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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풀렸지만, 공항은 여전히 막혀 있다” 수하물 벨트 멈춤 여전… ‘스마트’ 대신 ‘수동’이 움직인다
2025-11-07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지난달 24일~1일 보안 강화 무사 종료 불구
집중시간대 수속 지체 등 계속… ‘관문 공항의 역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장 입구. 오후 시간대에는 수속 대기줄이 길게 이어지며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보안은 풀렸지만 공항의 흐름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APEC 대비로 상향됐던 보안등급이 11월 1일 해제됐지만, 제주공항의 수속 속도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벨트는 도는데, 탑승장은 멈춰 있습니다.
이게 정말 ‘스마트 공항’일까.


지금 제주국제공항에서는 항공사 직원들이 여전히 수하물 벨트 위에 올라 짐을 밀고 있습니다.

‘스마트’라는 단어를 대신하는 건 결국 사람의 손입니다.
직원이 벨트 위에 서 있는 장면. 제주국제공항 출발층 수속 카운터. 멈춰 선 수하물 벨트 위로 직원이 직접 올라 짐을 밀고 있다. (편집 이미지)

■ 오후 5~7시, 김포보다 20분 더 걸린 제주

6일 오후 기준, 제주공항 국내선 탑승수속 평균 소요시간은 오후 5시대 63분,
오후 7시대는 59분. 사실상 1시간 안팎 소요됐습니다.


이는 김포공항(동시간대 43분 안팎)보다 20분 이상 긴 수치입니다.

특히 제주공항의 보안검색 소요시간이 40분대(최대 46분)에 달해, 전체 탑승수속의 70%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보안강화 조치가 해제됐음에도 체류시간이 1시간을 웃도는 건, ‘혼잡’이 아니라 평소 ‘구조’의 문제임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공항공사는 실시간 체류시간을 “승객들이 탑승 전 각 구간별 평균 대기시간”으로 공지하고 있지만, 이 시간은 단순 체감이 아니라 실제 혼잡 지표입니다.
공항의 효율을 수치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6일 오후 기준 오후 5시,7시대 기준 제주공항(왼쪽)은 평균 59~63분, 김포공항(오른쪽)은 43~52분이 소요됐다. 특히 보안검색 단계에서 제주가 김포보다 대기시간이 길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 전국공항노조 파업 여파… 인력 공백, 벨트 멈춤도 계속

전국공항노조의 자회사 파업이 이어지면서, 제주공항을 비롯한 지방공항의 현장 운영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한국공항공사는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며 필수 인력과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청소·수하물 지원 인력의 공백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벨트가 멈추면 재가동까지 30분 넘게 걸리고, 직원들이 직접 올라가 수하물을 밀어야 하는 장면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항공사 직원은 “벨트가 멈추면 다시 돌린다고 하지만, 문제는 번번이 또 멈추고 그게 반복된다는데 있다”며 “지금은 시스템보다 사람이 더 지쳐 있다”고 말했습니다.
X-ray 및 수하물 검사 모니터 장면. 보안 검색 중 수하물 내부를 실시간 확인하는 X-ray 모니터. 의심 수하물 발견 시 전체 라인이 멈춘다.

■ 의심 수하물 한 건이면 공항 전체가 ‘스톱’

특히 제주공항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단일 수하물 벨트 구조입니다.

보안 검색 중 의심 수하물이 발견되면 다른 공항처럼 해당 짐만 분리해 검사하지 못합니다.
벨트 전체를 멈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항공사 직원은 “다른 공항은 버튼 하나로 의심 수하물만 옮겨 별도 X-ray로 넘기지만, 제주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 전체 벨트를 꺼야 한다. 완전히 수동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 건의 수하물이 걸리면 공항 전체가 서고, 직원들은 컨베이어 위를 오르내리며 손으로 짐을 밀어넣어야 합니다.

수학여행단이 몰리거나 출발 시간대가 겹치면 백드롭(수하물 위탁) 줄은 출발층 전체를 뒤덮는 실정입니다.
제주공항 출발층 수속 카운터 앞. 승객들이 구불구불 길게 줄을 서 있다.

■ 하루 8만 명 오가는 공항, 여전히 ‘1990년대식 구조’

7일 제주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공항 이용객은 총 2,155만 7,881명,
하루 평균 약 8만 명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제주공항은 여전히 단일 벨트 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심 수하물 한 건으로 전체 라인이 멈추고, 자동 분류 설비나 다중 라인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는 현대형 수하물 처리 시스템(Baggage Handling System, BHS)의 자동 분류·다중 라인 기준과는 정반대입니다.

직원이 직접 개입해야만 복구되는 방식은 1990년대식 공항 구조로 평가됩니다.

■ 공항공사 “시설 이상 없다”… 개선은 2026년 이후

한국공항공사는 “벨트 시스템 결함은 없고, 수하물 정체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내부 개선 계획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자동 분류·다중 라인 보완 사업은 2026년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즉, ‘시설 이상 없음’이라는 말은 곧 ‘변화 없음’을 의미합니다.

운항은 이어지고 있지만, 신뢰는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멈춰 선 수하물 벨트 위로 가방들이 줄지어 있다. ‘스마트’가 멈춘 공항. 기다림만 흐른다. (편집 이미지)

■ 멈추지 않아야 할 공항, 사람이 굴린다

보안은 정상화됐습니다.

하지만 공항은 여전히 사람 손이 닿아야 굴러갑니다.
벨트가 서면 사람이 밀고, 줄이 길어지면 목소리만 커집니다.

공항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벨트는 도는데, 시스템은 서 있습니다.

“정말 ‘스마트 공항’ 맞나요?”
여전히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답은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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