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JIBS는 올해 제주 4.3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고, 기록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연속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부터 제주 4.3, 그리고 밀항으로 이어지는 이 비극의 동선에 주목했습니다.
제주 4.3은 단순히 제주라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6일)은 첫 순서로 일제 강점기 죽음의 강제징용과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김동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이판에서 경비행기가 이륙합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10여 분.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평양의 진주라 불리는 티니안입니다.
지금은 인구 2천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전략적 요충지로 불리며 1930년대부터 일본군이 군사 시설 건설에 공을 들였습니다.
이 곳에는 일본군이 만든 남양군도 최대의 군사 비행장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이런 대규모 건설에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심재욱/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연구원
"태평양 전쟁 직전부터 많은 조선인들이 군속으로서 혹은 노동자로서 해당지역으로 끌려가서 거기서 군사시설 주로 활주로던지, 막사 건축이라던지..."
강제징용자들은 대부분 부산을 출항해 일본 요코스카를 거쳐 필리핀, 티니안, 타라와섬까지 태평양 전역으로 투입됐습니다.
해군 군속 만을 기준으로 이들 섬에 강제징용된 제주도민은 358명에 이릅니다.
다른 군속 등을 포함하면 강제징용 규모는 이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1944년 7월부터 시작된 티니안 전투.
치열한 전투 속에 미군과 일본군 수천명이 전사했습니다.
옥쇄를 강요한 일본군에 의해 한국인들은 전쟁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에드윈 알단 / 티니안 시장
"티니안에서 네이팜탄이 처음으로 사용됐습니다. 네이팜탄을 투하하면 맹렬히 타버리는데, 세계 최초로 네이팜탄이 이곳 티니안에서 터졌습니다"
이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티니안의 한 언덕 중턱에 올랐습니다.
거대한 대포가 확인됩니다.
아직 발사하지 못한 포탄과 당시 전쟁의 흔적이 녹슨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일본군의 진지 동굴입니다.
제임스 / 티나안 주민
"이 대포의 표적은 선박이기 때문에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다 위 배가 목표물이기 때문에 남동부를 향해 있습니다"
이런 전쟁의 상처 속에 얼마나 많은 강제징용 한국인, 그중에 제주도민이숨졌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심재욱/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연구원
"전체적으로 약 7만 8천 명의 해군 군속 기록을 봤을 때 그 안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끌려가신 분들은 4분의 1 정도가 사망을 하셨어요"
각종 질병과 배고픔, 그리고 쏟아지는 포탄까지.
태평양의 수많은 이름모를 섬들은 강제징용자들에게 말 그대로 생지옥과 다름 없었습니다.
JIBS 김동은입니다.
영상취재 윤인수
JIBS 제주방송 김동은(kdeun2000@hanmail.net) 윤인수(kyuros@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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