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만? 아니 국제선도... 외국인 증가에도 시스템, 팬데믹 이전
“보안대를 통과했는데 또 ‘주춤’… 출국심사까지 길어진 대기
제주국제공항의 시계는 여전히 늦게 갑니다.
26일 오전 11시 기준, 김포공항은 길어도 40분대, 김해공항은 50분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제주는 유독 60~70분대 소요시간이 반복됐습니다.
국내선 소요시간 내 붉게 물든 구간은 입구가 아니라 보안검색대를 지나 수하물 재검과 출국 대기로 이어지는 내부 동선입니다.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고, 20~30분이면 끝나는 김포공항과 달리 제주는 40분을 넘기는 답보 상태가 고착화됐습니다.
전날 수하물 벨트 정지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공항은 다시 내부 병목으로 흔들렸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기 무섭게 또 멈추고, 승객의 불만은 다시 터졌습니다.
국적 항공사의 한 직원은 “언제 또 시시각각 대기 줄이 늘어날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보안대를 통과했는데 또 멈췄다”… 출국심사까지 길어진 대기
보안 강화 조치는 오히려 체류의 덫이 됐습니다.
수하물 검색 과정에서 의심 짐이 걸리면 컨베이어벨트가 멈추고, 그 순간 뒤의 수십 개 짐이 함께 정지합니다
보안대를 통과해도 끝이 아닙니다.
액체류 재확인과 게이트 대기까지 이어지며, 한 번 멈춘 흐름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25일 국내선에서 수하물 적체가 폭발했듯, 국제선 역시 체류시간이 급증했습니다.
일부 이용객들은 “보안대를 넘어서도 출국심사 줄이 꼬리를 물었다”, “게이트 앞에서 30분 넘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호소했고, 이런 불만 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게시판으로 확산됐습니다.
공항은 더 많은 인파를 맞고 있지만, 체감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습니다.
■ 공항공사 “시스템 고장 아니”… 현장은 “쏠림 구조가 문제”
24일 APEC 보안 강화 조치에 이어 25일에는 국내선 수하물 적체로 대규모 혼잡이 빚어지자, 한국공항공사는 이튿날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자체 고장은 없었다”며 “특정 시간대 일부 항공사 출발편이 집중돼 검색 인력이 수시로 벨트를 멈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16~18시 시간대 항공사별 평균 출발편은 4편 수준이지만, 대한항공은 8~9편으로 몰렸습니다.
공사 측은 “5년 이상 근무한 판독요원과 보조 인력을 배치해 검색 혼선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항공사 관계자는 “벨트를 수동으로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구조적 문제”라며, “이를 기계나 일부 인력, 항공사 쪽으로 미루는 건 면피이자 책임 전가”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라인 분리나 자동 재검 시스템 없이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 ‘보안 강화’는 있었지만, ‘운영 보완’은 아직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국 공항의 보안등급을 상향했습니다.
제주공항은 굽 3.5㎝ 이상 신발 X-ray 검색, 촉수·개봉 검사 확대 등으로 오전 시간대 혼잡에 더해, 오후 피크 시간대가 맞물리면 수요 쏠림이 극심했습니다.
공사는 “오전 피크 이후에는 평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운항 지연은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대한항공은 25일 하루 48편 중 41편이 지연됐고, 진에어와 아시아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공항공사는 “보안 강화에 따른 일시적 혼잡일 뿐 시스템 이상은 없었다”면서, “검색 인력 재배치와 장비 점검을 병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인력 충원 시기나 장비 교체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 개선은 예정뿐, 실행은 아직
공항공사는 단기적으로 예비 검색장비를 의심 수하물 전용으로 전환하고, 11월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또 2026년 수하물 처리 운영 개선 용역을 통해 AI 자동 분류·무중단 라인(다이버팅 시스템·Diverting System, 수하물이 정체 구간 없이 다른 라인으로 자동 분산되는 구조) 도입을 검토하고, 여객처리시설 외부 이전 연구도 병행합니다.
이와 함께 출발 캐로셀(Carousel System·회전식 컨베이어) 과 메인 컨베이어 교체 등 약 8억 5,000만 원 규모의 설비 개선도 추진합니다.
노후 수하물 운반 장비의 마모와 병목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대부분은 아직 ‘예정’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 운영의 속도가 신뢰의 속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국제선이 되살아나도, 보안 이후 구간의 정체가 풀리지 않으면 ‘스마트 공항’은 이름뿐입니다.
운항은 늘었는데, 속도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 제주공항 지연율 22%… ‘정시 운항’은 이미 예외
국내 공항 지연이 일상화된 가운데,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의 항공편 지연율은 22.2%로 김포(22.0%)·김해(19.8%)보다 높았습니다. 5대 중 1대 이상 늦게 뜨거나 내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9% 안팎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 이상 혼잡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탑승 완료는 물론 앞서 지상에서 절차가 늦어지면 정시 운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 흐름이 계속되면 노선 확대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주업체 관계자는 “공항 안팎의 혼잡은 결국 관문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며, 보다 적극적인 공항공사의 관리 의식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제주는 ‘하늘길 확장’보다 ‘공항의 효율’이 더 시급합니다.
공항의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의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하늘은 열렸지만, 공항은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하늘이 아니라, 공항이 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안대를 통과했는데 또 ‘주춤’… 출국심사까지 길어진 대기
보안대 넘어 출국심사까지 ‘이중 병목’. 국내선·국제선 모두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공항 내부 동선이 사실상 멈춰섰다. (편집 이미지)
제주국제공항의 시계는 여전히 늦게 갑니다.
26일 오전 11시 기준, 김포공항은 길어도 40분대, 김해공항은 50분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제주는 유독 60~70분대 소요시간이 반복됐습니다.
