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닷새간 22만 4천 명 찾아.. 도정 “재도약 신호탄” 자평
체류·소비·질서 관리 부재.. ‘숫자 홍보’의 한계 드러나
# 제주 관광이 다시 ‘숫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광복절 연휴 기간(13~17일) 하루 관광객 수가 올해 처음 5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22만 4,342명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두고 본격 회복세로 진단하며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듯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머릿수만큼 체류 경험이 개선됐는지, 지역 소비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평일을 ‘연휴’ 개념에 끼워 넣은 계산법, 끝없는 할인 이벤트, 체감되지 않는 디지털 관광증 같은 신사업.
풀리지 않은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제주관광 진단’에서 표면적인 입도객 통계 뒤에 가려진 현실을 정조준합니다.
①편에서는 광복절 연휴 성과의 허상과 구조적 한계를 짚고, 이어 ▷관광객 증가는 이어지는데 왜 지역경제는 체감하지 못하는지(②), ▷디지털 관광증·탐나오·협회·공사 마케팅 구조의 문제(③),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가기 위한 해법(④)까지 살펴봅니다.
■ 5만 명 돌파, 진짜 성과일까
19일 제주도는 연휴 둘째 날인 14일 관광객 5만 127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닷새 누적 22만 4,342명은 지난해보다 6.4% 늘어난 수치로 집계됐습니다.
겉으로는 반가운 회복 신호지만, 사실 실제 연휴는 15~17일 사흘뿐입니다.
연휴를 앞두고 이동 수요가 생겨나는 평일 13일·14일까지 포함해 관행적으로 ‘연휴 효과’로 계산한 건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당국은 매번 ‘몇만 명이 왔다’는 통계만 강조한다”며, ”실제 하루 머무는 관광객과 사흘 이상 머무는 경우의 역내 소비 구조가 전혀 다른데, 세부 분석이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연휴 역시 현재로선 장기 체류보다 짧게 들렀다 가는 단기 방문이 대부분으로 파악된다”면서, “머릿수는 화려해 보여도 지역 경제에 남는 건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 늘어난 건 인원, 소비는 그대로
국내선 항공편은 전년보다 20편, 국제선은 23편이 늘었고 공급 좌석은 1.9% 증가했습니다. 입도객 수도 2% 남짓 늘었습니다.
그러나 소비 확산 효과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 관광객 카드 사용액은 –20% 가까이 줄었고, 외국인 지출도 –14%를 웃돌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전통시장이나 지역 체험으로의 소비 확산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한 소상공인은 “관광객이 몰려와도 매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대형 쇼핑몰이나 특정 상권, 일부 숙박업소만 ‘반짝’하는 구조라면 지역 경제와는 무관한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할인 경쟁, 구조 개편은 실종
제주도정과 제주도관광협회는 최근 지역산품 할인에 이어 숙박·렌트카·체험 등 각종 할인 이벤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9월에도 대규모 프로모션이 예정돼 있고, 연말까지 순차적인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할인으로 단기 수요를 늘릴 수 있겠지만, 구조 개편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택권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덤핑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 관광지 사업자는 “탐나오, 디지털 관광증, 렌트카·숙박 할인이 겹치면서 소비자는 값싼 상품만 찾게 되고, 업체는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며, “결국 콘텐츠 차별화는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싸게 둘러보기’식 관광만 남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싼 맛에 찍고 가는 관광으로 변질되면 품질은 무너지고, 결국 관광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장, 눈앞의 성과만 쫓는 ‘이벤트 홍수’는 장기적으로 도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디지털 관광증, 아직 체감 ‘미미’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NFT(대체불가토큰) 기반의 ‘디지털 관광증(NOWDA·나우다)’은 오는 9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객이 카드 하나로 숙박·교통·체험을 연계 소비하도록 설계된 신사업으로, 지역 내 소비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현 시범 단계에서는 참여 업소가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홍보도 부족해 현장에서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설명회가 진행 중입니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의도지만 손님들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쓸 곳이 없으면 정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탐나오’와 다르지 않다면 욕먹기 딱 좋다”면서, “차별화된 전략과 콘텐츠가 담기지 않으면, 결국 ‘또 하나의 할인카드’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은 단순히 이벤트가 아니라 기존 할인 남발 구조를 대체할 대안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플랫폼이 흩어져 중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통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 불편 신고, 반복되는 민낯
광복절 연휴 기간(13~17일) 교통·숙박·시설 관련 불편 신고는 10여 건 접수됐습니다.
