을 다룹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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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 회복 속도보다 구조 개편이 먼저

계산대 뒤로 ‘DUTY FREE’ 간판이 보이는 면세점 내부. 매출 증가와 함께 커지는 비용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편집 이미지)
면세 산업의 그래프는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공항은 붐비고, 단체 관광객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계산대 안쪽의 현실은 다릅니다.
매출은 커졌지만, 이익은 비어 있습니다.
브랜드 커미션, 송객수수료, 각종 프로모션 비용이 겹치며 팔면 팔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지훈의 ‘맥락’] 기획 3편은 매출 회복의 이면, 그중에서도 면세 산업의 핵심 비용 구조 ‘수수료의 덫’을 짚습니다.
매출의 상승선 뒤에 숨은 ‘비용의 사슬’, 그 안에서 산업이 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면세 산업 매출 그래프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익 구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미지 합성)
■ 회복의 그래프 뒤, 이익은 여전히 ‘저온상태’
1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외국인 면세 매출은 약 6조 1,8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외국인 매출(11조 1,161억 원)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매출만 보면 회복 곡선이 뚜렷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주요 면세점 3사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거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매출이 늘수록 커미션과 수수료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며, “지금의 회복은 ‘규모의 성장’이 아니라 ‘비용의 팽창’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 브랜드 커미션, 40%의 벽… 본사는 이익, 현장은 리스크
국내 면세점은 브랜드 본사에 평균 30~40%의 판매 커미션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조사에서도 이같은 구조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문제는 이 커미션이 사실상 ‘매출 연동형 고정비’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브랜드는 매출 비율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지만, 환율·재고·운영 리스크는 면세점이 떠안습니다.
결국 매출이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입니다.
한 업계 실무자는 “명품 브랜드는 환율이나 수요 변동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결국 면세점이 손익의 완충판 역할을 해온 구조가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 송객수수료, 많게는 ‘절반의 매출’… 형태만 바뀐 출혈 경쟁
면세점이 송객사, 즉 다이궁(보따리상)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팬데믹 이전 30%대에서 2022년 일시적으로 50%를 넘어선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이후 구조가 다소 변화했지만, 본질적인 비용 압박은 여전합니다.
이전처럼 현장에서 대량 구매를 유도하던 ‘직접 송객’ 방식은 줄었고, 최근에는 온라인 예약·쿠폰 연계형 ‘디지털 송객’ 형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리베이트 비용이 줄었지만, 그 자리를 프로모션·플랫폼 수수료가 메우며 총지출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송객 경쟁은 일시적으로 멈췄을 뿐, 방식만 바뀌었다”며 “현금 대신 포인트나 바우처로 전환된 ‘비용 재배분’의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 다이궁의 복귀, ‘거울 속 회복’에 그치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로 보따리상 거래가 점차 늘고 있지만, 예전 같은 대량 직배송 구조는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헌지 통관 규제 강화와 플랫폼 감시로 인해 ‘대행 구매→현지 직구 플랫폼 납품’ 등 간접 유통으로 변형된 상태입니다.
그만큼 수수료·환차손 부담은 여전히 면세점 감당 몫이 큰 걸로 보고 있습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다이궁 거래가 회복되며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국 내 규제 이후 ‘매출은 회복, 이익은 정체’라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주, 매출 늘었지만 수익은 제자리
제주는 이 구조의 현실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는 지역입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제주 시내면세점 입점객은 1월 6만 9,000명에서 8월 12만 명을 웃돌며 약 7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71억 원에서 451억 원으로 66% 정도 늘었습니다.
증가세 자체는 비슷하지만, 객단가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에 못 미쳐 ‘양적 회복–질적 정체’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매출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전문가들은 면세 산업이 이제 ‘규모의 회복’이 아닌 ‘수익 구조의 재설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유통경제 연구자는 “브랜드 커미션, 송객 수수료, 프로모션 부담이 맞물린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영업이익률 개선은 쉽지 않다”면서, “할인 경쟁이 아니라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회복은 숫자가 아닌 ‘방향’
면세 산업의 매출은 살아 움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체온이 낮습니다.
그래프는 오르는데, 체질은 낡았습니다.
이익이 남지 않는 회복은 진짜 회복이 아닙니다.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상승세는 또 한 번의 ‘그래프 착시’로 끝날 수 있고 제주는 그 전환의 무대,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래프 높이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다음 4편에서는 ‘출혈의 연쇄, 경쟁의 비용’, 송객·임대·공항 운영 구조가 맞물리며 면세 산업을 다시 ‘출혈의 고리’로 되돌리는 과정을 다룹니다.

공항 활주로 위로 교차하는 붉은 화살표. 순환 구조를 나타내며, 면세 산업의 ‘출혈의 고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편집 이미지)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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