국내선 소요시간 내 붉게 물든 구간은 입구가 아니라 보안검색대를 지나 수하물 재검과 출국 대기로 이어지는 내부 동선입니다.
26일 오전 기준 제주국제공항(위)은 평균 탑승수속 소요시간이 60~70분대를 기록한 반면, 김포공항(아래)은 30분 안팎으로 절반 수준을 보였다.
한 걸음 떼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고, 20~30분이면 끝나는 김포공항과 달리 제주는 40분을 넘기는 답보 상태가 고착화됐습니다.
전날 수하물 벨트 정지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공항은 다시 내부 병목으로 흔들렸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기 무섭게 또 멈추고, 승객의 불만은 다시 터졌습니다.
국적 항공사의 한 직원은 “언제 또 시시각각 대기 줄이 늘어날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안대 앞, 멈춘 발걸음. 오전 10시대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수속 대기 줄이 출국장 입구를 가득 메웠다.
■ “보안대를 통과했는데 또 멈췄다”… 출국심사까지 길어진 대기
보안 강화 조치는 오히려 체류의 덫이 됐습니다.
수하물 검색 과정에서 의심 짐이 걸리면 컨베이어벨트가 멈추고, 그 순간 뒤의 수십 개 짐이 함께 정지합니다
보안대를 통과해도 끝이 아닙니다.
액체류 재확인과 게이트 대기까지 이어지며, 한 번 멈춘 흐름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25일 국내선에서 수하물 적체가 폭발했듯, 국제선 역시 체류시간이 급증했습니다.
일부 이용객들은 “보안대를 넘어서도 출국심사 줄이 꼬리를 물었다”, “게이트 앞에서 30분 넘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호소했고, 이런 불만 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게시판으로 확산됐습니다.
공항은 더 많은 인파를 맞고 있지만, 체감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습니다.
출국장 앞, 인파로 정체된 현장.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승객 불만이 폭주했다.
■ 공항공사 “시스템 고장 아니”… 현장은 “쏠림 구조가 문제”
24일 APEC 보안 강화 조치에 이어 25일에는 국내선 수하물 적체로 대규모 혼잡이 빚어지자, 한국공항공사는 이튿날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자체 고장은 없었다”며 “특정 시간대 일부 항공사 출발편이 집중돼 검색 인력이 수시로 벨트를 멈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16~18시 시간대 항공사별 평균 출발편은 4편 수준이지만, 대한항공은 8~9편으로 몰렸습니다.
공사 측은 “5년 이상 근무한 판독요원과 보조 인력을 배치해 검색 혼선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특정 항공사(왼쪽 위)의 수하물이 한꺼번에 과다 투입되면서 컨베이어벨트가 멈춘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제공)
하지만 항공사 관계자는 “벨트를 수동으로 멈추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구조적 문제”라며, “이를 기계나 일부 인력, 항공사 쪽으로 미루는 건 면피이자 책임 전가”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라인 분리나 자동 재검 시스템 없이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 ‘보안 강화’는 있었지만, ‘운영 보완’은 아직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국 공항의 보안등급을 상향했습니다.
제주공항은 굽 3.5㎝ 이상 신발 X-ray 검색, 촉수·개봉 검사 확대 등으로 오전 시간대 혼잡에 더해, 오후 피크 시간대가 맞물리면 수요 쏠림이 극심했습니다.
공사는 “오전 피크 이후에는 평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운항 지연은 여전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대한항공은 25일 하루 48편 중 41편이 지연됐고, 진에어와 아시아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공항공사는 “보안 강화에 따른 일시적 혼잡일 뿐 시스템 이상은 없었다”면서, “검색 인력 재배치와 장비 점검을 병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인력 충원 시기나 장비 교체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25일, 수하물 벨트가 멈추자 항공사 직원들이 직접 컨베이어 위로 올라 짐을 옮기고 있다. 교체 대상에 오른 노후 장비의 현실을 보여준다.
■ 개선은 예정뿐, 실행은 아직
공항공사는 단기적으로 예비 검색장비를 의심 수하물 전용으로 전환하고, 11월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또 2026년 수하물 처리 운영 개선 용역을 통해 AI 자동 분류·무중단 라인(다이버팅 시스템·Diverting System, 수하물이 정체 구간 없이 다른 라인으로 자동 분산되는 구조) 도입을 검토하고, 여객처리시설 외부 이전 연구도 병행합니다.
이와 함께 출발 캐로셀(Carousel System·회전식 컨베이어) 과 메인 컨베이어 교체 등 약 8억 5,000만 원 규모의 설비 개선도 추진합니다.
노후 수하물 운반 장비의 마모와 병목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대부분은 아직 ‘예정’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 운영의 속도가 신뢰의 속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국제선이 되살아나도, 보안 이후 구간의 정체가 풀리지 않으면 ‘스마트 공항’은 이름뿐입니다.
운항은 늘었는데, 속도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 제주공항 지연율 22%… ‘정시 운항’은 이미 예외
국내 공항 지연이 일상화된 가운데,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공항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의 항공편 지연율은 22.2%로 김포(22.0%)·김해(19.8%)보다 높았습니다. 5대 중 1대 이상 늦게 뜨거나 내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19% 안팎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 이상 혼잡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는 “탑승 완료는 물론 앞서 지상에서 절차가 늦어지면 정시 운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 흐름이 계속되면 노선 확대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주업체 관계자는 “공항 안팎의 혼잡은 결국 관문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진다”며, 보다 적극적인 공항공사의 관리 의식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제주는 ‘하늘길 확장’보다 ‘공항의 효율’이 더 시급합니다.
공항의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의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하늘은 열렸지만, 공항은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하늘이 아니라, 공항이 제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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