언뜻 숫자만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문제는 매번 똑같은 유형의 불만이 되풀이된다는 점입니다.
예약 취소, 숙박 불편, 교통 혼잡은 연휴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민원이지만, 정작 개선은 이뤄진 게 없습니다.
정책 당국은 이번에도 여전히 ‘머릿수 증가’만 강조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행기표와 숙박비는 치솟았는데, 현장에서 편의나 서비스 질은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다”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재방문 의사가 꺾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뻔히 드러나 있는데도 해마다 같은 불편이 반복된다”며, “숫자 홍보에 도취해 근본 대책을 외면하는 건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 “오는 관광은 충분하다, 머무는 관광이 없다”
광복절 연휴 5만 명 돌파는 통계상, 겉으로 나타난 성과일 뿐입니다.
소비 확산·체류 연장·질서 관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전문가들은 “제주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 더 머물러야 하는지 설계하지 못했다”며, “숫자 홍보를 넘어선 구조 개선 없이는 ‘재도약’은 공허한 수사(修辭)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2편에서는 ‘정책은 쏟아지지만, 효과는 왜 체감되지 않는가’를 짚어봅니다.
워케이션·해양레저·무비자 확대 같은 굵직한 간판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한계에 부딪히는지, 그리고 왜 ‘간판만 화려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반복되는지 진단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저작권자 © JIBS 제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체류·소비·질서 관리 부재.. ‘숫자 홍보’의 한계 드러나

# 제주 관광이 다시 ‘숫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광복절 연휴 기간(13~17일) 하루 관광객 수가 올해 처음 5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22만 4,342명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제주도는 이를 두고 본격 회복세로 진단하며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듯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머릿수만큼 체류 경험이 개선됐는지, 지역 소비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평일을 ‘연휴’ 개념에 끼워 넣은 계산법, 끝없는 할인 이벤트, 체감되지 않는 디지털 관광증 같은 신사업.
풀리지 않은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제주관광 진단’에서 표면적인 입도객 통계 뒤에 가려진 현실을 정조준합니다.
①편에서는 광복절 연휴 성과의 허상과 구조적 한계를 짚고, 이어 ▷관광객 증가는 이어지는데 왜 지역경제는 체감하지 못하는지(②), ▷디지털 관광증·탐나오·협회·공사 마케팅 구조의 문제(③),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가기 위한 해법(④)까지 살펴봅니다.
■ 5만 명 돌파, 진짜 성과일까
19일 제주도는 연휴 둘째 날인 14일 관광객 5만 127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닷새 누적 22만 4,342명은 지난해보다 6.4% 늘어난 수치로 집계됐습니다.
겉으로는 반가운 회복 신호지만, 사실 실제 연휴는 15~17일 사흘뿐입니다.
연휴를 앞두고 이동 수요가 생겨나는 평일 13일·14일까지 포함해 관행적으로 ‘연휴 효과’로 계산한 건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당국은 매번 ‘몇만 명이 왔다’는 통계만 강조한다”며, ”실제 하루 머무는 관광객과 사흘 이상 머무는 경우의 역내 소비 구조가 전혀 다른데, 세부 분석이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연휴 역시 현재로선 장기 체류보다 짧게 들렀다 가는 단기 방문이 대부분으로 파악된다”면서, “머릿수는 화려해 보여도 지역 경제에 남는 건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 늘어난 건 인원, 소비는 그대로
국내선 항공편은 전년보다 20편, 국제선은 23편이 늘었고 공급 좌석은 1.9% 증가했습니다. 입도객 수도 2% 남짓 늘었습니다.
그러나 소비 확산 효과는 찾기 어렵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국인 관광객 카드 사용액은 –20% 가까이 줄었고, 외국인 지출도 –14%를 웃돌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전통시장이나 지역 체험으로의 소비 확산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한 소상공인은 “관광객이 몰려와도 매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대형 쇼핑몰이나 특정 상권, 일부 숙박업소만 ‘반짝’하는 구조라면 지역 경제와는 무관한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할인 경쟁, 구조 개편은 실종
제주도정과 제주도관광협회는 최근 지역산품 할인에 이어 숙박·렌트카·체험 등 각종 할인 이벤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9월에도 대규모 프로모션이 예정돼 있고, 연말까지 순차적인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할인으로 단기 수요를 늘릴 수 있겠지만, 구조 개편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택권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덤핑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 관광지 사업자는 “탐나오, 디지털 관광증, 렌트카·숙박 할인이 겹치면서 소비자는 값싼 상품만 찾게 되고, 업체는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며, “결국 콘텐츠 차별화는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싸게 둘러보기’식 관광만 남는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싼 맛에 찍고 가는 관광으로 변질되면 품질은 무너지고, 결국 관광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장, 눈앞의 성과만 쫓는 ‘이벤트 홍수’는 장기적으로 도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는 ‘탐나오’ 플랫폼의 투어패스 상품들. 이미 다양한 콘셉트별 코스 상품을 판매 중이다. (‘탐나오’ 캡처)
■ 디지털 관광증, 아직 체감 ‘미미’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NFT(대체불가토큰) 기반의 ‘디지털 관광증(NOWDA·나우다)’은 오는 9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객이 카드 하나로 숙박·교통·체험을 연계 소비하도록 설계된 신사업으로, 지역 내 소비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현 시범 단계에서는 참여 업소가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홍보도 부족해 현장에서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설명회가 진행 중입니다.

‘디지털 관광증’ 홍보 이미지. 취지는 분명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메우는 과제가 남았다.
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의도지만 손님들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쓸 곳이 없으면 정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탐나오’와 다르지 않다면 욕먹기 딱 좋다”면서, “차별화된 전략과 콘텐츠가 담기지 않으면, 결국 ‘또 하나의 할인카드’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은 단순히 이벤트가 아니라 기존 할인 남발 구조를 대체할 대안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플랫폼이 흩어져 중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통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 불편 신고, 반복되는 민낯
광복절 연휴 기간(13~17일) 교통·숙박·시설 관련 불편 신고는 10여 건 접수됐습니다.
언뜻 숫자만 보면 미미해 보이지만, 문제는 매번 똑같은 유형의 불만이 되풀이된다는 점입니다.
예약 취소, 숙박 불편, 교통 혼잡은 연휴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민원이지만, 정작 개선은 이뤄진 게 없습니다.
정책 당국은 이번에도 여전히 ‘머릿수 증가’만 강조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행기표와 숙박비는 치솟았는데, 현장에서 편의나 서비스 질은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다”며,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재방문 의사가 꺾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뻔히 드러나 있는데도 해마다 같은 불편이 반복된다”며, “숫자 홍보에 도취해 근본 대책을 외면하는 건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 “오는 관광은 충분하다, 머무는 관광이 없다”
광복절 연휴 5만 명 돌파는 통계상, 겉으로 나타난 성과일 뿐입니다.
소비 확산·체류 연장·질서 관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전문가들은 “제주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 더 머물러야 하는지 설계하지 못했다”며, “숫자 홍보를 넘어선 구조 개선 없이는 ‘재도약’은 공허한 수사(修辭)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2편에서는 ‘정책은 쏟아지지만, 효과는 왜 체감되지 않는가’를 짚어봅니다.
워케이션·해양레저·무비자 확대 같은 굵직한 간판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한계에 부딪히는지, 그리고 왜 ‘간판만 화려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반복되는지 진단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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